할인점 ‘초저가 치킨’에 프랜차이즈 냉가슴
할인점 ‘초저가 치킨’에 프랜차이즈 냉가슴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8.30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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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치킨 등 폭발적 인기…6000원대 팔면서 “이익 남는다” 홍보까지
생닭 등 원가 구조 달라 동일선상 비교 어려워
다양한 메뉴에 무·소스·음료 등 제공 불구
가맹점 치킨에 가격 논란 역풍 불까 속앓이

대형마트가 쏘아올린 ‘초저가 치킨’ 대란이 유통업계와 프랜차이즈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홈플러스의 6000원대 ‘당당치킨’을 시작으로 이마트의 ‘5분 치킨’, 롯데마트의 ‘한통치킨’까지 내놓으며 대형마트간 치킨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더욱이 최근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일부 매장에서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키고 프랜차이즈 치킨과 경쟁 상황을 보이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메뉴의 원가 구조 문제에 불이 지펴지고 있다. (사진=이마트)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메뉴의 원가 구조 문제에 불이 지펴지고 있다. (사진=이마트)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지난 6월 30일 판매를 시작한 6990원 당당치킨(중량 850~900g)은 지금까지 40만마리가 넘게 팔릴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일부 지점에 한해 배달도 시작했다. 그러자 이마트는 지난달 1통에 9980원인 ‘5분 치킨(중량 850∼950g)’을 출시했고, 롯데마트도 1.5마리짜리 ‘한통치킨(중량 1.2kg)’을 일주일간 반값인 8800원에 선보이며 한시적인 할인 행사까지 더해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절반 혹은 그 이상의 할인된 가격으로 치킨을 판매 중이다. 메뉴 중량도 프랜차이즈들의 대표 메뉴 평균 중량인 880~950g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 듯 보인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초저가 치킨이 오프라인 매장들의 적자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출구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일 한정적인 수량을 판매하는 치킨으로 매출을 직접 상승시키긴 힘들고 마진도 남지 않지만 이를 점포에 방문하게 하는 미끼상품이자 유인책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지적에 한 대형마트는 치킨을 초저가로 판매해도 이익이 남을 수 있는다는 내용의 영상을 SNS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2년 전인 2010년 12월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선보였지만 골목상권 침해 논란 끝에 일주일 만에 철수한 바 있다. 당시 불거졌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이번에는 높아진 생활물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 때문인지 힘이 실리지 않고 오히려 프랜차이즈 업계와 배달 플랫폼을 향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원가 구조다. 최근 교촌, bhc, BBQ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는 잇단 가격 인상으로 배달료를 더한 주요 제품의 가격이 2만원대를 넘어 3만원대 시대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의 생닭 공급가격은 1마리당 5100~6000원으로 대부분 계열출하(육계 계열업체를 통해 생산·도축·출하)로 닭을 조달한다. 프랜차이즈에선 10호 닭을 주로 사용하고,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치킨으로 사용하는 닭은 대부분 8호 닭으로 이보다 약간 작아 확실히 맛과 메뉴 품질에 있어 차이가 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 이 생닭 가격에 도계비, 물류비, 각자 개발메뉴에 해당하는 파우더 및 소스 등이 들어간다. 또 가맹점주들은 임대료, 인건비, 가맹비, 배달비용 등까지 추가적으로 붙는다.

대형마트의 경우 하림·마니커 같은 육가공업체의 계열사(도계장)와 직접 거래를 맺고 닭고기를 공급받는다는 점이다. 마트들은 초저가 치킨의 원가 구조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는 마리당 공급 가격이 대략 3000원 선이라고 추정한다. 대형마트들은 곁들어 먹는 치킨 무나 소스, 음료들을 제공하지 않는데다 가맹비나 임대료, 인건비 등이 추가로 들지 않아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형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등 단가가 높은 식용유를 사용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일반 식용유를 사용한다. 마트 치킨의 경우 진열 상품을 다시 데워 먹는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프랜차이즈 치킨은 마늘 맛, 갈비 맛 등 다양한 메뉴 선택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초저가 치킨 시장이 커질수록 비교적 비싼 가격의 치킨 프랜차이즈의 수요는 밀릴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프랜차이즈 업계는 마트 치킨들의 경쟁과 이에 따른 가격 논란이 불편한 기색이지만 자칫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속으로만 앓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의 유통 구조 및 가격 책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가격만을 기준으로 치킨 프랜차이즈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면서도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은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이지 고유 노하우로 만들어진 주력 판매 메뉴들을 보유하고 있는 치킨 브랜드와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실제 작년 bhc 영업이익은 1538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BBQ는 608억 원, 교촌은 28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bhc가 32.2%, BBQ 16.8%, 교촌이 5.7% 순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값치킨의 등장으로 소비자는 치킨을 더 비싸다고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고 가격이 더 저렴한 치킨을 찾게 될 것”이라면서 “단순미끼 상품을 위한 기획이라고 해도,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 시설과 인력 등 판매망이 더 자리를 잡는다면 자연스레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간에 치킨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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