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코코아 원료난…국내 초콜릿 제조업계 ‘적색경보’
사상 최악의 코코아 원료난…국내 초콜릿 제조업계 ‘적색경보’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2.2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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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가나’ 코코아 생산량 35% 감소에 가격은 2.5배 급등
국내 롯데웰푸드 연간 사용량 40% 공급 부족
재고 물량 1개월치 불과…타국에서 수입해야
대체 원료 찾아도 포장재 바꾸는 문제 대두돼
원산지 3개국 표시를 ‘2개국’으로 축소 바라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월 20일 현재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톤당 6000달러를 넘어섰다. 선물 가격이 이 정도고, 업체가 실제 거래하는 톤당 가격은 6500달러에 달한다. 2800달러였던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가뭄과 질병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최소 35% 이상 감소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자 초콜릿 제조·가공업체들은 시세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까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악의 수급난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초콜릿 제조·가공업체에 적색경보가 켜진 것이다.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가뭄과 질병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악의 수급난을 겪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가뭄과 질병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악의 수급난을 겪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초콜릿 시장 1위 ‘가나초콜릿’ 브랜드를 제조·생산하며 연간 4500톤의 코코아를 수입하고 있는 롯데웰푸드의 경우 연간 계약했던 가나산 코코아 원료의 40% 이상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물량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1개월 이상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나초콜릿 생산 이후 최대 위기다. 현재는 가나 브랜드를 최우선순위로 가나산 코코아 원료를 사용하고, 다른 초콜릿 제품의 경우 타국가에서 수입한 원료로 대체하며 버티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웰푸드는 가나산 코코아 원료와 최대한 유사한 맛을 낼 수 있는 원료를 찾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문제는 이 경우 ‘원산지표시제도’와 충돌하게 된다. 현재 표시법은 주원료를 여러 국가로부터 수입할 경우 원산지를 ‘외국산(00국·00국·00국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

즉 다른 국가에서 원료를 찾더라도 포장재 전체를 변경해야 한다. 갈수록 이상기후가 짙어지고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쇄국정책이 강화되며 예측불허의 원재료 수급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행 규정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실제 국제코코아기구(ICO)는 올해 전 세계 코코아 재고량이 14만6000톤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국제열대농업연구센터(CIAT)는 2050년까지 현재 코코아 재배량이 최대 5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했던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갈수록 예상치 못한 수급난으로 고초를 겪게 될 것이다. 상황에 맞춰 원산지표시제도도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EU(스위스 제외) 등 대부분 국가에서 가공식품의 원산지 의무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3개국 이상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어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어렵게 다른 국가에서 원료를 확보하더라도 포장재까지 변경까지 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3개국에서 2개국으로 축소만 해도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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