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180)]환경호르몬 비스페놀A의 위험성과 안전한 사용법
[하상도 칼럼(180)]환경호르몬 비스페놀A의 위험성과 안전한 사용법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06.3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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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플라스틱 등 식품 용기에 사용

△하상도 교수
비스페놀A는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Dianin)에 의해 처음 합성되었다. 이 물질은 2개의 페놀(bis-phenol)과 1개의 아세톤(acetone)이 결합된 복합어로 A는 아세톤의 약어다.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 에폭시레진 등에 이용된다. 에폭시레진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화학물질에 의한 변형이 적어 식품이나 음료 캔의 보호용 코팅재로 이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는 내구성, 투명성이 뛰어나고 다른 폴리머 재료들과 혼용이 가능하며, 열에 강해 장난감, 물병, 젖병, 컵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러한 소재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값이 싸 폭넓게 이용되고 있으나, 포장재로부터 비스페놀A가 용출돼 체내에 흡수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호르몬처럼 작용한다. 그러나 호르몬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이상반응을 일으켜 인체 안전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비스페놀A는 미량 노출될 때에는 사망을 유발할 정도의 치명적인 독은 아니다. 그러나 통조림이나 플라스틱 용기는 식품 제조 시 가열 등 다양한 공정을 거치면서 비스페놀A를 식품으로 용출시키게 된다. 일반적인 인체 노출은 비스페놀A를 포함한 포장재와 접촉한 식품의 섭취를 통해서 일어나는데, 특히 유아나 어린이의 경우에는 비스페놀A가 포함된 제품을 만진 경우, 손이나 입, 호흡 등 다양하게 노출되고 소량이라도 큰 위험성을 줄 수 있어 성인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급성독성 소금 2배…내분비계 이상 유발
식품 자체 용출 기준 없어…관리 대책 필요 


동물실험 결과, 비스페놀A의 독성은 급성독성, 만성독성과 함께 면역독성, 신경독성, 생식독성 등 여러 특수독성을 보인다. 또한 많은 양에 노출되면 기형아 출산, 태아사망, 불임, 유방암, 성조숙증, 성기능 장애 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급성독성은 반수치사량(LD50)이 체중 kg당 2~3g으로 높지는 않은 편이다. 소금이 4g이니 소금보다 약 2배 급성독성이 강한 물질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급성독성이 문제가 아니라 내분비계 장애인 호르몬 이상을 일으킨다. 체내 비스페놀A 농도가 10배 높아질 때마다 불안/우울지수는 107%, 사회성문제지수는 122%씩 증가하고, 검출된 비스페놀A의 농도가 높을수록, 어린이 학습능력은 떨어지고 행동장애지수는 증가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비스페놀A는 소변을 통해 4~5시간 이내에 체외로 배출되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체내에 축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영수증에 사용되는 잉크물질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돼 일상생활에서의 비스페놀A의 노출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식품위생법」에서는 “젖병(젖꼭지 포함) 제조 시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벤질부틸프탈레이트(BBP), 비스페놀A(BPA)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제하고 있다. 또한 “화장품 원료지정에 관한 규정(2009년)”에는 화장품 원료로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물질에 대해 배합한도를 정하고 배합금지 원료로 지정하는데, 여기에 비스페놀A가 포함돼 있다.

비스페놀A의 위험성이 대두됨에 따라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는 엄격한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용출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용기포장의 수입 및 제조를 전면 금지하는 추세다. 식약처가 제시한 비스페놀A 안전기준은 “통조림 및 용기에서 용출되는 경우 0.6 ppm 이하”이나, 식품으로 용출됐을 때 식품 자체의 용출기준은 아직 제시되어 있지 않다. 향후 비스페놀A 등 내분비장애물질에 대한 합리적 기준 설정과 식품용기나 포장 중 위험성에 대한 주의표시 등 보다 엄격한 안전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일상 생활 중 비스페놀A의 용출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음식을 데울 때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사용하는 경우”다. 특히, 고온에서 가열 시 비스페놀A가 용출될 가능성이 높고, 용기에 흠이 있을 경우엔 깨진 부위로 더 많은 량이 용출된다.

따라서 식품용 캔 사용을 줄이고, 특히 뜨겁거나 액체상태의 식품의 경우, 가능한 유리, 도자기, 스테인레스스틸 재질의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구매하거나 사용 시에는 표기되어 있는 재활용마크를 살펴봐 식품 용기로 이용 가능한지, 가열 시에도 안전한지를 확인한 후 사용하는 것이 비스페놀A의 노출량을 줄이는 길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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