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32)]파라벤의 안전성
[하상도 칼럼(232)]파라벤의 안전성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7.2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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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저장 기간 연장 위한 보존제로 활용
과일 채소 등에 함유…1920년대 미국서 개발

△하상도 교수
2015년 1월말부터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페닐파라벤’ 등 일부 살균·보존제 성분을 화장품 제조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덴마크에서는 3세 이하 영유아 제품에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 사용을 금지했고, 같은 해 10월 유럽소비자안전위원회도 6개월 미만 영아용 제품의 파라벤 사용의 안전성을 우려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EU는 2015년 4월부터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의 허용기준치를 기존의 0.4%(혼합사용 0.8%)에서 0.14%(혼합사용 시 동일)로 낮추고 3세 이하 영유아의 기저귀 착용 부위에서도 사용을 금지했다.

2014년 11월 유럽연합(EU)이 취한 5종류의 파라벤(이소프로필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페닐파라벤, 벤질파라벤, 펜틸파라벤)이 함유된 화장품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파라벤은 영국 NGO인 여성환경연대가 화장품 안전캠페인을 통해 파라벤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됐는데, 최근 우리나라 국정감사에서 국내 시판 치약의 인체 유해 우려성분인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문제를 제기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 일본 항균 위한 식품 첨가물로 사용
국내선 청량음료 간장 과일소스 등에 허용

파라벤(파라옥시안식향산 에스텔)은 192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는데 자연에 존재하며 과일, 채소, 딸기, 치즈, 식초 등에 함유돼 있다. 미생물 성장억제, 저장기간 연장을 위해 식품, 화장품, 의약품의 보존제로 널리 쓰인다. 의약품과 화장품에는 단일성분인 경우 0.4%, 혼합사용은 0.8% 이내로 사용할 수 있고 식품에는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의 사용이 가능하며 잼이나 간장, 음료 등에 kg당 0.1∼1g을 첨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간장(0.25g/L), 식초(0.1g/L), 청량음료(0.1g/L), 과실 소스류(0.2g/L), 과실류와 과채류의 표피(0.12g/L)의 살균, 야채류나 과채류의 간장절임, 된장절임, 소금절임(0.08g/L) 등에 농도로 사용 가능하다. 한편 유럽과 미국은 파라벤 사용기준이 우리와 같으나 일본은 더 높은 농도인 식품 10 g/kg(1%)까지 허용하고 있다.

파라벤은 파라옥시안식향산을 알코올 등으로 에스테르화 반응시켜 만든다. 이는 작고 무색에 가까운 수정과 같은 가루로 향과 맛이 없으며, 가수분해에 안정하고 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과 프로필이 많이 사용된다.

파라벤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뜨겁다. 파라벤은 내분비계장애추정물질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해 유방암 발생 또는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 정자수 감소 등 남성의 미성숙을 유발하는 것으로 일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한 파라벤의 유방암과 고환암 유발 가능성에 대해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목록에는 파라벤이 들어 있지 않다. 또한 식약처에서도 파라벤을 내분비계장애물질로 판단하지 않는다.

사실 파라벤은 몸에 축척되지 않고 장내에서 흡수, 대사된 후 주로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독성이 강한 물질은 아니다. 파라벤의 급성독성지표인 반수치사량(LD50)은 2.1 g/kg으로 4g인 소금보다 독성이 겨우 2배 큰 정도다. 게다가 미 FDA에서 ‘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과 프로필’을 안전한 식품첨가물 목록인 GRAS에 포함시켜 식품에 0.1%까지 보존료로서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식품포장지에는 제한 없이 사용토록 하고 있다. FAO/WHO 첨가물전문위원회(JECFA)에서는 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 에틸, 프로필의 ADI(일일섭취허용량)를 체중 kg당 0∼10mg/day로 권장하고 있다. 또한 유럽,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파라벤을 항균 목적의 식품첨가물로 허용하고 있다.

내분비계 장애 인한 유방암 등 유해성 논란
독성 강한 물질 아냐…미국 GRAS에 포함 

최근 식약처 연구결과 어린이 및 청소년(3∼18세)의 경우 파라벤의 일일노출추정치는 체중 kg당 평균 0.01 mg으로 ADI의 0.1%, 성인(19∼69세)은 0.3% 수준으로 우리 국민은 파라벤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먹어서 몸에 좋을 게 없는 물질이라 화장품업체들은 ‘무파라벤’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3세 이하 영유아 제품에 파라벤 사용을 금지키로 한 유럽의 조치에 따라 우리 정부도 어린이용 제품의 경우에는 파라벤 위해성평가 결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대체제가 있다면 보다 엄격한 안전관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파라벤이 영유아 제품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며 성인 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유아용 물티슈의 경우 피부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연코튼 등을 소재로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으며 파라벤 0.4%의 허용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 아기파우더와 로션 등은 0.4%(혼합사용 시 0.8%), 어린이 치약은 성인제품과 마찬가지로 0.2%까지 허용하고 있다.

파라벤은 몸에 축적되지 않고 급성독성이 적으며, 일부 생식독성과 에스트로겐 활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있지만 최종적으로 입증되지는 못해 안전한 첨가물로 생각된다. 그러나 모든 물질은 독성이 있다. 경제성, 보존성 등 이익이 워낙 커 꼭 사용해야 하는 필요악이라면 허용된 안전기준 범위 내에서 활발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소비자의 안심을 이끌어 내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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