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38)]식품업계, 도 넘은 미투(베끼기)제품
[하상도 칼럼(238)]식품업계, 도 넘은 미투(베끼기)제품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9.1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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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아끼려는 중소기업·후발업체 전략을
국내선 대기업이 사용…상도의상 문제

△하상도 교수
우리나라 식품업계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무슨 제품하나 개발해 히트를 치면 막강한 브랜드와 고정 고객의 로열티를 활용해 ‘미투 제품’, 나쁘게 이야기 하면 ‘짝퉁 제품’을 쏟아낸다.

올 초 식품업계를 강타했던 해태 허니버터칩, 칵테일소주 등 미투 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 과거에도 초코파이, 음료, 유제품 등에서 제법 많은 미투 제품 사례가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올 초 국내 스낵시장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덕분에 꿀, 버터, 감자를 활용한 신제품과 기존 제품의 리모델링 등 PB(자체상표)상품까지 합쳐 20여 가지 짝퉁제품이 휩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L제과의 ‘꼬깔콘 허니버터맛’, O제과의 ‘오감자’, N사의 ‘허니머스타드맛 수미칩’ 등이 상위를 휩쓸었는데, 정작 바람의 주인공은 이들 미투 제품에 밀려 7위에 그쳤다고 한다.

최근 신세대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과일 칵테일소주’도 마찬가지다. M사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L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 H사의 ‘자몽에이슬’ 등 히트치자 마자 미투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급성장한 그릭 요거트(Greek Yogurt)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동후디스가 처음으로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형성하자 1년 후부터 L사, PD사, B사 등 대기업과 외국계 합작사가 미투 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어 편승했다.

이들 대기업끼리의 경쟁 외에도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제품을 대기업이 베껴 힘들여 개발하고 시장을 일군 중소기업을 눌러 제품개발 의지를 꺾은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경영학에 스마트 팔로어(smart follower) 전략이 있긴 하다. 누군가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만들어 놓으면 개발비용과 시장개척 비용을 아껴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면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나 열세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식품 특허로 보호받기 어려워 다른 산업보다 심해
경쟁사 제품 개발 노력 인정해 주는 분위기 절실

그러나 대기업이 경쟁업체 잘 되는 꼴을 못 봐 히트상품을 희석시키고, 시장을 갈기갈기 찢어서 분산시키는 행위, 인기 있는 중소기업 제품의 미투 제품을 내 막강한 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상도의를 저버리는 파렴치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시장을 일군 개척자의 피와 땀은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의리나 동업자 의식이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모래알 같은 식품산업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상생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식품산업계의 상생은 모든 기업 간의 상생이 아닌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협력사끼리 만의 상생일 뿐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새우깡, 뽀빠이, 꼬깔콘 등 특정회사의 빅히트 상품이 많이 있었다. 물론 미투 제품이 있었는데 잘 따돌렸던지 아니면 그 당시 식품업계의 분위기는 각 기업의 개발제품을 인정해 주고 서로의 시장을 존중하는 의리와 상생의 시대였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식품 대기업들이 너무나 쉽게, 안전하게 돈을 벌어들이려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식품 자체가 특허로 보호받기가 어려워 다른 산업군에 비해 더 심각한 측면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 식품산업도 내수를 넘어 수출에 주력할 정도로 성장했고, 연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회사도 19개에 이를 정도로 이미 성숙한 산업군이 됐다.

또한 최근에 모처럼 가공식품을 담배에 빗대어 비난한 한 포퓰리즘 의사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대해 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한 식품산업계의 단합된 대응을 보았다. 앞으로 말로만 단결, 의리가 아닌 개발자의 피와 땀을 존중하고 기업의 제품개발 노력을 상호인정해 주는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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