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진청 선정 ‘우수 기술 개발·보급 베스트10’①-미래 먹을거리 ‘곤충’
[기획]농진청 선정 ‘우수 기술 개발·보급 베스트10’①-미래 먹을거리 ‘곤충’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09.30 0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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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거저리 등 ‘식용곤충’ 미래 대체 식량 주목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최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추진한 농촌진흥사업 중간점검을 실시하고 그동안 추진한 사업 중 대내외 설문을 통해 체감 성과가 우수한 ‘기술 개발·보급 베스트10’을 선정했다.

‘고객중심·현장중심·정책중심’의 기조 아래 창조경제의 핵심인 연구개발(R&D)을 통해 농정현안 해결은 물론 분야별 경쟁력을 높여 우리 농업·농촌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기여한 사업들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강조하고 있는 농촌의 스마트화, 첨단기술 융복합을 통한 농식품의 부가가치 창출 등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 중 주니어 보드(20명)와 70명의 외부설문(농업인단체 7, 블로그기자단 63)을 통해 대표성과 창의성, 성과도, 파급성 등을 심사해 최종 선정된 것이어서 이들 사업에 거는 기대 또한 매우 크다.

본지는 이 중 가공식품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식용곤충 영양성분 분석과 독성 평가를 통한 ‘미래 먹을거리 곤충의 식품원료 등록’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쌀 가공이용, 기능성 연구’ 사업의 자세한 내용을 조명해본다.

◇ 추진배경과 목적

곤충은 지상 최대의 동물군이다. 생태계에서 인간에게 유용하거나 해를 끼치는 부류로 알려져 있는 곤충은 20세기 이후 새로운 가치를 계속 발견해 다양하게 이용되기 시작했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 등 국제기구는 기아 해결과 경제 자립, 선진국의 경우는 신약 개발과 자원 확보, 가축사료 소재 개발 등의 목적으로 곤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경엔 지금의 2배에 해당하는 식량이 소비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대체식량의 필요성을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다. FAO가 2013년 곤충을 미래 대체 식량으로 지목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양가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보기에 징그럽다는 이유로 개도국 사람들의 간식쯤으로 여겨지던 곤충이 이제는 단백질 보충제, 필수 아미노산, 곤충통조림 등의 상품으로 개발돼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및 남미 등지에서는 오래전부터 곤충을 약재로 이용하고 있으며, 서양은 최근 항생물질 내성 질환 등의 치료를 위한 신물질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 곤충산업육성법 시행에 따라 곤충 수요 증대를 위한 식·약용 등 다양한 형태의 곤충산업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식용으로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한 곤충은 식품공전에 등록된 누에(번데기, 백강잠)와 메뚜기 외에는 전무했다. 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버러지’로 천대받던 곤충이 황금 알을 낳는 귀하신 몸이 돼 바야흐로 곤충산업시대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단백질 아미노산 등 영양 풍부…FAO 자원 활용 연구 착수
국내 장수풍뎅이 애벌레·귀뚜라미 등 4종 한시적 원료 인정  

◇ 식품 원료로 인정받기까지

농촌진흥청은 곤충의 식용화를 위해 갈색거저리 애벌레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에 대한 제조공정을 확립하고 영양성분 분석, 독성 시험 등을 통해 과학적 안전성을 입증함으로써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작년7월과 9월에 각각 새로운 식품원료로 한시적 인정을 받았다. 메뚜기와 누에번데기 외에 과학적 안전성 입증을 거쳐 한시적 식품 원료로 인정된 곤충은 두 애벌레가 처음이다. 이어 올해 6월과 9월엔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귀뚜라미도 한시적 식품원료로 추가 인정받았다.

농진청은 이들 곤충을 식품원료로 인정받기 위해 ‘식용곤충 분말 제조조건’을 확립했다. 그 과정은 절식→ 세척→멸균→세척→동결건조의 순으로 이뤄진다. 또한 식용 곤충에 대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3대 영양소와 무기질, 아미노산, 지방산 조성 등 영양성분을 분석해 대표물질로 올레산(갈색거저리-oleic acid, 16.15g/100g 함유)을 선정했다.

△식약처로부터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장수풍뎅이 애벌레, 갈색거저리 애벌레,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좌측부터)

갈색거저리 애벌레(고소애)는 구성 성분 분석 결과, 단백질 53%, 지방 31%, 탄수화물 9%의 비중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총 지방산 중 75% 정도로 많았으며,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올레산은 100g당 14∼17g이 함유돼 있다. 무기질 중 인과 철이 풍부하고, 비타민은 B3와 B5가 많다.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꽃벵이)는 단백질 58%, 지방 18%, 탄수화물 17%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이 총 지방산 중 77%, 올레산은 100g당 약 8∼14g이 들어있다. 구성아미노산 중에는 글루탐산과 프롤린이, 무기질 중에는 인과 칼륨이, 비타민 중에는 B3와 B9가 많이 포함돼 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는 단백질 38%, 지방 29%, 탄수화물 26% 등으로 이뤄졌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총 지방산 중 58%, 올레산은 100g당 약 13∼18g이 함유돼 있으며, 구성아미노산 중에는 글루탐산과 프롤린이, 무기질 중에는 마그네슘과 칼륨, 비타민 중에는 B5와 E가 각각 많이 들어있다.

귀뚜라미 건조 분말은 단백질 64.4%, 지방 14.4%, 탄수화물 13.3%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감칠맛 대표성분인 글루탐산 함량도 13.8%로 높다. 특히 발린, 루이신, 이소루이신이 해당되는 분지 아미노산(branched chain amino acid)도 17.3% 함유됐으며, 주요 무기질인 칼슘과 인 함량이 높고, 비타민 D, B1, B2도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영양분석 외에도 중금속, 병원성세균, 곰팡이 독소, 잔류농약 등 유해물질 및 알레르기 분석은 필수다. 독성평가는 복귀돌연변이, 체외염색체이상, 체내소핵시험 등 유전독성과 단회 및 4주, 13주 반복 경구투여 독성시험 등 일반 독성 평가를 통해 인체에 해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이어 가공식품으로 제조하기 위한 요건인 제형과 포장용기, 재질, 포장방법, 표기사항과 유통기한 설정 연구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농진청은 식용곤충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능성 및 메커니즘을 분석해 항비만, 항치매 등의 효능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농진청 유해물질 등 과학적 안전성 입증·분말 제조조건 확립
거부감 줄이게 애칭 붙이고 조리법·메뉴 개발로 소비 확대  

◇ 쿠키에서 요리, 환자식까지 곤충 식용화 본격 시작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 칸 사람들이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블록을 주식으로 먹었던 이야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곤충이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되면서 미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들 곤충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갈색거저리·흰점박이꽃무지·장수풍뎅이의 애벌레와 귀뚜라미를 이용한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과 차와 함께 곤충 쿠키, 비스킷 등을 판매하는 카페가 성업 중이다.

△곤충에는 인간에게 이로운 다양한 물질들이 포함돼 있다. 이를 활용한 제품들이 미래 가공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앞서 농진청은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대국민 공모를 통해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고소애’로,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꽃벵이’로 예쁜 애칭도 붙여줬다. 이와 함께 이들 식용곤충의 소비 확대에도 발 벗고 나섰다. 식용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과 메뉴를 개발했으며, 특히 곤충이 가지고 있는 높은 함량의 단백질과 무기질 등을 활용해 음식 섭취가 어렵거나 소화력이 약한 환자를 위한 특수의료용 식품도 개발해 내년엔 환자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는 트렌드 세터(trend-setter)들을 중심으로 육류에 비해 고품질의 저지방 단백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곤충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곤충이 우수한 단백질 섭취원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식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ood Quality and Preference’ 잡지사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육류 소비자 5명 중 1명은 곤충을 자신의 주 음식으로 채택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여성보다 남성이 2.17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곤충섭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은 육류 소비에 익숙하고 애호하기 때문에 곤충식품산업이 헤쳐 나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따라서 당분간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없는 트렌드 세터들이 곤충식품시장의 주 타깃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식품원료로 곤충이 한시적으로 인정되면서 이를 활용한 음식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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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명 2016-02-13 00:23:23
관심이 있어서 읽었읍니다
잘 읽어보고 사업을 해도 좋은가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