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는 판도라의 상자인가⑥-인간의 의도적 유전자 변이의 역사의 길이는 길다ⓑ
GMO는 판도라의 상자인가⑥-인간의 의도적 유전자 변이의 역사의 길이는 길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1.1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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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의 합리적 식품생각법]GMO 합리적 판단 가능할까?(12)

● 인공선택에 추가해 인공교잡이 실시됐다.

좋은 씨를 선발하는 것에서 좋은 씨가 만들어지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유전자를 교환시키는 방법이 근세에 개발됐다. 이를 교배육종 또는 교잡육종이라고 한다.

작물 육종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 이 인위적인 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일 것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에서 유전의 특성을 이해한 덕분에 자연에서는 얻기 힘든 특성을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얻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벼를 통한 녹색혁명이 이런 교잡육종을 통한 것이다. 식물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이런 인공교배가 많이 시도됐다. 지금의 애완견은 대부분 200년 이내 인위적 교배와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2년 안에 당신이 원하는 어떠한 비둘기라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성행했던 육종의 붐이 있었는지 모른다. 신대륙을 탐험해 신품종을 찾아도 영웅이었고, 무차별 교잡을 통해 신품종을 만들어도 영웅이 됐다.

현재 GMO은 사소한 점돌연변이고 그때의 변이는 외형자체마저 완전히 달라지는 거의 인공 생물의 창조기술이었다. 애완견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괴한 육종에 의해 창조된 인공품종이다. 그래서 혈통 증명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200년 전 서구에서 일어난 원예와 동물에서의 육종의 시도는 사실 잔혹한 측면도 많았다.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상상력도 가능했던 것이다.

통일벼 젖소 닭 등 교배육종으로 생산성 증대
GM 기술은 육종 비해 말만 많고 성과 미미

사실 최근 육종은 외모는 무시하고 극한 생산성의 증대방안이었다. 국제 옥수수 및 밀 육종 센터(IMWIC)가 멕시코의 식량 자급을 돕기 위해 1943년부터 생산성을 높인 밀을 육종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까지 수천 가지의 새로운 밀이 탄생했다.

멕시코는 이모작이 가능한 기후 덕분에 교잡에 필요한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연구가 진행됐고 여기에서 개발한 새로운 밀들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됐다. 특히 유전학자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는 생산성이 특출하게 높으면서도 길이가 짧고 단단해 이삭이 커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왜소종 밀’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으로 그는 1970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이 왜소종 밀은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밀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1961년부터 1999년까지 중국의 밀 수확량이 여덟 배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품종 개선 등으로 인해 북미 농장의 평균 수확량은 1세기 전보다 열 배 이상 늘어난 원동력이 됐다. 1만 년 전부터 재배한 밀은 아주 천천히 변해왔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변화를 능가하는 변화가 최근 50년만에 일어났다.

다른 작물뿐 아니라 닭도, 소도, 우유도 그런 동물의 산물이다. 계란 역시 생산량을 3배 늘린 품종에서 나온 것이다. 보통 사료를 10kg 이상 먹어야 고기 1kg이 되는데, 닭은 얼마나 개선에 개선을 했으면 불과 3kg 사료로 1kg의 체중이 된다. 인간이 평생 체중의 1000배의 음식을 먹는 것에 비하면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개량인 것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단일 품종으로 개량된 닭은 야생 조류들에겐 별 다른 영향이 없는 조류인플루엔자에 몰살당하는 것이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 역시 가히 기계 수준이다. 하루에 최대 58kg, 200ml 우유팩 290개 분량이라니 최초 낙농을 시작한 조상이 보면 요즘 젖소는 신이 나중에 따로 창조한 생물이라 할 것이다.

인간의 GM 기술은 이런 육종 성과에 비하면 말만 시끄러울 뿐 막상 결과는 초라하다. 야생 옥수수에서 현재 옥수수로 육종한 기적에 비하면 아직은 유치한 수준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작물은 이미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품종을 개량해 자연과 완전히 동떨어지게 개량된 식물이다. 이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는 자연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이것은 GM이 아닌 모두 다 안전하다고 여기는 육종 기술이다.

   
 
※최낙언 이사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1988년 12월 제과회사 연구소에 입사해 기초연구와 아이스크림 개발 업무를 맡았으며, 2000년부터 향료회사 연구소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현재 (주)시아스에서 근무 중이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맛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감칠맛과 MSG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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