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논의②-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148>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논의②-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14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6.2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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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 계기 도입 논의 활발
식품 만일의 사태 대비 행정기관 연구 필요

△김태민 변호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 인해 국민적 공분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까지도 이 문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기업 등의 반사회적 이익활동이나 고의 또는 악의적인 경쟁질서 위반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피해 구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법원이고, 관련 법령의 해석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처벌 강화대책보다는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기업에 입증책임을 부여해서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실제 소송을 수행하면서 피해자인 소비자가 피해 자체를 입증해야 하는데, 제품의 위험성 등에 대한 정보를 생산자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변호사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환경, 식품 등의 분야에 있어서는 이런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과학적인 기초지식과 실무 능력이 있더라도 수 만가지 종류의 제품에 대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소비자나 변호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문제 제품의 제조공정 또는 자체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 1만3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비록 실제 참여자는 1545명에 불과하지만 의미있는 자료라고 생각된다.

일단 전체 응답자중 91.7%에 해당하는 변호사가 제도 도입에 찬성했으나, 전면도입보다는 개별적으로 특별한 손해배상분야에 규율하고 있는 특별법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도입하는데 찬성한다는 의견이 55.9%로 더 많았다. 분야에 대해서는 환경, 제조물책임, 노동, 증권, 인권 등의 순으로 시급성을 판단했는데, 식품분야는 제조물책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배상범위에 대해서는 통상손해의 10배가 넘어야 한다는 의견이 31.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도입에 대해서 찬성하는 법률가들조차 영미법계에서 발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는 필요하지만 도입에 대해서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예상이 든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이미 부당이득환수제와 같이 변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고는 있으나, 실제로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형해화(形骸化)될 우려가 많다. 다행스럽게 지금까지는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범죄행위가 식품분야에는 없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항상 대비해야 하므로 관할 행정기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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