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위생관리의 영원한 숙제 ‘문제 따로 대책 따로’ 엇박자 행정
학교급식 위생관리의 영원한 숙제 ‘문제 따로 대책 따로’ 엇박자 행정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9.26 0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3>
학교급식 ‘직영’ 전환해도 안전성 보장 안 돼
급식 사고 관련 엉뚱한 대책이 문제 유발

학교급식을 통한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가 잇따라 나타나 여름철 급식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2016년 8월 60여 명의 학생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호소한 부산 동구 A고교를 비롯, 전국적으로 700명이 넘는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또한 정부가 최근 전국 151개 학교급식 식자재 제공업체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76개 업체가 위생 상태 불량으로 적발됐으며, 식재료 입찰과정에서 담합이 판치고 학교장과 영양사를 상대로 뇌물이 상습적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이번 식중독 사고는 무더위에 증식이 활발한 ‘병원성대장균’이 원인이라 한다. 교육 당국은 원인을 ‘폭염’으로 꼽았으나 폭염은 촉매일 뿐 ‘예고된 인재’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가 한해 초·중·고 학교급식에 쏟아 붓는 돈은 5조 6000억 원대다. 이 돈을 쏟아 붓고도 저질급식에 수백 명의 집단식중독 사건 등 ‘급식대란’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

“밥 굶는 것이 나라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도둑이 많아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도 많은 학교급식 식중독사고가 있어 왔으며, 이번에도 발생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항상 그렇듯 ‘문제 따로, 대책 따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급식 식중독사고였던 1977년 9월 16일 초등학생 7872명이 학교급식용 크림빵을 먹고 일제히 황색포도상구균 식중독에 걸렸다. 이중 10살짜리 어린이는 급성신부전증으로 숨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을 실시하던 1456개 학교 가운데 1244개교의 급식이 중단됐다고 한다.

인절미 떡을 먹고 목에 걸려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떡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당시 대책은 한심하게도 ‘무상급식 중단’이었다. 식중독 막으려다 졸지에 급식이 끊겨 굶어 죽게 생긴 것이다.

약 10년 전 2006년 6월에도 우리나라 급식 사상 최대 규모인 2주간 3000명이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원인은 C위탁급식업체의 부적절한 식재료 공급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사태의 본질인 ‘식재료 공급 및 급식소에서의 안전한 보관과 조리’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당시 시민단체부터 정치권까지 똘똘 뭉쳐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위탁’을 ‘직영’으로 전환한 것이 주 대책이었다. 그 결과 학교급식을 주된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던 위탁급식업체들은 순식간에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영양사가 위탁급식회사에 직원으로 있으면 안 되고, 학교에 교사로 있으면 안전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미생물인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는데, 이와 무관한 친환경농산물, 우리농산물, 로컬푸드가 대안으로 받아들여져 원가만 올리는 꼴이 됐다. 단가는 한정돼 있는데, 무슨 수로 유기농을 납품하겠는가? 속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급식대란은 직영체제에서 식재료 납품업체와 학교장, 영양사 등이 비리를 일으킨 것이다. 즉 직영체제 학교급식이 안전문제 해결의 대책은 전혀 아니었다. 안전성 확보는 위탁·직영 급식형태와 무관하며 식재료, 작업자, 조리 시설 및 환경의 위생관리를 전문성 있고 책임감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고 발생 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문제만 발생하면 파리떼처럼 이해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줄을 대고 모여들어 원하는 걸 얻어가기만 한다.

지금까지 급식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엉뚱한 대책들이 채택돼 왔던 것이다. 이번 급식사고도 예견된 인재였고 아마 조만간 다시 터질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우리나라 식품안전 사고는 매 번 “본질 따로, 대책 따로”이기 때문에 해마다 유사한 사고와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틀림없이 본질과 달리 이익단체의 요구를 끼워 넣은 미봉책으로 대책을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정부 정책은 사후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엉뚱한 끼워넣기식 대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책입안자나 이해관계자의 책임을 묻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