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4차 산업혁명 시대 식품 규제 합리적 정비를
[특집]4차 산업혁명 시대 식품 규제 합리적 정비를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6.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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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안전에 한정…품질·영양 등은 민간 이양을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식품음료신문 공동주최 ‘식품산업 규제 해소와 안전관리 방안’ 세미나 및 토론회

△식품산업 규제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합리적 규제 관련 세미나에는 600여 명이 참석해 회의장을 빼곡히 메웠다.

가공·냉동·유통 등 국내 식품산업의 기술은 꾸준히 발달하고 있음에도 정부 규제는 여전히 과거 기술 수준에 얽매어 있어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규제는 식품안전을 기본으로 질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계의 지침서가 돼야 함에도 오히려 업계 발목을 잡아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식품이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면서도 산업계의 기술혁신 노력이 저해되지 않는 규제 합리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고려한 규제 정비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각 부처간 산재해 있는 중복 법률은 통합하고 시대와 업계 현실을 고려한 탄력적인 법 개정은 물론 안전 부분을 제외한 효과, 품질 기능성 등은 민간 주도로 이뤄지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공통된 중론이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본지 공동 주최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식품산업 규제 해소와 안전관리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이광호 한국식품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식품산업 규제는 사회·경제·행정적 규제로 나뉘며 농식품부와 식약처, 해수부, 산업부, 복지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하위 법령을 통해 다루고 있다면서, 대부분 규제가 법률이 아닌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에 의해 규제되고 동일 식품에 대해 여러 부처가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식품산업의 경우 일반 규제와는 달리 일상성과 민감성, 유해성, 이해갈등 등의 특징을 보이며 대부분 사회적 규제에 해당됨에 따라, 비용편익을 우선시하는 타 산업과 달리 안전을 먼저 고려하므로 경제성 확보가 산업 활성화를 담보하지 못하는 특성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이군호 본지 발행인
또한 대기업 위주로 생산이 이뤄져 규제 대부분이 대량 생산 공정 중심이며, 새로운 방향의 융합산업이라든지 소규모 맞춤 식품 생산 등 변화하는 현실 반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입식품 증가로 인해 산업보다는 식품안전에 민감한 소비자 요구 중심이며 새로운 위험물질 발견에 따른 안전관리 규제 도입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식품산업 관련 규제 특징에 대해 정부 업무편의를 위한 행정 위주며 산업 현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확실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제기준에 맞지 않거나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의 수정도 필요하며, GMO표시제 등 공공적 압력에 의해 도입되는 제도는 물론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자가품질검사’ ‘이물 신고제’ 등 특정 이슈 발생 시마다 도입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발목 잡아 성장 저해…산재된 법 통합 현장 특성 반영·산업 활성화 해야
식품 가공·냉장·유통 기술 시대적 변화 반영 못 해  

 

△이광호 부회장

그는 또 “식품표시의 경우 국민 안전을 고려해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이 옳지만 우리나라는 부처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며 “기준 변경 시기도 6개월에 한번 가량 이뤄져 업계에선 포장재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IT,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식품산업에서도 가공·냉장·유통 기술 등이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규제는 과거 기술력에 머물러 시대적인 반영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규제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고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이 부회장은 ‘합리화’를 강조했다.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면서도 업계의 기술 혁신 노력이 저해되지 않도록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 일방적인 규제 완화가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한 효율·효과적인 규제가 전제 조건.

또한 대부분 중소규모인 식품산업 특성을 반영해 대량 식품가공업체 관리 중심에서 소규모 기업 수준의 규제가 검토돼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식품·영업 특성별 생산 규모에 맞는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현재 제조·가공한 식품에 대한 규제가 집중돼 있는데, 농축수산물 등 원료 안전관리 강화도 동시에 고려하는 규제 방향 전환도 필요하며, 생산자나 종사자에 대한 안전 문제 교육 등을 통해 사전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양성분 표시사항 관련 행정처분 규제 등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없을 경우에는 ‘처분’ 위주에서 재발 방지·시설 보완 독려 등 ‘지도’ 우선으로 정책 방향이 전개돼 업계의 자율성을 키울 행정적 조치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올바른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선 소비자 입장과 기업 입장이 조화가 된 규제의 합리화가 절실하며, 새로운 융·복합 산업을 위한 규제 재정비도 시급하다”며 “모든 것은 변한다. 규제와 완화의 균형적인 발전을 통해 안전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현명한 행동이 보다 나은 식품산업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산업 융복합-소비자·기업 입장 조화 이룬 규제 필요
포장 기준 6개월마다 변경…업계 포장재 처리 부담
안전과 관련 없는 위반사항 처분서 행정지도 전환을 

△하상도 교수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기업을 자동차로 비유했을 때 도로 등을 만드는 것이 진흥이라면 규제는 도로 위를 차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신호등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신호등이 없으면 도로 위는 무법천지가 되지만 너무 많으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어 이를 잘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제한 뒤 행정가의 유연성있는 법과 제도가 바람직한 규제의 미래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농수산물품질관리 등 유사한 기능의 중복적 법은 통합하고, △식품표시법 △수입식품안전관리법 등 시대가 요구하는 법을 제정하며, △건강기능식품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 등 임무를 다한 법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골자인 제조물관리법(PL : Product Liability) 시행에 따라 줄곧 제기됐던 글로벌 식품안전관리 방향에 맞춘 생산자 책임 강화의 필요성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 교수는 “모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정부 규제는 안전에 한정하고 ‘품질’ ‘영양’ ‘식생활’ 등 관련 사항은 대폭 완화 또는 민간에 이양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시장에 맡기며 감시와 범법자에 대한 처벌로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 교수는 식품산업진흥과 식품안전 기능이 분리돼 상호 협력·견제하는 상황에서 안전관리 행정체계에 힘을 실어 업무의 효율화를 꾀하고, 위탁하는 원료단계 안전문제의 원천적 해결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식품안전관리 정책 패러다임이 기존 관리자·생산자 중심에서 시장·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점은 올바른 방향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공평하게 전략적인 식품안전행정을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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