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이물 절반 감소…“제도 폐지” vs “현행 유지” 팽팽
7년 만에 이물 절반 감소…“제도 폐지” vs “현행 유지” 팽팽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7.2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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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글로벌 식품환경 조성을 위한 수요포럼’ -이물제도 긴급 진단-
제조 단계 이물 14% 불구 업체 책임으로 몰아 문제

19일 본지 주최 ‘수요포럼’에서 현행 이물제도에 대해 업계, 소비자, 학계, 법조계, 정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 진단 토론이 개최됐다. 업계는 국내 이물관리제도가 본격화된 지난 2010년과 비교해 HACCP 등 표준화된 식품안전시스템 구축으로 현재 이물건수는 45% 이상 감소한 수치를 이유로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 및 정부는 이물건수 감소는 의무화라는 법 자체가 업계 자정작용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며 유지를 내세우며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부의 이물 관련 피드백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행정처분 역시 경미한 경우라면 구두경고 및 행정지도 등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간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며, 담당공무원들의 역량이 문제가 되는 만큼 제3의 이물관리센터 설립도 논의됐다.

△김민규 센터장
■김민규 CJ제일제당 식품안전센터장=현행 이물관리체계는 식품안전과 직결되지 않은 이물에 대한 조사로 행정적·금전적 낭비가 발생되고 있어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하다.

올해 식약처에서 이물 혼입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오인신고(14.6%)와 판정불가(44.5%) 및 조사 자체가 불가능(31.1%)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단계는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최근 고도화된 식품 제조공정 및 환경, 사전 안전관리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생산, 유통, 소비 단계에 대한 구분 없이 발견한 이물은 모두 제조사의 책임을 전제로 신고하고 있다.

또한 개정된 고시에 따라 소비자 단계에서의 조사가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제조사의 인식과 불신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인데, 기업도 소비자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제조사들은 이물제도 시행 이후 금속검출기, 엑스레이 프루프 검사, 광학선별 조사 등 사전 예방을 철저히 하고 있다. 현재는 HACCP, FSSC22000 등 표준화된 식품안전시스템을 구축해 이물 신고의 절대적 수치도 ’10년에 비해 45% 이상 감소하는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제조공정이 자동화 되지 않는 한 ‘이물 제로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머리카락이나 비닐 등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물도 혼입 판정 시 1차 시정명령, 2차 위반 시 품목제조정지 등 처분을 받고 있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

위해 이물 발견에 따른 처벌은 당연하지만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을 경우에는 소비자기본법 및 제조물책임법 등을 통해 경미한 제조 실수에 대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해주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업계에서도 자율적으로 CCM(소비자 중심 경영 인증제도)을 취득하고 운영하고 있어 위해가 없는 이물에 대한 구제와 피해보상은 이런 제도를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물관리제도는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이 시급하다.

이물보고 제도는 폐지하고 업계 자율적인 관리로 운영하되, 치명 이물에 대한 행정처분은 유지해 이물 관리와 개선 및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이물 혼입에 대한 행정처분기준 역시 위해성을 중심으로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김태민 변호사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변호사=국내 이물관리제도는 식약처 공무원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당 공무원 판단에 의해 기업의 행정처벌이 결정되고, 소비자 역시 이물로 인한 실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유통단계의 문제라고 결론지으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식약처 공무원들은 이물 전문가가 아니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가장 어려운 점이 이물관리다. 관할 업체 조사 시 이물 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이물 신고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갈 때마다 결과를 못 찾게 되면 편의를 봐준다는 오해 소지도 있다.

그동안 식약처의 체계적인 관리로 이물신고 건수가 상당부분 감소했으나 이제는 정부에서 관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앞으로는 전문가들을 양성해 단순 관리 범위를 줄여나가는 것이 아닌 관리를 대신할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소비자와 기업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전문 중재기관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행정처분 역시 문제다. 시정명령이 가장 경미한 처벌인데, 사실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처벌을 받게 되면 식약처 홈페이지에 등록돼 언론에 보도되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경미한 경우 구두경고 및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무조건 이물을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이물분석기관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소비자 탓만 할 수는 없다. 소비자가 이물분석을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갖춰지는 것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

경미한 사안은 처분보다 소비자 피해 구제가 바람직
정부 관리 수준 넘어…소비자-기업 연결 중재기관 필요 

△이향기 부회장
■이향기 소비자연맹 부회장=현재 이물건수 감소는 의무화라는 제도적인 면이 업계 자정작용을 가져온 것으로 이물신고제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물 관련 피드백은 부족하다. 단순 처벌에만 그치기보다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이 이물에 대한 안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물관리제도의 궁극적인 목표인 만큼 ‘어떻게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을 것인가’ ‘업계는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요구된다.

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은 이물제도의 폐지와 자율 관리다. 식품산업은 80% 이상이 영세기업으로 구성돼 이물 분석, 판별,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 심지어 대기업조차 이물 출처, 특성, 제어방법, 검증 등 정확한 이물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따라서 이물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작년 식품정보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조단계에서 금속 관련 이물 검출은 8.1%로 나타났다. HACCP 인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운용은 안되는 것 같다.

또한 기업에선 제3의 기관에서 이물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기관 설립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동안 소비자단체가 이러한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자료를 제출해도 담당 공무원들은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확인 이물’이 46% 이상에 달한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정부는 이물 혼입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업계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신뢰감을 줄 필요가 있다.

현재 이물관리는 사전예방·사후관리 모두 부분에서 매우 미흡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의 전문성 강화 및 재발 관리를 위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작년 소비자 식품 불만 사례 1만2412건 중 이물 관련 사항은 2496건으로 전체 중 20%에 해당한다. 과자, 분유 등 식품류에서 이물 발생률이 높았고, 주로 벌레류에 대한 신고가 가장 많았다. 신고 발생 건수가 많은 시기는 8월~9월이다.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업계는 보다 철저한 이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

△김일근 부장
■김일근 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지난 2월 식약처에서 발표에 따르면 이물신고 건수가 지난 2010년에 비해 절반정도 줄었다. 이물사고 감소는 정부의 관리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물은 기업들의 노력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물사고는 대부분 소비 유통 단계, 오인 신고 등이 절대 비중을 차지함에도 결국 모든 화살은 제조사를 향하고 있다.

기업들은 산업현장에 최첨단 설비를 도입해 사전 예방에 애를 쓰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는 협력사 관리도 철저하게 수행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기업의 문제는 협회에서도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숙제다.

정부의 행정처분도 지나친 경향이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마련돼 소비자 피해를 최대한 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완전무결한 이물 관리는 불가능하다. 제도적 차원에서 합리적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

건수 줄었는데 정부 지나친 관여…신고 절차 강화를
대기업-中企 시스템 차이 커…영세 기업 이물은 숙제
현행 이물 관리 사전 예방·사후 관리 미흡…보완돼야   

△김명호 과장
■김명호 식약처 식품안전관리과장=작년 이물보고 건수가 전년대비 50% 감소했다. 올해는 3000건 이하가 예상된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도의 역할이 큰 만큼 제도는 유지하는 것이 옳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식품산업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스템적 차이가 크다. 대기업은 최첨단 설비를 갖춰 효율적인 이물관리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현장에 가보면 생산 공정 전반에 걸쳐 허점이 굉장히 많이 노출돼 있다. 이들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도 제도는 필요하다. 대기업은 현재 하던 대로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행정처분은 안전과 무관한 이물의 경우 처벌기준 완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제3의 이물관리센터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지만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방안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신고건수가 높은 살아있는 벌레의 경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중앙대 교수(좌장)=10여 년 전에는 이물 사건이 너무 많아 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기업들도 자체적인 노력과 R&D가 뒷받침되면서 이물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너무 많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여전히 이물보고 건수는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이는 정말 우리 식품의 수준 문제인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는데,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경미한 것까지 보고하고 있다.

사실 이물신고는 절차가 너무 쉽다. 식약처에 전화 한 통이면 별다른 증거가 없어도 신고가 된다. 신고자에 대한 정보나 증거 제출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허위·오인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라 본다. 신고 절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허위 신고 등을 막는 노력이 요구된다.

[청중의견]

기업만 불리…소비자 실수 인정하는 환경 조성도
단순 이물은 분리 양자간 합의에 맡기는 지혜 필요
이물 관리 모범 사례·블랙컨슈머 매뉴얼 제작 도움


△구원회 센터장
구원회 샘표 식품안전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이물신고 시 원인규명이 힘든 경우에도 제조사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측면에서 이물의 범위를 위해도가 큰 이물과 그렇지 않은 것들로 합의해 구분한다면 효과적인 이물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 센터장은 “정부도 과학적인 판단보다는 국민의 안심을 위한 정책에 편중돼 있어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적어도 이물에 있어서는 과학적인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상무
이정근 농심 상무는 “이물제도는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이물 발견 시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대다수 소비자들은 기업이 이물 감소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기업들도 소비자의 감정적인 부분까지 염두한 이물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최근에는 소비자 의식도 상당부분 개선돼 이물 발견 시 본인 실수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업 역시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의 방향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향기 부회장은 “기업에서는 인체 위해 유무를 따져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인체에 무해한 이물이 어디 있는가? 비닐도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하다”면서 “어떤 것이 위해하다, 위해하지 않다에 대해 구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일근 부장은 “정부가 이물관리 우수사례, 모범사례와 블랙컨슈머 등 정보를 업계, 소비자와 공유하는 매뉴얼을 제작했으면 한다”며 “현재는 기업과 전문가를 위한 매뉴얼은 있지만 소비자를 위한 자료도 준비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보다 높이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제안했다.

△이군호 대표
하상도 교수는 “우리나라는 HACCP이라는 선진화된 시스템이 있음에도 유용하게 써먹지 못하고 있는 같다”며 “HACCP은 최신 기법으로 이물관리가 가능하다. 이물보고제도를 폐지한다면 HACCP제도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본지 이군호 대표는 이물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면서도 제도가 순기능과 역기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노력으로 이물신고 건수가 현저히 감소한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중소기업간 규모나 시스템적 면에서 차이가 크다. 이물 건수로만 따지면 대량 생산기업에서 더 많이 발견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정량만을 따진다면 대기업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단순 이물의 경우는 기업 책임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주최 ‘수요포럼’에서 업계, 소비자, 학계, 법조계, 정부 등 전문가들이 모여 이물관리제도에 대해 긴급 진단 토론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각계를 대표해 이물관리제도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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