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 Ⅱ]하늘 위의 만찬 ‘기내식’
[창간 21주년 특집 Ⅱ]하늘 위의 만찬 ‘기내식’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9.1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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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도 식후경…항공사별 메뉴·맛 경쟁 후끈

여행을 떠나며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음식은 여행에 있어 가장 큰 추억거리로, 여행 여정 중 감칠맛을 더한다. 우리나라는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연간 출국자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여행객들이 해외에 도착하기 전 가장 먼저 접하는 음식이 기내식이다. 실제 여행국 중에는 항공편을 결정하며 기내식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기내식 개발은 일반요리 개발과정에 비해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상당히 까다롭다. 기내식은 조리 후 4℃까지 급속 냉각시켜 48시간 내 기내에서 재가열해 제공되나 이 과정에서 조리 당시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상공에서 승객은 압력을 느껴 미각이 30%가량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R&D를 통한 다양한 메뉴 개발뿐 아니라 철저한 식재료 품질 관리에 만전을 가하고 있으며, 기내식 케이터링 업체와 손을 잡는 등 한식은 물론 세계 각국 요리부터 간편식 등 차별화된 메뉴로 여행객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대한항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비빔밥’일 정도로 특화된 한식 기내식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의 비빔밥은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한식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 국내 최대 규모의 기내식 공장을 두고 싱가포르항공, 에어프랑스, 브리티시에어 등 49개 항공사에 기내식을 공급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기내식 공장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HACCP 업소로 지정받았으며 인하대 부설 식품안전연구센터를 설립해 기내식 원재료부터 제조,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생산공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메뉴도 다양해 제주 한라산 제동 목장에서 사육한 한우와 토종닭을 사용한 ‘제동 등심구이’ ‘제동갈비’ ‘제동 닭요리’ ‘제동 삼계백숙’ 등 친환경 웰빙 메뉴부터 비빔밥, 동치미국수, 게장덮밥, 갈비찜, 불고기 덮밥 등이 있다. 또한 삼각김밥, 컵라면, 피자, 막걸리쌀빵을 비롯한 다양한 스낵류도 제공한다.

기내식은 하루 평균 1400종류가 제공되며 최고 인기 메뉴인 비빔밥은 하루 생산량이 약 3600식에 이른다.

대한항공 기내식 공장…한식 등 1400종 49개 사에 공급
아시아나 독일 업체에 위탁…장거리엔 ‘크루 셰프’ 서비스
  

아시아나항공은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계열 LSG스카이셰프가 기내식 케이터링을 전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은 프리미엄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미주, 유럽 장거리 상용노선에 ‘온보드 크루 셰프(On Board Crew Chef)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 서비스는 기내에서 셰프가 직접 조리한 기내식을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에도 추가했다.

메뉴는 카나페와 전채 요리, 메인 요리, 디저트 순으로 구성됐다. 각 코스별로 어울리는 와인도 함께 곁들일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한식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된 한국의 미와 맛을 적극 알리기 위해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복려 원장의 ‘궁중음식 연구원’과 제휴해 퍼스트클래스에는 ‘궁중정찬’을 제공하고 있다.

궁중정찬은 아시아나항공만의 한식서비스로 서울 출발 미주, 유럽 장거리 노선에서 이용할 수 있다. 메뉴로는 △궁중 섭산적 더덕구이 반상 △궁중 송이 버섯 산적 반상 △궁중 쇠갈비 쌈상 △궁중 삼미쌈밥 반상 △궁중 전복 삼합찜 반상 △궁중 도미 맑은탕 반상 △궁중 쇠고기전복 맑은탕 반상 등 10개다. 또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쿠치나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양식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자체 교육을 통해 27명의 크루 셰프를 양성했으며, 올해부터 이들을 포함한 총 32명의 기내 셰프들이 온보드 크루 셰프 서비스에 투입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기내식 사업 파트너인 LSG스카이쉐프와의 기내식 사업이 만료되며, 내년부터 2048년까지 게이트고메스위스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게 된다.

대부분 유료로 기내식을 제공하는 LCC(저비용항공사) 역시 기내식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제선에서 사전주문 기내식을 판매하고 있다. 출발일 5일전까지 홈페이지와 담당콜센터를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메뉴로는 일본식 퓨전 간편식인 햄 오니기리 ‘무스비’를 비롯해 △후라이드 치킨과 하이네켄 맥주로 구성된 ‘치맥 세트’ △와인과 스파게티, 스테이크가 함께 제공되는 ‘스테이크와 레드와인’ △불고기, 익힌 채소가 함께 플레이팅 된 ‘불고기 덮밮’ △치킨너겟, 볶음밥, 스낵박스가 제공되는 키즈밀 ‘꾸러기 도시락’ △샐러드, 과일 등으로 구성된 건강한 식단 ‘저칼로리 도시락’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또한 기내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판매하는 에어카페에서는 아이스크림, 과자 육포, 음료수, 컵라면 등 즉석식품도 마련돼 있다. 이중 컵라면은 지난 1월 한 달간 전체 판매량의 22%인 1만300여 개가 팔렸다.

저가 항공 불고기덮밥·일식도시락 등 다양한 메뉴로 승부
제주·이스타항공 등 대부분 유료…진에어·에어부산은 무상 
 

진에어는 아직까지 기내식 유료화를 검토하지 않고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표 메뉴로는 △크로와상 샌드위치 △삼각김밥 △영양찰약밥 △떡갈비 등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지니 키즈밀’도 있다. 어린이 기내식을 국내 LCC 최초로 지난 2013년 3월 론칭한 진에어는 현재 한국 출발편에서 스파게티와 포도쥬스 등을 제공한다. 해외 출발편에는 불갈비치즈버거와 요플레, 감자튀김 등의 메뉴가 있다.

이스타항공은 차별화된 메뉴로 ‘쭈꾸미덮밥’ ‘소고기 타다끼 샐러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치킨너겟 볶음밥 △틸라피아생선간장찜 볶음밥 △연어 베이글 샌드위치 △스모크 치킨 샐러드 △단호박 샌드위치 △유부초밥 세트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이중 ‘불고기덮밥’과 ‘닭볶음덮밥’은 베스트셀링 메뉴다.

티웨이항공은 영양 불고기, 산채 비빔밥, 굴소스 해물볶음 등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많은 22개 기내식 메뉴를 갖췄다. 최근에는 대표 간식 메뉴인 떡볶이와 김말이, 어묵으로 구성된 ‘한입 쏘옥 분식세트’도 선보여 여행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어부산은 일본 후쿠오카 노선을 제외한 전 노선에서 기내식을 무상으로 제공 중이다. 메뉴로는 △로제 치킨 볶음밥 △햄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 △해물볶음밥 △매콤 갈비 볶음밥 △오색나물 비빔밥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오색나물 비빔밥은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에어서울은 △신선한 샐러드와 계절 과일로 구성된 ‘건강도시락’ △다양한 초밥에 생선찜이 곁들여진 ‘일식도시락’ △크림치즈와 햄, 토마토, 로켓을 채운 ‘베이글 샌드위치’ △닭고기찜과 밥으로 구성된 ‘보양 닭찜’ △고소한 흰살 생선 튀김과 프렌치프라이의 ‘피시 앤 칩스’ △어린이를 위한 ‘볼로네즈 스파게티’ 등을 기내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특히 안심스테이크는 국내 항공사 유일하게 정통 호스래디시 소스의 스테이크를 구현했다.
 

▨ ‘알쓸신잡’ 기내식 히스토리

1919년 런던~파리 노선서 처음 제공
아메리칸 에어라인 1945년 위탁 생산

기내식을 최초로 제공한 곳은 1919년 8월 런던~파리 정기 항공노선에서 샌드위치, 과일, 초콜릿 등을 담은 종이상자였다. 당시 비행기 안에는 현재와 같은 주방 시설이 없어 중간 기착지인 공항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했다.

비행기 안에 최초 주방을 설치한 곳은 유나이티드항공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1936년 주방 엔진의 열을 이용한 가열 장치를 설치했다. 1945년에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의뢰로 호텔 기업 메리어트(Marriott)가 정형화된 조리법을 만들어 기내식을 공급하는 전문 케이터링 회사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1969년 대한항공이 국제항공노선에 취항하며 기내식을 시작했다. 샌드위치와 음료 등을 실어 승무원과 승객들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1975년부터는 국내에 운항하는 외국항공사들을 대상으로 기내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대한항공이 비빔밥을 최초로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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