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빠진 대한민국, 누명을 밝힌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95>
라면에 빠진 대한민국, 누명을 밝힌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95>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1.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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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소득 수준과 무관한 전국민 애용 식품
“건강 탓은 그만”…프리미엄 제품 종주국 되길

대한민국 국민들은 겉으로는 신토불이, 쌀(米)이 최고라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밀가루로 만든 면(麵)에 빠져있다. 작년 라면을 제외하고도 1인당 연간 소비량이 67그릇, 1인당 5일에 한 번씩 면류를 먹었다고 한다. 라면은 이 보다 더 먹는다. 라면까지 합치면 매주 3번 정도는 면을 먹는 셈이다.

△하상도 교수
농식품부와 aT 발표에 따르면 작년 국내 라면수출은 3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주요 수출국은 중국(25.9%), 미국(12.3%), 일본(6.6%), 대만(5.6%), 호주(4.4%) 등이었고,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라면 시장규모(소매시장 기준)도 포화상태라는 우려와는 달리 2조 원을 넘어 전년대비 10.3% 증가하며,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봉지라면이 3분의 2로 대부분이며, 용기면(컵라면)이 나머지 점유율을 차지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고 한다.

프리미엄 라면의 성장과 함께 비빔면과 짜장라면 등 다양한 제품의 등장, 편의점과 1인 가구의 증가, 간편식에 대한 수요로 용기면(컵라면) 등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라면은 밀가루(소맥분)와 계란으로 면을 뽑고 삶고 튀겨 향신료 등 첨가물을 넣어 만든 식품이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쟁 중 비상식량으로 사용했고, 이를 일본이 중일전쟁 때 배워 갔다고 한다.

현재의 유탕면이 주를 이루는 ‘건라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상품화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군 구호품 중 밀가루가 많아 이를 활용한 새로운 식품을 고안한 것이라 한다. 최초의 즉석라면은 1958년 일본서 생산된 ‘치킨라면’이다. 이후 1962년부터 스프를 분말로 만들어 삽입한 봉지면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농심의 전자렌지용 용기면을 필두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한 신기술을 앞세운 아이디어 제품들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라면의 역사는 식량부족으로 가난했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삼양식품이 일본 기술을 도입해 치킨라면을 처음 선보였고, 2년 뒤 롯데라면이 출시되며 라면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9년 검찰이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구분돼 있는 ‘공업용 우지’를 라면 유탕에 사용한 죄로 삼양식품 등 5개 식품회사 대표와 관계자 10명을 구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우지라면 사건’인데, 정부는 식품공전에 위배된다고 주장했고, 소비자시민모임은 “공업용 쇠기름을 식품에 사용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국립보건원이 우지사용 제품의 ‘인체 무해’를 공식 발표하면서 우지파동의 불길이 잡혔고 1995년 7월, 5년 8개월간 22차례 재판 끝에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그 후 라면업계 판도는 삼양식품에서 농심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농심도 사업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2008년 3월 새우깡에서 생쥐머리 추정 이물질이 발견됐고, 2012년 10월 너구리 등 라면스프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돼 회수(리콜)명령이 내려져 위기를 격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국내라면 시장점유율은 농심 53.8%, 오뚜기 23.7%, 팔도 11.5%, 삼양식품 11%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겁게 라면을 사랑하고 있는 나라! 라면이 시작된 나라는 아니었지만 끝은 우리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 서민들의 굶주림 해결에 도움을 줬던 라면을 생각하며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건강 문제의 원인을 라면, 패스트푸드 등 음식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모든 음식이 갖고 있는 단점보다는 좋은 면을 더 크게 인정해 주는 성숙된 사회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라면 종주국이자 수출국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실어주기를 기원해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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