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브랜드]CJ제일제당 ‘햇반’…‘사 먹는 밥’ 앞선 예측 시장 70% 선점
[장수브랜드]CJ제일제당 ‘햇반’…‘사 먹는 밥’ 앞선 예측 시장 70% 선점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7.03 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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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부터 제품화 시험…100억 들여 무균 포장법 개발

“조만간 물은 물론이고 밥까지 사먹는 날이 올 것이다”

CJ제일제당 연구팀의 이런 추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1996년 12월 국내 출시된 CJ제일제당 햇반은 벌써 국내 캠핑족을 넘어 1인 가구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햇반의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량은 20억 개, 매출은 약 1조 4천억 이상으로 즉석밥 시장 부동의 1위다. 

개발비화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J제일제당 연구팀은 정백미로 밥을 지어 감압 상태에서 탈수해 수분율 5% 이하로 건조한 알파미로 시장 진출을 검토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바로 밥이 되는 장점이 있었으나 맛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에 CJ제일제당은 정식 제품화를 포기했다. 

CJ제일제당은 동결건조미를 활용해 재도전했다. 동결건조미는 밥을 지은 후 동결한 다음 얼음을 승화시켜 수분을 제거한 쌀로, 제품 복원력은 우수하지만 동결을 거치면서 조직구조가 나빠져 쉽게 부스러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CJ제일제당 연구팀은 고심 끝에 먼저 즉석밥 시장이 920억 엔 수준으로 성장해 있던 일본 제품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연구팀에게 주목을 끈 것이 무균포장 방식이다. 무균 포장이란 반도체 공정 수준의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이용해 밥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균이 전혀 없기 때문에 보존료 없이도 상온 보관이 가능한 방식으로, 집에서 지은 밥맛을 구현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CJ제일제당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떠올랐다.

방금 만든 밥 ‘햇반’ 작명…편의성 입소문 타고 매출 쑥
경쟁사 제품 품질 강화로 따돌려…미국 등 27개국 수출 

 

'사먹는 밥'이라는 신 개념 제품에 100억 원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CJ제일제당은 절치부심 끝에 본격적 ‘무균포장밥’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품질을 타협하면 지난 실패를 반복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투자 결정 후 연구팀은 전국의 미곡처리장 1만여 곳을 다니며 쌀 테스트를 실시했다. 20~30개의 쌀을 가져와 300여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소비자조사를 반복 실시해 가장 좋은 평가가 나온 경기 이천 쌀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1996년 12월 12일 국내 최초 상온즉석밥 ‘햇반’이 탄생한다. ‘햇반’이란 이름은 방금 만든 밥이라는 느낌을 담아 지어졌다. 

햇반은 그 편의성과 품질 덕에 입소문을 타며 점점 매출이 상승하게 된다. 햇반의 성공으로 2000년대 농심, 오뚜기, 동원 등 경쟁사들이 상품밥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80%대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은 2010년 59%까지 떨어졌다. 위기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선택한 카드는 품질 강화였다. CJ제일제당은 ‘집밥의 맛’을 고수하기 위해 ‘당일도정’ 시스템을 2010년부터 도입했고 이후 점유율은 70%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햇반이 국내 대표 즉석밥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CJ제일제당은 끊임없는 개발을 통해 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00%현미밥, 발아현미밥, 흑미밥, 오곡밥 등 다양한 잡곡밥과 함께 서울대학교와 공동 연구개발한 ‘큰눈영양쌀’을 사용한 ‘햇반 큰눈영양쌀밥’을 선보였다. 2015년에 슈퍼곡물을 넣어 만든 ‘햇반 슈퍼곡물밥’ 3종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매출 2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월 출시된 ‘햇반 매일잡곡밥’도 슈퍼곡물밥, 취나물밥의 뒤를 잇는 건강밥 신제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햇반은 건강밥 이외에도 간편하지만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원하는 1~2인 가구 소비자를 대상으로 밥이 맛있는 간편식을 표방하는 ‘햇반 컵반’도 선보였는데,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27개국에도 수출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는 현지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잘 맞는 제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월 매출이 20%씩 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이 탄생한지 올해로 21년이 되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는 ‘맛있는 밥’을 추구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집밥 못지않은 즉석밥으로 맛과 건강, 편의를 원하는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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