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상향 ‘허당’
식품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상향 ‘허당’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12.17 0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6분의 6 개정안 기재부서 제동…“최종 소비자 대상” 조항이 덫?

지난 7일 개인 제조업 중 최종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과자점업, 도정업, 제분업 및 떡류 제조업 중 떡방앗간에 대해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기존 104분의 4에서 106분의 6으로 상향 조정을 골자로 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개정된 법률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얼핏 보면 쌀가공식품업을 포함한 식품제조업 전체가 혜택을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즉 B2B 거래가 주를 이루는 식품제조업이 아닌 즉석판매제조업종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기재부 말장난에 또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9월 기재부가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법인사업자 기준)종전 35%에서 40%로 상향 조정했지만 우리 농산물 이용도가 높은 쌀가공식품, 김치 등 중소식품업체의 면세농산물 구입가액은 매출액(과세표준) 기준 평균 26~27%에 그쳐 사실상 적용받지 않는다.

이번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자, 도정, 제분, 떡 등 마치 대부분 업종이 적용받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최종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즉석판매제조업체로 한정짓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역시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매출 4800만 원 미만 간이과세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겉으론 과자 도정 제분 떡 등 대다수 업종 포함 불구
B2B 많은 식품제조업 빼고 즉석판매제조업종에 한정

이 관계자는 “어차피 혜택을 받지 않는 곳에 또 다른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생색을 내는 기재부의 정책 의도를 모르겠다. 툭하니 던져 놓고 아니면 말라는 식의 정책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간이과세자에 대한 납부의무 면제 기준금액을 기존 2400만 원 미만에서 3000만 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한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식품제조업체 중 우리 농산물 사용률이 가장 높은 쌀가공식품업종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세제 혜택을 받는 업종이 1% 미만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쌀가공식품의 경우 음식점과 동일하게 108분의 8 적용을 담고 있어 내심 기대를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 아무런 혜택도 없다”며 “특히 적용 대상인 떡방앗간의 경우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여서 전국 1만5000여 곳 중 혜택을 받는 곳은 1%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기재부 논리는 부가가치세의 본래 취지가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했을 경우라는 것인데, 현재 104분의 4는 왜 적용하는 것인가” 반문하며 전형적인 ‘이현령비현령’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우리 농산물 사용률 높은 ‘쌀가공식품’ 혜택 1% 미만
쌀 소비, 농가소득 향상, 기업 활력 등 입법 취지 실종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 중 일부에선 기재부 논리대로 세법 취지가 중요하다면 현행 의제매입세액 공제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적합하며, 우리 농산물 사용 시 모든 세금을 책정해 매입 자료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부가가치세 10%라도 돌려받을 수 있어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하소연하는 곳도 있다”며 “현재 국내 쌀 소비 촉진에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쌀가공식품이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 기조에 부흥하고 있는 쌀가공식품의 값을 인하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찾도록 유도하고, 업체에선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쌀 공급과잉문제 해소, 농가 소득향상, 소비자 편익 및 기업 활력 제고, 정부의 쌀 관리 비용 절감 등 쌀소비 촉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식품업체 공제율 상향을 주장하고 있지만 공제 한도를 높일 마음이 없는 기재부의 경우 최종 소비자 거래 논리로 일관되게 맞서고 있어 답답하다”며 “기재부가 영세한 식품제조업체들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