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잿빛 공포가 연일 한국을 흔들고 있다. 올해 들어 꽃샘추위로 날씨가 추운 날 외에는 미세먼지의 피해가 크다는 의미인 신조어 ‘삼한사미’가 소비행태와 식생활의 변동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더욱이 작년과 올해 겨울은 춥지 않은 날씨에 미세먼지의 여파가 더욱 커 소비 시장의 변화가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는 것.
올해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 재난 속에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에 오프라인 매장, 외식업계는 매출 부진으로 울상을 짓는 반면 온라인 식품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 업체 11번가에 따르면 미세먼지 긴급재난 문자가 전송된 올해 1월 11일부터 24일까지 가공·신선식품 거래액이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최대 6배 이상 늘었다. 특히 반찬·통조림 등 간편식 거래액이 크게 치솟았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외식이나 요리 대신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HMR 제품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주문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더불어 분유는 298%, 쌀은 53%, 과일은 61%, 냉동·간편과일은 95% 증가했다. 이 덕분에 1월 온라인 쇼핑 전체 규모는 약 11조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공습했던 3월에도 온라인, 모바일 시장은 예상치 못했던 ‘미세먼지 특수’를 누렸다. 모바일 커머스 티몬의 집계에 따르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1~6일 모바일 장보기 채널인 ‘티몬 슈퍼마트’의 총매출이 공기가 맑았던 이전 달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즉석식품 중 컵밥, 덮밥 등 레토르트 매출이 185%, 봉지라면은 116% 늘었으며 간편대용식인 견과·견과일류는 350%, 시리얼은 116%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신선식품도 조리가 필요한 식재료보다는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계란(54%), 샐러드 채소류(85%), 체내 중금속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어패류와 해조류(80%) 등의 매출이 증가했다. 또한 미세먼지에 건조한 기관지를 위한 생수와 탄산수 매출도 58% 증가했으며, 이온음료는 99%, 우유는 305%, 일반 두유는 126%의 매출 증가폭을 보였다.
식품업계는 미세먼지의 독성을 줄여주는 식품을 내놓고 청정 재료를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는 등 재난에 지친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려 노력 중이다. 특히 음료 업계는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예방, 독성 저하 등 효과를 내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체내 유해물질 배출을 돕는 티톡스(TeaTox)를 내세운 차 음료의 경우 2018년 3분기 구매액이 2년 전과 비교해 약 59.5% 증가를 나타냈다.
레토르트 등 간편식·생수·탄산수·견과 등 껑충
음료 업계 미세먼지 디톡스 내세운 차음료 손짓
롯데칠성음료는 미세먼지로 지친 목 건강을 위한 ‘목단비 국화차’를 지난 1월 내놓았다. 국화의 향긋함과 박하, 페퍼민트의 상쾌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차음료로, 고농도 미세먼지에 충분한 수분보충이 가능하다는 것이 롯데칠성음료 측의 설명이다.
‘목단비 국화차’는 먼지가 많은 실내외 활동 시 마시면 목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설탕을 넣지 않은 0kcal의 무당차 음료로 물 대용으로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또한 외부 공기나 세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무균 상태에서 내용물을 담아 품질 안전성을 높이는 무균충전 공법이 적용된 500mL 용량의 어셉틱(Aseptic) 페트병으로 출시됐다.
한국야쿠르트는 대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카세이(Lactobacillus casei) HY2782’ 균주를 이용한 조성물의 미세먼지 독성 저감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진행한 결과, 그 효능을 인정받아 특허를 받았다.
KIST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양에 서식하는 ‘예쁜꼬마선충’에 미세먼지를 투여했을 때 벌레의 생장과 생식능력이 감소하며, 이 벌레에게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균주를 먹인 경우 미세먼지에 의한 독성이 유의적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야쿠르트는 액상 발효유에 이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사용하고 있으며, KIST와의 협력을 토대로 연내 발효유 전 제품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민관협력 및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건강을 위한 미세먼지 독성 보호를 비롯해 면역, 구강, 피부건강 등 기능성을 가진 신제품 개발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