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홈술로 ‘와인’ 부상…작년비 20~30% 성장
코로나 홈술로 ‘와인’ 부상…작년비 20~30% 성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12.28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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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 저가 와인 대거 출시에 스마트 오더 등으로 구입 간편
수입액 2억5400만 불로 20% 급증…맥주와 대조
하이트진로 500종 구비-롯데주류 전문 매장 개설
5000원 미만 가성비로 와인 대중화…젊은 층 유입

전례 없는 가격 인하로 진입장벽을 확 낮춘 와인이 국민주류 ‘소·맥(소주+맥주)’의 위치를 노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홈술’족이 늘어난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 저가 와인의 대거 출시와 스마트오더 O2O 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로 소주나 맥주 대신 와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결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올해 국내 와인 시장은 작년보다 20~30% 더 커진 것으로 봤다. 국내 와인 수입 물량이 작년까지 연평균 10% 안팎 증가해온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 정국에서 와인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맥주 수입액은 1억9064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3% 감소한 반면 동기간 와인 수입액은 2억5481만 달러로 20.5% 증가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맥주가 수입주류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주류시장 판도가 흔들리면서 와인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와인 사업의 경쟁이 심화되고 침체가 이어져 일부 와인 수입업체가 부도, 매각되는 등 극심한 어려운 상황을 겪었으나 코로나 사태의 홈술 트렌드에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 업계의 숨통이 조금은 트였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와인 수입량을 확대하면서 가격은 대폭 낮아지고 상품 종류는 많아진 점이 과거 고급 주류로 인식되던 와인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또 과거 단순 주류 수입을 통해 매장에 납품만 하는 유통구조였다면 최근엔 전문 매장, 스마트 O2O 서비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

하이트진로는 올해 와인 매출이 2015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으며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고 밝혔다. 1997년 5월 당시 계열사였던 하이스코트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산 와인 다섯 가지를 수입하며 와인 사업을 시작한 하이트진로는 현재 10여 개 나라의 500여 종 와인을 수입, 컬트와인을 비롯해 프리미엄급 와인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 칠레, 미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으로 수출국도 다양화했다. 동시에 오랜 기간 영업활동을 통해 구축된 전국 주류 거래선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와인까지 함께 유통시킬 수 있는 강점으로 시너지 효과를 이뤄 호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부 롯데주류는 올해 초 와인 전문 오프라인 매장 ‘와인ON’을 열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캐주얼 와인샵을 콘셉트로 1호점을 마련한 ‘와인ON’은 롯데칠성음료가 취급하는 와인은 물론 빈티지 와인 등이 구비됐다. 와인ON의 론칭으로 롯데칠성음료는 과거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등 그룹 계열사에 납품하면서 성장해왔지만 와인 전문 판매점을 통해 판매 채널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와인ON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 향후 와인 전문점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최근 와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대형마트들은 기존 수입업체, 오프라인 주류매장들보다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와인 새내기’들을 시장으로 유입시키고 있다.

1병에 4900원대로 가격을 대폭 낮춘 가성비와인 ‘도스코파스’를 내놓은 이마트는 지난달 말 기준 와인 매출이 1100억 원을 돌파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미 작년 연간 매출인 900억 원을 넘어섰다. 그간 이마트에서 판매된 생필품 중 연간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라면, 우유, 돼지고기, 맥주 등 4개 품목 뿐이었다.

도스코파스 와인 구매자 중 55%가 최근 6개월간 이마트에서 와인을 한 번도 구매한 적이 없는 신규 고객이다. 고급 술로 인식되던 와인이 몸값을 낮추자 새 고객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인 이마트24도 지난해부터 늘려온 주류특화매장을 확대해 와인 전문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6월 3900원 초저가 와인 ‘레알 푸엔테’와 4900원 칠레 와인인 ‘나투아’ 등 초저가 와인을 선보인 바 있다. 이에 올 1월부터 10월까지 와인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0% 늘었다. 같은 기간 월 평균 와인 구매 횟수는 월 평균 맥주 구매 횟수 수준으로 상승했고, 이중 2030 비중은 35.1%에 달해 젊은 소비자들의 와인 선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향후 맛과 가격까지 갖춘 중저가 와인으로 고객층을 넓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성비 좋은 와인이 일상 주류가 됐다. 유통 대기업과 대형 와인 수입업체에서 대량 수입을 통해 가성비 좋은 와인이 다수 출시되면서 와인 접근성이 개선되며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와인을 찾는 연령층과 고객들이 취향이 다양해지는데 맞춰 업계는 고급 와인뿐 아니라 이색 와인부터 가성비 상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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