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업계 ‘중대재해처벌법’서 자유로운가?
식품 업계 ‘중대재해처벌법’서 자유로운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2.01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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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재해율 10%…인명 피해 땐 사업주·경영자 처벌
사전적·상시적 관리 가능한 컴플라이언스 체제로 리스크 대비 필요
법무법인 ‘율촌’ 분석

지난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식품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 법률이다.

이에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산업재해로서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를 야기하는 것을 지칭하는데, 식품산업은 중대산업재해 리스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식품 관련 제조업의 경우 재해율이 높은 산업이다.

통계청의 전체 재해 현황 및 분석 통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8년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식품 제조업 종사자 총 30만5672명 중 재해자는 2592명으로 이는 해당 기간 동안 제조업 종사자 중 재해자(2만7377명)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와 더불어 서비스 영역에서의 산업재해 수치 역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식품 관련 기업이라면 누구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식품 등을 제조 혹은 가공하는 과정에서 제조·관리상의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또는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이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돼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업체의 사업주(대표이사 등)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등 역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식품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상 중대재해에 대한 유효하고 적절한 종합적인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 적용해야 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 식품업계로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 도입하거나 기존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내지 개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원인으로 하는 리스크를 단기간에 손쉽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각종 행정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적·상시적으로 통제·관리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체제 도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를 더욱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식품음료업계가 준비해야 할 기초적인 사항은 최근 5~10년간 업체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속하는 사건을 분석하고, 이를 업계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각 산업계마다 고유의 재해가 있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모두 다르므로, 각 업계 별로 주의해야 할 사건 및 사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제적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은 후에 비로소 실효적인 대책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가장 시급하고 실효적인 대책으로는 △업무 매뉴얼의 구비 및 정비와 이에 따른 확실한 보고체계 및 자료보존 시스템의 구비 △임직원에 대한 (정기)교육 실시 및 사내 사고 및 사건 대응 전담 조직 마련 △관련 법령에 따른 안전보건 규정 등 구비 현황 확인 △외부 전문가 내 전문기관을 통해 자체 감사 시스템 도입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각 업체로서는 업계의 특성별로 업체 규모, 사업내용 등을 고려해 자사에 알맞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재단해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법률 분쟁 내지 준법활동이 사고의 사후 처리에 보다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사고의 사전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업체가 얼마나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왔는지 그리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상황인지 여부는 분쟁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키(key)가 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정성 내지 타당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으나 코로나19를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규제 강화 추세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법률 중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리스크는 조만간 도입될 집단소송제도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더욱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단계에서 제대로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집단소송제도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거쳐 극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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