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술값 올리는 건강증진부담금…소주 한 잔의 위로 옛말 될라
[기자 수첩] 술값 올리는 건강증진부담금…소주 한 잔의 위로 옛말 될라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2.0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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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기자
△이재현 기자
△이재현 기자

앞으로 서민들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던 소주 한 잔도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할 지경에 놓일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27일 향후 10년의 건강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건강수명의 자료원을 기존 세계보건기구(WHO) 건강수명에서 국내 연구로 변경하고 2018년 기준 70.4세인 건강수명을 2030년까지 73.3세까지 연장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담배값 인상과 더불어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선진국에서 설탕 등에 적용하던 ‘죄악세’를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주나 맥주에도 부과한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부담금은 현행 담배에 적용되는 부담금을 근거로 봤을 때 지금보다 20~30%가량 증가한 1400~1500원 정도 인상이 예상된다.

사실 소주나 맥주는 우리 국민들에게 한편으로는 위안을 줄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시대가 장기화되며 코로나 블루에 젖은 대다수 국민들은 소주 한잔, 맥주 한잔이 큰 위로가 되고 있다.

특히 일반 음식점의 경우는 더하다. 현재 판매가인 4~6000원에 달하는 소주, 맥주는 부담금이 적용될 경우 소주 1만 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주류 규제는 국민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주류부담금은 꼼수에 불과한 정부의 서민 증세라는 지적이 각종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주류업계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방침이어서 선뜻 나서지는 못하지만 이미 소주의 경우 출고가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데, 여기에 부담금까지 부과되면 판매 부진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소주나 맥주는 서민들의 삶과 밀접해 가격 인상 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대표 품목이다. 하지만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업계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스란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어떻게 부과하는지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부과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연구할 예정일 뿐 아직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가격정책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통해 ‘모든 사람이 평생 건강을 누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좋은 말이고, 반드시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하지만 소주 한잔, 맥주 한잔도 망설여지도록 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을 위한 정책인지는 의문스럽다. 과도한 음주문화를 개선해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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