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사태’ 남양유업 ‘영업정지 2개월’ 파장은?
‘불가리스 사태’ 남양유업 ‘영업정지 2개월’ 파장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5.03 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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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3일까지 의견 제출…과징금 대체, 검토 거쳐야
최악의 경우 공장 멈출 땐 낙농가·대리점·지역 경제 타격
유통가선 우유 등 판매 정체 상태…경쟁사 반사이익 클 듯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사태로 인한 세종 공장의 영업정지가 점쳐지면서 업계와 지역 경제 등에 미칠 파장이 주목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3일 한국의 과학 연구원과 남양유업이 주관한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 인체 임상실험도 없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홍보 목적의 발표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식품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여겨 15일 세종시에 남양유업 세종 공장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의뢰,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 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통보했다.

△남양유업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에 관련한 심포지엄으로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져 의견 제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지역경제 등에 있을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성북구 소재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판매되지 않은 채 쌓여있는 불가리스 할인 제품. (사진=식품음료신문 DB)
△남양유업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에 관련한 심포지엄으로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져 의견 제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지역경제 등에 있을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성북구 소재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판매되지 않은 채 쌓여있는 불가리스 할인 제품. (사진=식품음료신문 DB)

남양유업은 이달 3일까지 세종시의 영업정지 통지에 대한 의견 제출을 앞두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세종특별자치시로부터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 1항, 제1호, 제4호, 제5호(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의 금지)에 의거 사전통지를 받은 것이며, 영업정지 2개월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벌금 혹은 영업정지의 결정도 당사의 의견 제출 이전이고 세종시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말하기 힘들다"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세종시는 의견 제출 기간 사 측 입장을 검토한 뒤 최종 처분을 확정할 계획이다. 절차는 2주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영업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충분한 사유가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 영업정지 처분을 예상한다면 제품의 약 40%를 책임지는 세종 공장에 우유를 납품하는 낙농가와 제품을 파는 대리점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우유를 납품하는 200여 낙농가, 이를 운반하는 지입차량, 주유 업계, 470여 명의 공장 직원, 완제품을 운송하는 지입차량, 1000여 명의 대리점주, 협력사 등이 줄줄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본사에 대한 적정한 처분은 필요하지만 세종 공장의 생산과 관련된 지역사회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 세종 공장은 세종시와 공주시, 논산시, 홍성군, 보령시, 서천군, 금산군, 괴산군, 증평군, 청주시 등 인근 지역사회에서 조합 농가 83곳과 직수송 122곳 등 205곳의 농가에서 원유를 공급받는다. 이에 낙농가들의 피해와 미사용 원유의 폐기는 쉽게 예상되는 결과다.

일례로 지난달 남양유업 경주공장에서 제품을 운송하는 노동자들의 운임비 인상 등의 요구로 일어난 파업으로 열흘간 공장 생산이 멈추며 원유 60톤가량이 그대로 폐기됐으며, 지역 내 농가의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공장은 117곳의 젖소 농가에서 일일 평균 약 120여 톤의 원유를 납품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더 큰 일일 230여 톤을 납품받는 세종 공장이 두 달간 문을 닫을 경우 그 피해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그의 10배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낙농가의 집유를 담당하는 낙농 진흥회의 관계자는 "일일 납품받는 원유량이 총 700여 톤에 달하는 남양유업이 낙농 진흥회로부터 납품받는 원유량은 20여 톤으로 비중으로 볼 때 적은 양이다"라며 "남양유업은 세종 공장이 영업정지가 되더라도 다른 지역의 생산공장으로 납품량을 분산시킬 것으로 보인다"라며 설명했다.

남양유업 세종 공장의 납품이 어려워지면 나주공장 등으로 나눠 원유 납품이 최대한으로 진행되겠지만 나머지 공장에서 분배량을 처리할 여력이 되는지조차 의문이고, 제품 공급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 감소에 따른 납유 쿼터 감축 또한 농가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남양유업에 납유하는 700여 농가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1000여 명의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8년 전 ‘갑질 사태’로 인한 불매운동 피해가 또 반복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업체 대리점들은 총판의 형태로 남양유업 외에도 매일유업 등 타 업체의 제품도 유통 업체에 함께 납품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종 공장의 영업정지로 남양의 제품 납품이 원활하지 않다면 타사 제품으로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고 이후엔 남양유업은 이전보다 더 높은 유통 수수료를 놓고 유통 업체와 다퉈야 하는 상황으로 세종 공장의 입지적 중요성을 볼 때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국민적 절박함을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온라인상에서는 불가리스 등 대표 제품을 비롯해 남양유업의 제품 목록을 공유해 제품을 불매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며 남양 브랜드 제품을 찾아내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됐을 지경이다.

남양유업 세종 공장에서 생산되는 분유류, 발효유, 치즈류 제품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사엔 반사이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 편의점의 불가리스와 타 사 발효유 제품들의 한 달간 판매율을 확인한 결과 ‘매일 바이오’ ‘매일 요구르트’ ‘요플레 바이오플레’ ‘요플레 닥터캡슐’ 등은 하루 1개 이상 꾸준히 팔린 반면 ‘불가리스’는 1+1 등 할인행사를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최장 6일 내내 판매가 안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달 15일부터 불가리스 8개입 제품을 6980원(4월 27일 기준)에 할인 판매하며 ‘특별상품’ 표시까지 한 상태였으나 약 20묶음 가량의 제품이 매대에 그대로 있었다. 홈플러스도 같은 가격의 ‘할인 상품’으로 판매 중이었으나 타사 제품 대비 불가리스 등 확연히 많은 물량이 판매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마트는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비 20원 더 저렴한 가격에 불가리스를 판매하고 있었으나 30묶음 이상이 매대에 그대로 있었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최근 불가리스가 거의 판매되지 않아 아예 발주를 안 하고 있다"라며 “예전부터 소비자들이 남양유업 제품을 기피하고 있었는데 최근 더 심해졌다. 우유도 판매량이 줄어 발주량을 줄였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유업계도 소비시장과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다소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물론 영업정지 확정시 타 업체의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아직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이 없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현재 전체 낙농가 중 15%에 해당하는 700여 농가와 거래 중인 남양유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인 세종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사룟값 증가 등으로 힘든 농가들의 경영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농가가 대비책을 마련할 수도 없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같은 건으로 경찰에도 고발해 현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 수사대가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며 금융당국의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 수사대는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총 6곳에 압수수색을 해 구체적인 의사 결정 및 발표 경위 등에 대한 강제조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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