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의 중복되는 심사 문제-C.S 칼럼(351)
식품기업의 중복되는 심사 문제-C.S 칼럼(351)
  • 문백년 사무총장
  • 승인 2021.05.0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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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주도에 사후 관리까지…유통점 평가표도 제각각
전문가 단체에 인증 이관, 국내-국제 상호 인정 필요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문백년 사무총장(한국식품기술사협회)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은 각종 심사들로 피곤하게 기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인증심사, 공급사 심사, 위생점검 등 한 달 동안 심사를 너무 많이 받아 본업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왜 유독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은 이처럼 많은 각종 심사와 평가들을 받게 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 국내에서 인정되는 각종 인증들이 관(官) 주도로 인증과 사후관리 심사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준 높게 식품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하게 관리 운영을 해 국제인증을 받았더라도 식약처 산하 식품·축산물 안전 관리인 증원을 통해 국내 HACCP을 인증받지 않으면 국내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수출을 위해서는 민간 인증기관을 통해 ISO22000이나 FSSC2000 등을 따로 받아야 한다.

소비자 중심 경영(CCM : 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역시 처음에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제도에서 관 주도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 기업 스스로 소비자 불만 및 피해를 예방하고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2005년 CCMS(Consumer Complaints Management System, 소비자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가 도입됐다.

공정위는 2006년 1월 기업의 자율 기관인 기업소비자 전문가 협회(OCAP)를 평가 기관으로 선정하고 2007년부터 연 2회 평가·인증을 했다. 그 후 평가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2011년 한국소비자원으로 평가 기관을 변경했다고 하나 그 내막은 복잡한 사연이 자리하고 있으며 우여곡절 끝에 CCMS를 CCM으로 개편해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에 인증을 주관하고 있다.

관에서 한 번 주관해 시작한 각종 인증 제도는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관 주도권을 절대 놓지 않는 특성이 있다.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일까?

둘째, 식품을 공급받는 대형 유통판매점이나 기관은 각기 다른 평가표와 점검표를 만들어 국제인증이든, 국내인증이든 상호 인정되는 것 없이 별개 심사를 한다. 거의 동일한 내용인데, 평가항목 문구만 달리해 각기 다르게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순 점검과 지적에 그치는 심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허물을 잘 보게 마련이다. 실제 자신이 그 위치에서 일을 해보면 더 나을 것이 없는데도 타인의 부족한 점이나 허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적한다.

지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적한다고 그러한 사항들이 바로 고쳐질 수 있는가? 아마 그렇다면 이 세상에 부적합들은 다 사라졌을 것이다.

문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단순 지적만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점검과 지도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심사가 돼야 한다. 물론 점검과 지도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면 단순 지적만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이 각종 인증심사나 유사 내용의 반복적인 점검 및 평가에 시달리지 않고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국제인증과 국내 인증의 상호 인정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 관 주도의 각종 인증제를 과감하게 민간 전문기관에 이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단순 점검 차원을 넘어 심사와 함께 실질적인 현장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학식뿐 아니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 단체를 통해 심사와 지도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심사 이후 한 가지 이상 개선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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