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프리미엄 빵’ 진출 골목 상권 위협
편의점 ‘프리미엄 빵’ 진출 골목 상권 위협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5.20 0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규제 사각지대서 거침없는 사업 확장…프랜차이즈 규제·개인 빵집 보호 유명무실
GS25 브레디크-세븐일레븐 브레디움-CU 샹달프빵
양산빵과 차별화 식사 대용 빵으로 베이커리와 경쟁
주택가 상권서 고성장…제과점 해마다 2000개 문 닫아

편의점이 이제 빵집에도 진출한다. 그동안 단순 양산빵, 간식빵의 유통처로 통했던 편의점이 자사 베이커리 브랜드를 내놓고 기존 베이커리, 빵집들에 도전을 외친 것.

지난달부터 GS25, CU, 세븐일레븐 편의점 3사가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를 론칭, PB 빵 제품의 고급화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각각 ‘브레디크’ ‘브레디움’이라는 브랜드명으로, CU는 과일잼으로 유명한 프랑스 샹달프사에서 수입해 프리미엄 빵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GS25, CU, 세븐일레븐 편의점 3사가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를 론칭, PB빵 제품의 고급화에 돌입한다고 밝히면서 골목상권 내 베이커리 가맹점, 동네빵집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GS25, 세븐일레븐)
△GS25, CU, 세븐일레븐 편의점 3사가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를 론칭, PB 빵 제품의 고급화에 돌입한다고 밝히면서 골목상권 내 베이커리 가맹점, 동네 빵집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GS25, 세븐일레븐)

편의점 업계의 베이커리 브랜드 론칭은 코로나19 여파로 식사 대용 빵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편의점 베이커리 매출은 42.6% 증가했고, 특히 주택가 상권에서는 2배(106.7%) 이상 신장했다. GS25에서도 2015년 이후 작년까지 빵 매출은 매년 평균 15% 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들의 베이커리 브랜드는 ‘프리미엄’ ‘고급화’를 주 콘셉트를 내걸었다. 기존 판매 중이던 양산빵과 차별화되는 고급화된 품질과 맛, 더 나아가 동네 빵집, 베이커리 브랜드 제품들과 경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븐일레븐의 ‘브레다움(Brea;daum)’은 빵을 뜻하는 ‘브레드(Bread)’와 특성·자격을 뜻하는 ‘다움’을 결합한 합성어다. ‘기본에 충실한 빵 다운 빵을 만듭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탄탄한 품질과 맛을 담은 베이커리를 콘셉트로 국내산부터 해외 유명 원재료 등 엄선된 고품질의 원재료를 최적의 레시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로 선언했다.

롯데제과의 OEM으로 생산되는 브레다움은 식빵, 간식빵 등 총 4종을 브랜드 론칭과 함께 선보이고 식사 대용 빵부터 간식빵, 디저트 등 연내 총 20여 종의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세븐일레븐 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브레다움 판매 이후 일주일간 매출 신장률은 30.8%를 기록했으며, 양산빵도 5월(5/1~10) 전년 대비 매출이 12.0% 증가했다.

GS25과 GS더프레시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브레디크’는 부티크(Boutique)와 유니크(Unique)의 합성어의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라는 뜻으로, 베이커리 전문점 수준 이상의 고품질 베이커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브레디크’의 빵은 물 대신 1A등급 국내산 우유로 반죽, 1등급 밀가루를 사용했으며, 제품 종류와 비주얼도 전문점에서나 찾을 수 있는 파운드케이크, 모닝롤 등으로 다양화했다.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은 순우유식빵·순우유스틱빵·순우유모닝롤·레몬큐브파운드·단팥크림빵·치즈스틱빵 등이다. GS25는 지난달 ‘브레이브걸스’를 브레디크의 모델로 발탁,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에 GS25는 ‘브레디크’ 출시 이후 빵 매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밝혔다. 빵 전체 상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1월부터 4월 19일까지 112% 신장했고 프리미엄 빵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227%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중 브레디크 제품은 출시 이후 100일간 누적 판매량 510만 개 이상을 기록해 1.7초당 1개가 팔리는 초대박 제품군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CU는 작년 12월 프랑스 프리미엄 잼 '샹달프'와 허브 브레드, 그레인 브레드 등으로 구성한 '샹달프 브레드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후 담백한 맛의 포카치아 2종을 출시한 데 이어 유명 버터 브랜드 '이즈니'를 사용한 식빵과 옥수수, 잡곡 등을 사용한 탕종식빵을 출시하며 상품을 다양화했다.

이러한 편의점 베이커리들의 인기에 골목상권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가맹점, 동네 빵집들은 긴장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폐업한 제과점은 2095곳으로 2019년에도 2251곳의 제과 영업점이 문을 닫는 등 해마다 2000여 곳 안팎의 빵집이 사라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가맹점들도 폐업이 이어지며 만만치 않은 생존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됐지만 대한제과협회와 상생 협약을 맺으면서 여전히 출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신규 출점은 최근 수년간 정체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사이 파리바게뜨의 가맹점 증가는 2개점에 불과하고 뚜레쥬르는 오히려 37개 가맹점이 감소했다. 성장성이 제한되는 사업에 투자가 줄어들고 최근 10년간 정체된 시장 환경 속에 있는 상황인 것.

이런 시장 상황 때문에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편의점,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내 베이커리의 확장이 이뤄졌다. 제과점만 규제받는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채널 다변화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경쟁력 갖춘 비(非) 프랜차이즈 개인 빵집들도 주목받고 있지만 접근성이나 가격 면에서 편의점에 비할 수 없다.

과거처럼 제도로 대형 제조사들의 확장을 막는 것보다는 자체적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생존의 선행조건이라고는 하나 결국 편의점 베이커리의 확장도 대형 제조사들의 파이 키우기에 지나지 않는다. GS리테일의 ‘브레디크’는 파리바게뜨 사업을 하는 SPC 삼립이, 세븐일레븐의 ‘브레 디움’은 롯데제과에서 납품 중이며 CU와 이마트 24에서 내놓은 프리미엄 빵 제품은 수입한 제품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편의점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익이 되는 모든 상품을 판매해 골목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라며 “편의점의 사업 확장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중소유통 상인들이 늘고 있지만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과는 달리 편의점 진출에 따른 규제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