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 소비자 선택 끌어올 수 있을까-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의 트렌드 캐처 ⑨
못난이 농산물, 소비자 선택 끌어올 수 있을까-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의 트렌드 캐처 ⑨
  • 엄하람 연구원
  • 승인 2021.05.2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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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 농산물 구매 의사 ‘자기 인식’의 영향
자긍심 높여 주면 ‘못난이’에 지불 욕구 상승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엄하람 연구원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엄하람 연구원

우리는 마트에서 단순히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덩그러니 남아있는 과일과 채소들을 마주한다. 이런 못난이 농산물들은 식품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영양학적으로 관능적으로도 차이가 없음에도 말이다. 못난이 농산물 비선호 현상은 유통 업체들의 재정적 손실을 불러일으키며 농업 분야에서 큰 식품 낭비가 된다. 소비자들이 못난이 농산물을 외면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를 소개한다.

연구자들은 매력적인 농산물과 못난이 농산물이 무엇인지 정의 내렸다. 매력적인 농산물은 전형적인 모양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아래 그림처럼 딸기의 전형적인 모양은 단면으로는 역삼각 모양, 입체적으로는 매끈한 원뿔형이다. 반대로 못난이 농산물은 전형적인 모양에서 벗어난 것이다. 전형적 모양에서의 변형은 자연 발생 가능한 모양이어야 하며, 손상 등 식품 안전 문제를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변형이 아니어야 한다.

연구자들은 먼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정말 못난이 농산물을 저평가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하였다. 실험물은 딸기, 감자로 각각 매력적인, 못난이 형태로 네 가지 실험 상황을 만들었다. 무작위 배정된 연구 참여자는 농산물의 지불의사와 구매의도를 응답하고, 농산물 섭취 상황을 상상한 후 16가지 지표(예: 매력적인, 가치 있는 등)로 자기 인식(self-perception) 상태를 응답했다. 실험 결과, 매력적인 농산물의 구매의도가 더 높았으며, 지불의사 또한 1파운드(약 454g) 패키지 기준 $0.64(약 730원) 더 높았다.

연구자들은 자기 인식 정도가 위의 영향에 매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즉, 못난이 농산물 섭취 행동을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자기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부정적 자기 인식은 결국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구매의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자기 인식’이란 사람들은 자신이 했던 행동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인식하고 평가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자선활동을 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사회 친화적인 사람으로 인식한다. 이 ‘자기 인식’ 이론으로 비추어 볼 때, 못난이 농산물 섭취 행위는 자기 자신을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못난이 농산물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못난이 농산물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소비자 개인의 ‘자긍심’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연구자들은 가설 검증을 위해 실험 참여자를 모집하여 연구실 내 실험을 진행하였다.

△연구에서 사용된 농산물 딸기 예시(사진 위)와 스웨덴 식료품 마켓 필드 실험 사진.
△연구에서 사용된 농산물 딸기 예시(사진 위)와 스웨덴 식료품 마켓 필드 실험 사진.

이번 실험에서는 간단한 방법으로 참여자가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끌어올리도록 했고, 그 상태에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험을 진행하였더니 자긍심이 높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지불의사가 무려 22.4%가 높다는 것을 밝혔다. 즉, 자긍심이라는 심리적 상황이 못난이 농산물 섭취 행동이 자기 인식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실제 식료품 마켓에서 진행한 현장 실험에서도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다.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것은 식품 낭비를 줄이고 농가 소득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유통 업체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낸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수행한 필드 실험에서 ‘멋진 당신으로 남으세요! 못난이 농산물을 선택하십시오.’라는 간단한 문구의 POP(Point-of-Purchase)만으로도 지불의사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소비자의 자긍심을 끌어올리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못난이 농산물, 패키지 훼손 상품 등에 대한 구매를 촉진시켜 보자.

해당 연구는 Journal of Marketing 지에서 2019년에 출간된 ‘자기 인식 연결: 소비자들이 못난이 농산물을 저평가하는 이유(The Self-Perception Connection: Why Consumers Devalue Unattractive Produce)’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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