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중심 ‘장류’ 건강 기능적 우수성 각광…유네스코 등재도 추진돼야
한식의 중심 ‘장류’ 건강 기능적 우수성 각광…유네스코 등재도 추진돼야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1.05.28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효 제3의 맛…콩 단백질은 대체육 등 활용
짠 속성 불구 생리활성 물질 만성질환 낮춰
장류 지도 세계 최초…‘장문화 연구소’ 건립 모색

최근 한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6일 ‘장문화 협회’ 주최로 열린 '코리안 패러독스 장(醬)' 심포지엄에서는 한식의 중심에 있는 장류 등 전통발효식품의 건강 기능적 우수성으로 향후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고염 식품은 유해하다는 성급한 일반화와 저염 유도 정책으로 전통발효식품에 대한 불안과 기피 현상이 조성되는 것은 장류 세계화의 걸림돌로 작용할뿐더러 과학적 근거도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한반도 장류 지도 완성과 장문화 체계화 작업으로 동북아 3국간 치열하게 전개 중인 콩 원산지 다툼 등 식문화 정통성 쟁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유네스코 무형문화 등재를 위한 토대 연구와 장문화 연구소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장류식품, 건강 기능 외 정신문화에도 영향


△신동화 소장
△신동화 소장

“최근 떠오르고 있는 대체육의 주원료인 콩은 장의 기본 원료로써 콩 단백질을 이용한 대체육 성장과 함께 식품의 특성을 개선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발효제품의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장의 과학과 식문화’를 주제로 발표한 신동화 순창 장류연구소장은 이같이 주장하고 "앨빈 토플러가 새로운 세기에 제3의 맛, 발효 맛이 우리 입맛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것처럼 수많은 발효식품이 우리 식탁을 풍요롭고 알차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 소장은 “전통발효식품은 한국인의 유전인자에 각인돼 음식 맛과 향을 부여하고 한식을 한식답게 만들고 있다. 장류, 김치, 젓갈. 식초 등은 한국의 4대 발효식품으로 이들은 각 성분의 기능성을 넘어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이 우리 장에 들어가 프로바이오틱스로써 정장작용(整腸作用)은 물론 각종 만성질환 억제에 관여하는 등 건강기능식품의 역할도 수행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래 창궐한 코로나19도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지역에서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발효식품과 관계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발효식품의 또 다른 기능을 추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라며 “선별된 미생물과 그 기능을 이용하는 산업이 최근 거대 분야로 성장하고 있고, 이 분야는 발효식품은 물론, 비타민ㆍ아미노산ㆍ항생 물질ㆍ알코올 등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데도 관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류 발전 과정에서 불의 이용과 함께 발효기술 활용은 우리 식생활을 안정화시키고 풍요롭게 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우리 정신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장류는 전통발효식품으로써 우리 식문화 차별화와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매체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고염 식품은 단순 논리”... 한식 세계화에 걸림돌


△차연수 교수
△차연수 교수

“한국인들은 맵고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지만 심혈관계 질환과 사망률이 타 국가에 비해 낮다. 이는 우리 전통발효식품에 그 해답이 있다. 전통 장류를 적절하게 섭취하면, 장류의 식재료 및 발효과정 중에 생성된 다양한 생리활성물질들이 각종 질환을 예방한다고 본다. 이를 ‘프렌치패러독스(French paradox)’와 견줄 수 있는 ‘코리안 패러독스(Korean paradox)’로 제안한다”

차연수 전북대 식품영양학 교수는 ‘장류의 오명과 코리안 패러독스’ 발표에서 이같이 제언하고 “포화지방산 섭취가 많은 프랑스인의 건강과 장수 비결로 적포도주 속 생리활성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이 지목돼 프렌치패러독스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우리 전통 장류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생리활성 물질과 다양한 무기질들이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 대사질환 유병률을 낮추는데 기여한다” 강조했다.

차 교수는 “최근 한식의 우수성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고, 한식에 주로 쓰이는 전통 장류의 건강 기능성에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고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이를 입증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비만 동물을 대상으로 한 된장 섭취 실험 결과, 복부지방 및 체중 감소, 이상 지질혈증 억제 효과를 보였고 발효 된장을 섭취한 비만 동물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고혈당이 개선됐다. 과체중, 비만인 대상 인체 실험에서도 12주간 된장 섭취 시 위약 군에 비해 체지방과 복부지방이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추장 섭취도 지방세포 크기 감소와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 분비를 정상화를 도왔고, 췌장을 절제하고 고지방식을 섭취해 당뇨가 유발된 쥐에게 고추장을 먹였을 때 지방간 유발이 예방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지혈증 환자 대상 인체시험에서 총 콜레스테롤 및 LDL-콜레스테롤 농도가 감소했고, 비만 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혈중 중성지방이 감소하고, 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됐다"라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이처럼 전통 발효 식품의 건강 기능 개선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 자료와 논문과 임상실험 결과가 존재하지만 최근 ‘고염 식품=질병 유발’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이뤄지는 ‘나트륨 줄이기 운동’은 전통발효식품 내 염분과 건강의 과학적 상관관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져 오류를 낳고 전통 한식이 건강에 유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기피 현상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염 전통발효식품 제조를 위해 소금 농도를 지나치게 낮춰 이상발효에 의한 맛 변질뿐만 아니라,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고유의 효능 물질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발생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식의 핵심은 맛을 내는 ‘장류’이자 발효식품”이라며 “단순하게 소금 함량이 많다는 이유로 우리 전통발효식품이 질병 유발 식품으로 의구심을 받게 하는 것은 한식 세계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라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해 ‘장류 속 소금’ 문제를 풀어 현재 장류의 오명을 씻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장류 동북아 문화전쟁의 한 축… DB 만들어야


△김병철 소장
△김병철 소장

“한반도 장류 지도 완성은 한국 장류의 맛과 종균의 다양성, 옹기와 장독대의 여러 유형과 배치를 전체적으로 규명하는 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장류와 장문화의 특성을 동북아라는 식문화 지도에 인식시키고 유네스코 무형문화 등재를 위한 토대 연구로 활용해 장문화 연구소 건립을 모색할 것이다”

김병철 음식 철학연구소장은 ‘동북아시아와 장문화 Paradox’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중국 공산당의 동북공정 제2기를 맞아 콩과 쌀, 보리 등의 주산지를 모두 중국을 원산지로 한 아종(亞種)이라 선언했고, 일본도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콩의 산지를 자국이라고 발표하는 등 동북아 문화전쟁 한가운데 콩과 장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장류를 직접 담가서 식용하는 문화가 지속되는 공동체는 동북아 3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장류 활용도도 한국이 가장 다양하다. 1975년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간본이 현대 과학 기술로 복원되면서 당시 판독되지 못했던 한자들이 판독됐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장문화가 중국의 장문화와 연대를 나란히 하는 것이 입증됐다"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한국에 수천 종의 자생 콩이 존재함에도 한반도에서 콩의 유전자 지도와 자생 콩 배양을 통한 장류 생산과 재현 작업은 시도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함경남도 지방에서 콩이 생산되고 메주가 중국에 수출됐다는 중국 당나라 역사기록을 중국 학자뿐 아니라 한국 학자들도 주목하려 하지 않는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초고령화 시대에 장을 만드는 사람이 사라지면 장류도 아울러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 자생하는 콩의 분포도와 그 유전자 분석, 전국에 산재한 종갓집, 반갓집에서 장류를 담그는 방식과 일시, 주재료, 다양한 메주 제조와 발효법, 소금의 종류와 사용량 및 종균들을 확인해 장류를 만들고 보관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애사의 구술 기록과 데이터 베이스화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