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사고 발생 시 피해 구제] 소비자기본법 등에 분쟁 해결 법적 근거 필요…식품보험 고려할 만
[식품 사고 발생 시 피해 구제] 소비자기본법 등에 분쟁 해결 법적 근거 필요…식품보험 고려할 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7.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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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일반 물품과 차별화된 피해 구제·분쟁 해결 규범 시급
식품 사고 특성별 원인 규명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GMO 등 신식품 PL법 적용 한계…농축산물 ‘제조물’ 포함엔 회의적
식품 사고, 구제보다 예방이 중요…위해 사건엔 공표 의무 명시 필요
식품안전정보원-한국소비자법학회 공동 주최 학술대회

식품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인간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식품이 생산돼 소비되기까지 식품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대하고,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수요의 증가에 따라 식품기술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식품사고는 여전히 발생하며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소비자의 권리가 잘 보장되지 않아 여전히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권익 보장 그리고 식품행정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 식품안전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식품사고로 인한 피해구제를 정확히 설계하기 위해서는 식품사고의 특성을 분명히 해 이에 맞는 제도의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식품사고 특성을 반영해 처벌규정 및 소비자피해구제가 적절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식품안전정보원 오나희 박사(사진=식품안전정보원)
△식품안전정보원 오나희 박사(사진=식품안전정보원)

14일 식품안전정보원과 한국소비자법학회가 공동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식품사고 발생 시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법정책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식품안전정보원 오나희 박사는 “식품사고는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어렵고 규명까지의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다양한 원재료와 기술을 통해 생산되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다양한 유통경로가 존재하므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그 특징을 파악하고, 전문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며 “원인규명을 위한 분석방법,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과학적 기술이 필요하므로 데이터를 집약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식품안전관리체계의 협력 및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물품과 차별화된 피해구제 및 분쟁해결 규범이 마련될 필요성이 시급하며, 피해구제 후에는 안전관리 체계에 반영돼 사전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 등으로 순환적 구조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 박사는 식품사고 발생시 소비자 피해구제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박사는 식품위생법은 불량식품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량식품의 제조, 판매업자에게 매출의 10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마련했으나 이렇게 징수된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될 뿐이므로 소비자들의 피해 보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행 소비자보호 관련법에서 다양한 분쟁조정절차를 마련하고 있지만 합의나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민사법상 손해배상법리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식품사고의 특성에 따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품분야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에 관하여는 식품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기본법을 개정해 이에 한정된 형태의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거나 소비자집단소송제도를 포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입법예고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섭취 후 증거물이 남지 않는 특성과 시간적 급박성 등을 전문적으로 고려해 식품에 한정한 생명·신체 피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부당이득환수제도를 확대 적용해 이를 식품소비자교육에 활용하거나 모니터링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상대학교 박신욱 교수(사진=식품안전정보원)
△경상대학교 박신욱 교수(사진=식품안전정보원)

또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의 적극 도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입증 책임과 원인 규명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한데, 오 박사는 원재료부터 최종산물까지 이력추적제도의 확대와 더불어 정부간 협업체계 강화, 원인규명을 위한 전문기구의 창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업자의 손해배상액 지급 지체를 방지하기 위해 과징금을 이용한 ‘식품안전기금’을 통해 정부가 우선 지급하고 영업자에게 해당 금액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경상대학교 박신욱 교수는 “구제방식에 대한 논의도 매우 중요하지만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식품으로 인한 문제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독일의 ‘식품, 생필품 그리고 사료에 관한 법(LFGB)’은 소비자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인 법이다. 이는 식품만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에 영향을 미치거나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필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정하며 사전적이고 지속적인 예방수단을 확보한다. 이처럼 국내 관련법도 식품안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에는 예방이라는 점을 감안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변웅재 변호사(사진=식품안전정보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변웅재 변호사(사진=식품안전정보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장인 변웅재 변호사는 “식품사고 발생시의 소비자 피해 구제와 관련된 실체법적 피해 보상 기준에 대하여 실무상으로는 무엇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실질적인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으로 작업해 소비자기본법, 식품위생법, 식품안전기본법에 분쟁해결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가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식품안전과 관련된 보험제도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험상품 설계부터 실행까지 보험업계, 식품업계 및 소비자단체들과 함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L법(제조물 책임법, Product Liability)의 식품안전 적용을 위한 입법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은영 교수는 “GM식품 등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식품유형과 유해한 식품환경을 적절하게 규율하는 데에 기존 제조물 책임법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세계 각국은 최근 개정을 통한 입법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며 “제조물 책임법을 도입해 과실책임이 아닌 ‘엄격책임’이나 ‘무과실책임’을 부과하는 이유는 제조물의 위험성에 있다. 엄격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위험원의 발생을 줄이고 행위자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취해야 할 필요한 조치를 제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은영 교수(사진=식품안전정보원)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은영 교수(사진=식품안전정보원)

이 교수는 현 시대의 과학기술 발전과 식품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제조물’에 대한 정의와 규제가 달리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차 농수축산물을 제조물 책임법에 적용받는 ‘제조물’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농이나 무농약, 무항생제 농수축산물, 더 나아가 GM식품 등 유전자기술이 적용된 농수축산물에 대한 제조자의 책임을 규정해 예상하지 못할 미래의 식품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가해자의 예견가능성을 전제로 한 민법의 손해배상 책임규정을 준용하는 조항인 8조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제조물 책임법에서 과실을 전제로 하는 과실상계나 손해배상범위가 양립 가능하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며, 식품안전사고에서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제조업자의 예견가능성과 무관하게 인정돼야 하며 감액되는 배상액 역시 소비자의 과실이 아닌 위험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한 부분이 경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존 제조물 책임법에서 과실책임과 다름없는 광범위한 면책사유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 절차의 최저치의 기준을 준수한 경우의 ‘법령 준수의 항변’, 신(新)식품 개발에 따른 ‘개발 위험의 항변’ 등을 비롯한 지나치게 광범위한 면책사유도 결과적으로 과실책임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한편 제조업자의 반발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조물 책임법에 제조업자의 책임 제한도 함께 명문화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를 도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서종희 교수(사진=식품안전정보원)
△연세대학교 서종희 교수(사진=식품안전정보원)

이 교수는 “제조물 책임법은 보상과 구제 이외에 시장효과까지 혼합적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제조물 책임 만능주의로는 식품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어렵고 소비자가 충분히 배상받기도 어렵다. 식품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제조물 책임법 등 입법적 방안 이외에 식품안전 피해에 대한 보상 등 행정적 방안 및 형사적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 교수의 주장에 연세대학교 서종희 교수는 “제조물 책임의 엄격화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하자의 존재가 위험의 고도화에 근거를 부여한다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1차 농축수산물이 이러한 위험을 일반적으로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며 산물이 가지는 위험보다 유통이나 보관에서 오는 하자나 위험이라는 점에서 제조업자에게 엄격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혜 황다연 변호사(사진=식품안전정보원)
△법무법인 혜 황다연 변호사(사진=식품안전정보원)

법무법인 혜의 황다연 변호사는 국내에서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를 섭취한 이후 혈변 증상을 보인 햄버거 용혈성요독증후군 사건을 예로 들면서 “식품위해사건이 일어났을 때 명백한 공표명령 면제 조항을 적용한 배경에 대한 엄중한 조사 및 합당한 처분이 필요하나 적절한 처분이 없었으며, 공무원 개개인의 도덕성이나 오판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수 있는 상호아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표 의무에 대한 법 명시가 필요하다”며 “더욱이 장출혈성대장균이 배출한 ‘시가독소’와 완전히 가열하지 않은 햄버거 패티의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교육도 늘어가는 추세다. 제도적 차원에서 대체설계 가능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적용, 식품안전조리기준 마련과 대국민 교육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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