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판례 여행(30)] 반골도 소꼬리에 포함되나?
[식품 판례 여행(30)] 반골도 소꼬리에 포함되나?
  • 김한솔 변호사
  • 승인 2021.10.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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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꼬리 제조 품목 허가 받은 A, 반골 포함했다가 피소
‘광의의 소꼬리’ 주장 불구 1·2심 유죄에 상고
반골 80% 포함한 제품 100% 소꼬리 표시 판매…식위법상 허위 표시 해당

● 서른 번째 여행의 시작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법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그리 좋지 않은 직업적 습관을 가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우선 공감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무의식적으로 단어 하나하나의 정의를 생각하게 되고 이를 기초로 자꾸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소꼬리’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소꼬리찜, 소꼬리곰탕 또는 꼬리곰탕 등 맛있는 요리의 재료가 되는 것으로, 그 뜻이야 누구나 알고 있듯이 소의 꼬리일 것이다.

그런데 소의 꼬리라는 것이 끝에서부터 소 엉덩이의 어디까지일까? 정육점에 가 보면 소의 진짜 꼬리만이 아니라 반골이라 부르는 소 엉덩이뼈 부분까지 한 세트로 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 또 여기 붙어 있는 반골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특별히 소용도 없는 고민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의 사건처럼 소꼬리 범위가 형사처벌을 받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 사건에서 A는 성분배합비율 100%로 소꼬리를 제조하는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A는 실제 소꼬리 20%에 소엉덩이뼈(반골) 80%를 혼합해 소꼬리를 제조했다.

검사는 A가 소꼬리 100%로 품목허가를 받았음에도 반골 80%를 혼합해 제조한 후 판매한 것이라면 이는 식품에 허위표시를 한 것이라고 판단,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A는 비록 꼬리반골 제조품목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소꼬리 제조품목허가를 받았고, ‘소꼬리 100%’라고 표시한 것은 일반거래 관행에 따라 꼬리에 반골과 정육이 어느 정도 포함된 광의의 꼬리 개념을 의미하기 때문에 허위표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모두 A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A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쟁점

반골이 소꼬리에 포함될까?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771 판결>

A가 성분배합비율 100%로 소꼬리를 제조하는 품목허가를 받았음에도 소꼬리 20%, 소엉덩이뼈(반골) 80%를 혼합해 소꼬리를 제조한 후 그 전체가 100% 소꼬리이고, 품목허가 제22호로 받은 것처럼 표시해 이를 판매한 것이라면 이는 위 식품위생법 소정의 변경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식품을 제조한 후 허위표시를 한 뒤 판매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서른 번째 여행을 마치며

소꼬리에 반골을 섞는다면 꼬리반골로 제조품목허가를 받았으면 된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소꼬리에 반골과 정육이 붙어 있고, 이를 소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법은 좀 재미없는 사람처럼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규정하고, 그 범위를 그려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소꼬리와 반골은 구별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과는 달리 재판정에서는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는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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