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판례 여행(32)] 고추장에 파프리카 넣어도 될까?
[식품 판례 여행(32)] 고추장에 파프리카 넣어도 될까?
  • 강선주 변호사
  • 승인 2021.11.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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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제조 허가 받은 A, 파프리카 색소 배합
제조 방법 변경 불구 허가 미취득으로 피소
파프리카는 고춧가루와 다른 재료, 제조품목 변경 허가 받아야

● 서른 두 번째 여행의 시작

△강선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강선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법률에서 시작해 대통령령, 각 행정부에서 만드는 시행규칙 등으로 내려갈수록 규정된 내용들은 전문화되고 구체화된다. 식품위생법도 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있고, 그 밑으로는 식품공전 등 여러 고시, 예규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사람”이 되는지도 민법과 형법이 조금씩 다른 마당에 하위 규정들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더더욱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다.

이 사건에서 A는 고춧가루를 배합하는 방법에 의해 고추장을 제조하기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A는 고추장을 만들면서 고춧가루 대신 또는 고춧가루 이외에 파프리카 색소를 배합했다.

검찰은 A가 당초 고춧가루를 배합하는 방법에 의하여 고추장을 제조하기로 허가받은 이상 고춧가루 대신 또는 고춧가루 외에 위와 같은 파프리카 색소를 배합하여 고추장을 제조하는 것은 허가된 품목의 제조방법을 변경하는 것에 해당된다고 판단, A는 제조품목 변경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는 위법하다고 보아 기소를 하였다.

A는 파프리카도 가짓과에 속하는 고추로 볼 수 있고, 파프리카 색소를 고춧가루와 동일하게 보거나 그보다 성분이 우수하므로 파프리카 색소를 고추장제조에 넣은 것은 제조방법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A는 하급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 쟁 점

고춧가루 배합에 의한 고추장 제조를 허가받은 A가 파프리카 색소를 배합 사용한 경우 제조방법의 변경에 해당할까?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83. 9. 13. 선고 82도2422 판결>

식품위생법 제6조 제1항에 의거한 식품 등의 규격 및 기준에 관한 보건사회부 고시 제7호(1977.2.14.자) 제21목에 의하면 고춧가루의 정의에 관하여 가짓과에 속하는 고추 및 그 변종의 성숙한 열매를 말려 가루로 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기록에 의하면 파프리카 과실이 가짓과에 속하는 고추 및 그 변종의 성숙한 열매에 포함되는 점과 A가 원판시 고추장 제조에 그 원료로 배합사용한 파프리카 색소(액체)가 위와 같은 파프리카 열매에서 추출한 것이라는 점은 소론과 같다.

그러나 위 파프리카 색소의 성분이 고춧가루와 같거나 우수하여 이를 고추장제조에 배합사용하는 경우 그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확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으므로 A가 당초에 고춧가루를 배합하는 방법에 의하여 고추장을 제조하기로 허가받은 이상 고춧가루 대신 또는 고춧가루 이외에 위와 같은 파프리카 색소를 배합하여 고추장을 제조하는 것은 허가된 품목의 제조방법을 변경하는 것에 해당되어 식품위생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제조품목 변경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서른 두 번째 여행을 마치며

식품공전에 고춧가루는 “가짓과에 속하는 고추”를 분쇄한 것인데, 대법원은 파프리카가 이런 정의상 가짓과에 속하는 고추의 일종이라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엄격한 해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식품위생법의 해석에서 파프리카가 ‘가짓과에 속하는 고추’라고 해도, 파프리카는 파프리카, 고추는 고추로서 서로 다른 재료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니 혼용해서 쓰면 A처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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