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의 재발견”…1700억대 상품죽 동원-CJ 대결
“죽의 재발견”…1700억대 상품죽 동원-CJ 대결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1.0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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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파우치’ 제품 대용식서 집에서 즐기는 일상식으로…양반죽 3%p 추격 양강 구도
다양한 메뉴 맛에 영양…다이어트식·해장·간식 등
‘비비고’ 3년 만에 39%…1000억대 브랜드로 육성
동원도 파우치로 맞불…월매출 30% 고성장
프리미엄 ‘양반 수라’ 론칭 삼계전복죽 등 출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며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챙길 수 있는 RTH 푸드(Ready-To-Heat, 별도 조리과정 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간편식)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가 ‘상품죽’을 앞세워 아침식탁 점령에 나섰다.

차림이 번거롭고 속이 부담되는 밥 보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죽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출시되는 상품죽은 메뉴의 다양화와 풍부한 영양까지 갖추고 있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상품죽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700억 원대 머물던 상품죽 시장은 2019년 1350억 원, 작년 1460억 원으로 증가하더니 올해는 1700억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며 업계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30여 년간 시장에서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는 동원F&B ‘양반죽’과 CJ제일제당 ‘비비고죽’의 양강체제가 이미 구축됐다. 특히 ‘비비고죽’은 상품죽 시장 진입 3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실제 ‘비비고죽’의 상승세는 무섭다. 2018년 론칭 초기 시장 점유율 4%대에 머물던 ‘비비고죽’은 2019년 33.1%, 2020년 37.7%, 2021년 8월 기준 39.3%로 매년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동원 양반죽’이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8년 시장 점유율 60%에 달하던 것에서 올해 8월 기준 42.7%로 떨어져 ‘비비고죽’의 추격을 3%대 선까지 허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비고죽’이 ‘양반죽’의 아성을 깨트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파우치’에 있다. 그동안 용기죽 중심의 상품죽 시장은 편의점 등에서 간편하게 데워 먹는 ‘대용식’에서 파우치죽의 등장으로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일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비비고죽’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상품죽을 아침대용식, 다이어트식, 해장, 간식 등 다양한 용도로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상품죽 시장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의 출사표는 ‘죽의 일상식’이었다. 쌀 가공분야 상온 가정간편식 전문가로 구성된 ‘비비고죽 연구개발팀’을 꾸려 쌀, 육수, 원물 등 항목에 집중 연구해 원물 전처리, 살균, 육수 기술을 통해 원재료 자체 맛과 식감을 살렸다. 또한 전복내장, 한우, 삼계 등 프리미엄 원료를 사용해 외식 전문점 수준의 품질을 구현한 점도 주효했다.

‘비비고죽’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매출 2300억 원을 돌파했으며 누적판매 8000만 개를 넘어섰다.

CJ제일제당은 상품죽 성수기인 겨울철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다. ‘죽으로 아침식사 됩니다’ 캠페인을 실시, 간편한 조리 과정과 풍성한 재료가 주는 포만감을 집중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비고죽’을 연매출 1000억 원 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상품죽의 일상식 트렌드를 위해 다양한 TPO를 제안하며 시장 성장은 물론 식문화 트렌드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3%대 선까지 추격을 허용한 동원F&B 역시 ‘파우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성비를 갖춘 용기죽과 프리미엄 원료와 기술력으로 맛과 품질을 높인 파우치죽을 앞세운 투 트랙 전략이다.

동원F&B는 작년 프리미엄 죽 브랜드 양반 수라를 론칭하고 녹두삼계전복죽, 차돌삼합죽, 문어해물죽, 낙지김치죽 등을 출시했다.

양반 수라는 쌀과 각종 원물재료를 파우치에 함께 넣고 한 번에 끓여 갓 만들어낸 품질 그대로의 밥알을 구현했다. 또 특수 제작한 교반 설비를 통해 지속적으로 죽을 저어 쌀알이 뭉치지 않는다.

주재료인 쌀 품종에도 심혈을 기울여 쌀알이 크고 단단해 식감이 좋은 전북 김제산 ‘신동진’ 쌀을 사용하고 있으며, 맛있는 죽의 레시피를 얻기 위해 지난 1년간 전국 유명 죽 맛집을 찾아다니며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했다.

대규모 설비투자도 단행했다. 동원F&B는 2018년 전남 광주공장에 약 3000평 규모의 양반죽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단순 준공이 아닌 기존 제조공정 대비 맛과 품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 및 설비를 도입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용기죽 판매량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파우치죽은 작년 7월 출시 이후 월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동원F&B는 향후 파우치 죽을 상온 죽으로까지 확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 문화가 확산되며 즉석죽 시장도 수혜를 입고 있지만 이는 무엇보다 식품업계의 R&D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향후 ‘즉석죽’ 시장은 품질력을 확보한 식품업계와 외식업계 간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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