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복귀 불구 식품 업계 전망 ‘흐림’…배양육 등 신사업으로 위기 돌파 의지
일상 복귀 불구 식품 업계 전망 ‘흐림’…배양육 등 신사업으로 위기 돌파 의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4.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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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등 제품 가격 올려도 원자재 값 상승 못 따라가…영업이익 감소 우려
CJ·대상·롯데 등 사업화 연구에 박차
내년 말 제품화…경제·안전성 확보 과제

일상으로 전격 복귀했다. 국내 코로나19 발발 약 2년여 만이다. 제약된 삶에서 해방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식품산업은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방위적인 원자재값 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 거라는 예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 속 세계 곡물 생산량 감소로 인한 원당, 밀, 대두, 전분당 등 식품 주원료의 인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해당 원료는 작년 한 해만 kg당 기준 200원~1000원가량 올랐다.

상황이 이러자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전년 대비 6.4% 상승했지만 제품 가격 인상폭이 원자재값 인상을 쫓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 값 인상 폭이 너무 커 라면, 제과, 음료, HMR 등 품목의 가격이 평균 10%가량 인상됐지만 이미 원료 값 인상 수준은 쫓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 반발을 살 수밖에 없어 업계에서도 대안 찾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향후 세계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지속 등으로 인해 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식품업계 영업이익은 갈수록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사업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사업은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별도 도축과정 없이 세포공학 기술로 생산하는 ‘배양육’이다. 환경을 중시하는 ESG경영에 부합하면서도 건강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동시에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배양육을 미래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회사 에이티커니(AT Kearney)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는 글로벌 육류 소비량의 약 10%가 배양육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40조 원에 이르는 규모다.

현재 배양육 시장의 과제는 경제성과 안전성 확보다. 실제 고기와 거의 유사한 맛, 질감 등을 구현하는 기술은 확보됐으나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세포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배양 배지의 안전성 확보도 핵심요소다.

△갈수록 상승하는 원료 값 인상에 위기를 느낀 식품업계는 신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환경을 중시하는 ESG경영에 부합하면서도 건강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동시에 공략이 가능한 배양육에 주목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배양육이 미래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배양육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뒤 이경훤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오른쪽)과 이성준 팡세 대표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제공=롯데중앙연구소)
△갈수록 상승하는 원료 값 인상에 위기를 느낀 식품업계는 신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환경을 중시하는 ESG경영에 부합하면서도 건강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동시에 공략이 가능한 배양육에 주목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배양육이 미래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배양육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뒤 이경훤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오른쪽)과 이성준 팡세 대표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제공=롯데중앙연구소)

국내에는 식품 대기업 3사로 불리는 CJ제일제당, 대상, 롯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세포 배양배지 생산기업 케이셀 바이오사이언스(KCell Biosciences)와 손잡고 동물세포 배양배지 및 배지 소재 사업을 본격화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부터 사업화 검토를 위한 TF조직을 구성해 자체 연구활동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알레프팜(이스라엘), 시오크미트(싱가포르) 등 유망 기술을 보유한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배양육은 높은 수준의 바이오테크 기반 사업으로 기술혁신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면서 “자체 연구개발은 물론 식품·바이오 분야의 업체·학계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해 미래 식량자원 선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대상이다. 배양배지 선도기업인 엑셀세라퓨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대상은 내년 말 관련 제품을 개발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대상은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 및 바이오소재(아미노산, 미세조류 등) 사업역량으로 배양육 배지의 획기적인 제조원가 절감과 안전성을 실현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역시 최근 미래 배양육 기술 연구에 돌입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세포 배양육 기업 팡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팡세는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실제 육류와 유사한 수준의 식감과 형태를 구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그동안 쌓아온 육류 가공식품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배양육 시장으로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세포 기반 배양 기술에서부터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미래 신사업 및 먹거리 사업을 위해 관련 기술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철훈 서울대 교수는 “육류를 대체하는 식품으로 배양육은 유일한 동물성 기반 육류 대체 소재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세포와 조직공학 기반의 배양육 생산기술이 발전하며 인류의 미래 먹을거리 해결을 위한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배양육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조직감, 풍미 등을 식육과 비슷하게 해야 하고 안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돼 있다”며 “무엇보다 대중화가 이뤄지더라도 배양육이 육류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식육과 식물성 단백질 등과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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