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분유 대란, 한국에겐 기회될 수도
미국 분유 대란, 한국에겐 기회될 수도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5.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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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6개월간 수입 완화 긴급조치…북미 지역서 한국산 브랜드 인지도 높일 호기
코로나 사재기에 애보트 사 공장 폐쇄로 출발
홍콩 등 미국산 수입국 판로 개척도 고려할 만

미국의 분유 부족 사태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다급해지자 일시적으로 분유 수입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하는 등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현 상황이 현지 진출을 노리는 우리 업체에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15일 공급망 문제로 조제분유 부족이 발생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FDA는 16일 향후 180일간 분유 수입 규제를 완화해 글로벌 분유 제조사들이 미국으로 제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으며, FDA의 이러한 행보와 맞물려 의회에는 분유 수입 규제 완화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물자조달법을 발동해 정부 차원에서 분유 제조업체에 원료를 우선 보급해 생산을 늘리고 군은 전세기를 투입해 해외에서 분유를 긴급 수송하는 등 수 주 안에 최대한 많은 분유가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분유 시장은 FDA의 까다로운 식품 규제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분유의 경우 엄마들이 기존 평판이 좋은 브랜드를 선호하고 한 번 선택하면 아이의 입맛 문제 등을 고려해 브랜드를 잘 변경하지 않아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해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애보트사 등 주요 브랜드가 미국 시장을 거의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분유 대란을 통해 브랜드 전환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으며, FDA의 이번 수입 규제 완화가 한국은 물론 미국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무역관이 접촉한 현지 바이어도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분유 부족 사태에 미국과 캐나다를 동시에 공략한다면 이번 기회에 북미지역에서 한국 분유 브랜드의 인지도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무역관은 미국의 분유 부족 사태로 인해 캐나다, 중국, 홍콩 등 미국으로부터 분유를 수입하던 국가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들 나라에 대한 수출 판로 개척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분유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시점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 감염 경로 차단을 위해 식료품점 방문 횟수를 줄이며 유통기한이 긴 식품을 중심으로 사재기를 시작했고 특히 분유는 장기간 보관이 용이해 엄마들의 필수 저장 품목이 됐다.

여기에 지난 2월 미국 최대 분유 제조업체인 애보트 분유의 리콜 사태가 발생하며 미시간주 스터지스 공장이 폐쇄된 것이 촉매제가 됐다. 당시 FDA는 애보트사의 분유를 먹은 영유아 2명이 사망, 4명이 입원했다고 밝히며 애보트사의 시밀락·엘리멘텀·엘러케어 등 3개 제품을 대규모로 리콜했다.

이와 함께 분유 제조업체들의 독점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되며 반독점 규제 정책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분유 시장은 애보트가 지배하고 있다. IBIS World에 따르면, 애보트사가 48.1%, 메드 존슨이 20%, 페리고 11.6%, 네슬레 7.7% 순의 점유율을 보인다. 또 Statista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분유 브랜드인 엔파밀과 시밀락도 애보트사 제품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 전문가는 “미국 분유 시장은 4개 회사가 시장의 89%를 차지하고 있다"며 "경쟁 부족이 가격을 상승시키고 품질을 저하시키며 대규모 부족 사태까지 일으키는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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