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에도 식품업계 1분기 실적 ‘희비’…하반기 전망은 불투명
리오프닝에도 식품업계 1분기 실적 ‘희비’…하반기 전망은 불투명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6.08 0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재료비·물류비 급등으로 라면 외엔 대부분 영업이익 감소
CJ, 식품 부문 2조6000억에 영업이익 1690억
대상, 외형 두 자릿수 늘어 9860억…동원 9470억
오리온, 이익 1000억대…롯데칠성도 호실적

식품업계가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며 희비가 엇갈렸다.

작년 가격인상 효과와 가공식품 시장 호황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영업이익이 개선된 기업이 있는가하면 원재료비와 물류비 급등 여파로 영업이익률이 줄고 매출원가율도 늘어난 업체도 있어 수익성 지표에서 차이를 보였다. 영업이익에서 롯데칠성음료와 SPC삼립, 농심, 오뚜기 등은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한 반면 동원F&B와 대상, 풀무원 등은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실적은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에 비해 선전했다.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6조9799억 원, 영업이익 435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0%, 13.1% 늘었다.

식품 부문에서 매출 2조6095억 원, 영업이익 1697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 감소했다. 이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주요 곡물가 상승 등 원재료 압박이 변수로 작용했지만 판매 가격을 작년부터 선제적으로 올리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바이오 부문 매출은 1조8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28% 늘어난 1758억 원을 기록했다. 곡물가 상승으로 아미노산과 대두박 시황이 강세를 보이며 매출이 크게 늘었고, 대형 거래처 중심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한 게 주효했다.

올 2분기에도 실적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식품 부문은 국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되며, 바이오 부문도 사료용 아미노산과 대두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상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9868억 원, 영업이익은 21.5% 감소한 428억 원을 기록했다. 대상의 영업이익 하락은 식품 판매촉진비 확대와 글로벌 매출 확대에 따른 운반비 상승 부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올해 1분기 매출이 6506억 원으로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73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와 물류비 등 영업비용도 상승한 점에서 인플레이션 여파로 원재료비 등 제조원가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경우 수익 구조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풀무원은 수익구조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풀무원 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올해 하반기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원F&B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9479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322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비·환율 상승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라면업체들은 모두 이익이 증가했다. 농심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1.2% 증가한 343억 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73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격리 및 재택근무 증가로 주력 제품 중심의 국내 면·스낵 판매가 증가했고, 미국법인 등 해외사업의 성장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도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7424억 원,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590억 원을 거뒀다. 1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유지류 등의 원가율이 개선되고, 매출 증가 대비 판관비 비중이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삼양식품도 올 1분기에 매출 221억 원, 영업이익 24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4%, 영업이익은 71.3% 증가하면서 올 1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음료 부문에서 두 차례, 올해 주류 부문에서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롯데칠성도 가격 인상 효과에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2% 늘었고 영업이익은 323억 원에서 597억 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6%에서 9.5%로 두자릿수에 가까워졌다. 원부자재 상승 부담에도 소주, 와인 등 주류에 생수, 탄산음료 같은 음료 매출이 동반 상승한 데다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가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과제빵 업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SPC삼립과 오리온은 신제품의 인기를 통한 국내 시장의 판매 호조와 해외시장에서의 호실적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간 반면 롯데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은 원재료가 상승의 타격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SPC삼립도 영업이익이 136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1% 늘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으나 2월 말 출시된 포켓몬빵을 비롯해 아임베이커, 쿠키런빵 등 각종 신제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오리온은 1분기에 매출 6532억 원, 영업이익 1086억 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다. 경쟁력 높은 신제품 출시와 영업력 강화로 전 법인들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글로벌 통합 구매를 통한 효율적 원가관리, 지속적으로 펼쳐온 효율과 수익 중심의 경영 효과에 힘입어 6.5% 성장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법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와 전쟁 이슈로 인해 비우호적인 환경으로 전환됐음에도 양국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3355억 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83%인 898억 원을 벌어들였다.

국내에선 경쟁사들과 달리 마진이 낮은 할인행사를 거의 진행하지 않고 초코파이·포카칩 등 스테디셀러와 꼬북칩 등 신규 브랜드들이 동반 성장하며 업계 내 독보적인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롯데푸드와 합병을 앞둔 롯데제과는 500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도 영업이익이 108억 원에 그쳐 이익률이 2.1%에 머물렀다. 사업구조 개선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 등으로 수익이 감소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하반기 롯데푸드와의 합병 성사 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매일유업은 영업이익이 169억 원으로 집계되며 작년 1분기 영업이익 177억 원과 견줘 4.2% 감소했다. 매출액은 4019억여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다. 분기순이익은 45.1% 줄어든 88억여 원이다. 조제 분유 매출 감소에 따른 제품 믹스 악화, 원재료 단가 상승 부담, 셀렉스 관련 판촉비 증가 등의 영향이 전사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곡물음료가 20%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셀렉스 매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매출외형은 늘었다.

남양유업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장기적인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어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남양유업의 올해 연결기준 1분기 영업손실은 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적자 규모가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43억 원으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빙그레의 1분기 이익률은 1% 미만에 그쳤다. 매출 2557억 원을 올리는 동안 영업이익은 16억 원에 그쳐 이익률이 0.6%를 기록했다. 빙그레의 양대 축인 빙과와 유가공이 대표적인 '저마진 식품'에 속하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유제품에서, 40%를 빙과류에서 내고 있다. 꽃게랑 등 제과 매출은 1% 미만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외법인 실적이 개선됐고 해태아이스크림 적자 폭이 축소되며 영업이익이 늘었다”며 “매출 증가는 제품 가격 인상 영향이 반영이 된 것과 사업 다각화로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등 기타 다른 비즈니스에서 매출이 더해진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본격적인 리오프닝(경기재개)을 맞았지만 글로벌 곡물파동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악재를 겪으며 희망적인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앞서 실시한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2분기 실적에 반영되고 엔데믹 성수기 효과까지 힘을 보태면서 실적 개선이 더 뚜렷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인상분이 생산비용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고 수요 회복에는 마케팅 비용 경쟁 등으로 인한 실적 개선 한계는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수익성 반등 가능성을 점쳐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