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 제도·원유 가격 개편 접점 없는 대치…언제까지?
낙농 제도·원유 가격 개편 접점 없는 대치…언제까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8.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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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 “사료값 올라…가격 인상부터”
유업계 “백색우유 적자…협상 나서야”
농식품부 “생산자단체와 협의 지속”

원유가격을 놓고 정부·유업계와 낙농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낙농가가 매일유업, 빙그레 등 유가공업체들의 공장과 협회 앞에서 원유가격 협상 촉구를 위한 릴레이 집회에 돌입하며 전면전에 나서는 한편 정부는 낙농가와의 제도 개선 및 원유가격에 대한 논의 중단한 상태다.

유업체들도 연동제 폐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낙농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지 않는 한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올해 원유가격 협상과 낙농제도 개선을 놓고 정부·유업계와 낙농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9일 한국유가공협회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낙농육우협회)
올해 원유가격 협상과 낙농제도 개선을 놓고 정부·유업계와 낙농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9일 한국유가공협회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낙농육우협회)

종전대로라면 낙농진흥회의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에 따라 통계청 우유생산비 발표일로부터 1개월 이내 ‘원유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를 구성(학계 1명, 생산자 3명, 유업체 3명)해 올해 원유가격 협상 범위(47~58원/ℓ)내에서 인상액을 타결하고 8월 1일부터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차등가격제 등 낙농제도 개선의 동참을 요구하자 낙농가가 반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낙농협회와 낙농제도 개선과 원유가격에 관련한 논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농식품부는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낙농가를 대상으로 한 지역 설명회를 진행했으나 모두 참석자가 적어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달 경기도, 강원도에서 두 차례의 지역 설명회를 진행했으나 당시 각각 3명, 1명이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저조했던 것. 이달 5일에도 경기 남부지역 낙농가를 대상으로 낙농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낙농육우협회는 “정부와의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편 논의가 중단되고 유업체는 원유가격 협상장에 계속 나오지 않아 낙농가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격 협상이 우선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협회 측은 지난 6월부터 원유 가격 결정 방식을 두고 납유 거부 투쟁 의사를 밝혀왔다. 이에 일각에선 우유 대란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낙농육우협회는 최근 2년 사이 배합사료가격이 31.5~33.4%, 조사료가격이 30.6% 폭등하고, 낙농가의 실질생산비가 1000원 내외를 육박하면서 실제 일일 우유생산 1톤규모(사육규모 60~70두) 낙농가의 15일치 유대가 사료값을 제하고 40만원대 밖에 받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고 토로하며 “정부와 제도개편 협의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별개로 올해 원유가격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유업체를 대상으로 한 강경투쟁을 전개하는 등 협회는 앞으로 투 트랙(two track)으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 협상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와 유가공협회는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산 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값싼 외국산 유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유업체들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도 낙농가들은 기득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낙농제도 개선안을 원천 봉쇄하며 상황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2026년 FTA 발효로 국내 유제품 시장을 완전 개방하게 되면 2000년 80.4%에서 2021년 45.7%로 하락한 우유 자급률은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업계 입장으론 정부가 낙농제도개편을 먼저 처리한 뒤 원유가격 인상을 추진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방침을 어기고 원유 가격 협상을 우선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유가공협회는 “국내 유가공산업의 어려운 현실에도 농가가 받는 국산 원유가격은 리터당 1104원으로 해외보다 많게는 약 3배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원유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생산비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비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원유 생산비는 리터당 791원인데 유업체가 원유 구입을 위해 실제 지불하는 가격은 리터당 1104원으로 313원이 농가들에게 더 지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업체는 높은 원유가격으로 인해 백색 우유의 경우 대부분의 유업체가 적자를 보고 있고, 이로 인한 영업 손실과 생산과잉으로 인한 재고부담이 가중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지난 10년간 계속돼 왔다”며 “지속적으로 낙농제도 개선을 통해 원유가격을 인하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생산농가들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되고 말았다. 현행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를 악용해 농가들은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협의를 거부하고 이사회에 불참해 무산시켰다”고 비판하며 낙농가가 조속히 정부와의 협상에 성의를 가지고 임할 것을 촉구했다.

각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낙농가 집회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나 논의 중단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가 올라 낙농가들에게 새로운 유대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설명회를 둘러싼 갈등이 있기 전 차등가격제 도입에 일부 협의하려는 낙농가 측의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제도 개편을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지역 설명회 등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동시에 생산자단체와 제도 개편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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