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유=곡물음료’ 인기…진짜 우유 대체할까?
‘대체유=곡물음료’ 인기…진짜 우유 대체할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10.26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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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식물성 대체우유 신제품 속속 등장
매일유업 이어 CJ·동원·동서식품·hy 등 출시…2025년 660억 예상
친환경에 유당불내증 있는 사람도 섭취 가능
콩·아몬드 등 수입 곡물 가격 변동성엔 취약
유업체, 영양 차이·우유 명칭 사용 혼란 지적

국내 식품 업계에 단백질(프로틴) 열풍에 이어 곡물 등 식물성 원료를 주재료로 한 대체유에 빠졌다. 업계는 최근 귀리(오트), 콩 등 다양한 곡식을 활용한 음료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유업계에 악재가 겹치며 곡물음료가 우유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지만 축산·낙농업계와의 갈등, 낮은 가격경쟁력 등 넘어야 할 산 또한 많다는 의견이다.

식료품점에서 우유 용기를 집어 들어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 붓는 환경 운동이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낙농업의 환경파괴성을 강조하며 채식 위주 식량체계로 시급히 전환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 국내에서도 비건 열풍과 코로나19, 우윳값 인상 등을 이유로 식물성 원료를 주재료로 한 대체유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환경단체 트위터@RebelsAnimal, Fox News)
식료품점에서 우유 용기를 집어 들어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 붓는 환경 운동이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낙농업의 환경파괴성을 강조하며 채식 위주 식량체계로 시급히 전환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 국내에서도 비건 열풍과 코로나19, 우윳값 인상 등을 이유로 식물성 원료를 주재료로 한 대체유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환경단체 트위터@RebelsAnimal, Fox News)

식품업계에서 곡물로 만든 대체우유에 주목하는 것은 영양분이 우유 못지않고 친환경적이며 유당 불내증으로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섭취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식물성 대체음료들이 원유(흰 우유)를 일정부분 대체하게 된다면 해마다 거듭돼 온 국내 낙농가와의 원유가격 논쟁과 가격인상의 부담에서도 조금 멀어질 수 있다는 속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유업계에선 저출산으로 인해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원유 가격 인상이 이뤄져 왔다. 우리 국민의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8년 27kg, 2019년 26.7kg, 2020년 26.3kg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국내 우유 대체 음료 시장 규모(두유 제외 대체유)는 2016년 약 83억 원에서 2020년 약 431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오는 2025년에는 668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국내에서 대체우유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업체는 매일유업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5년 블루다이아몬드의 식물성 음료 ‘아몬드브리즈’를 국내 독점 생산‧유통한 것에 이어 귀리를 활용한 고단백 대체 우유 ‘어메이징 오트’도 선보였다. ‘아몬드브리즈’는 매년 30~40%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어메이징 오트’도 출시 당시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1만3000세트가 판매되며 좋은 반응이 나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식물성 대체유 브랜드 ‘얼티브(ALTIVE)’를 론칭해 시장에 진출했다. 동원 F&B도 지난 1월에 통곡물을 갈아 만든 식물성 음료 ‘그린 덴마크’ 귀리·아몬드 2종을 출시했다.

동서도 스웨덴 AB사에서 귀리우유 ‘오틀리’를 공식 수입하고 있으며, hy는 영국의 식물성 드링크 ‘루드헬스’ 브랜드에 대해 국내 독점 판권을 가진 제이엠플랜넷과 계약을 체결하고 홈쇼핑 등 일부 채널에서 선보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작년 12월부터 캐나다의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어스즈원’의 대체유를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다.

코카콜라 역시 커피 브랜드 ‘조지아’를 통해 귀리의 풍미를 담은 디카페인 커피 ‘조지아 크래프트 디카페인 오트라떼’를 출시했다. 스타벅스는 작년 9월부터 지속 가능 음료로 오트 밀크를 기본 선택 옵션으로 도입한 이후 한 달간 20만잔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원유를 생산하는 국내 낙농가들은 식물성 대체음료가 제품명에 ‘우유’라고 표기된 채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하며 우유와 식물성 대체음료는 정의가 다를 뿐만 아니라 영양성분 함량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선효 공주대 교수팀이 작년 ‘우유와 두유류의 소비시장 추이 및 영양성분에 따른 효능 비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0%의 원유로 만든 흰 우유는 제조사나 제품 종류별로 큰 차이가 없이 일정한 영양성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두유나 기타 대체음료는 콩, 아몬드, 귀리, 쌀 등 원재료나 브랜드, 제조사 등에 따라 제품에 함유된 영양성분 함량이 크게 다르고 특히 원유로 만든 우유에 비해 칼슘 함량이 극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우유자조금 관계자는 “우유는 원유에 존재하는 유해한 병원성 미생물을 사멸시키기 위해 살균처리와 균질화 처리만 거치는 천연식품이지만 대체음료는 영양소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며 식품첨가물이 추가된다”고 주장하며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대체음료의 오해소지가 있는 명칭 표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야기되고 시장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 대체음료에 우유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소비자가 대체음료를 우유로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처는 올해 초 식물성 대체육, 우유 대체 음료 등을 표시하는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한 소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물성 대체 음료의 라벨링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은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음료를 ‘식물성 우유(plant-based milk)’로 부르는 것을 금하고 있다.

곡물 유래 대체우유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원료 수입의 문제다. 콩·쌀·흑임자·아몬드·귀리·코코넛·완두콩·헴프(대마) 등 식물성 대체우유에 들어가는 주원료는 외국산이 대부분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 두유에 사용되는 대두는 미국, 호주, 캐나다산 등 외국산이 대부분이고, 그 외 대체유의 경우에도 귀리는 미국, 핀란드산 등이, 아몬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산이 가장 많이 쓰인다.

올 3분기에 들어 국제곡물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상반기까지만 해도 6개 분기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올해 곡물 수입단가 지수도 식용곡물의 경우 2015년 100 기준 1분기는 143.7, 2분기는 163.2, 3분기는 192.7까지 상승했다가 4분기에는 185로 소폭 하락했다.

실제 시장가격도 동일 용량에 흰 우유와 비교해 두유를 제외한 식물성 대체유는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편이다. 일례로 네이버 쇼핑 검색 기준 서울우유의 흰 우유 ‘나 100%’와 멸균우유는 각각 100ml당 195원, 239원인 것과 비교해 매일유업의 ‘아몬드 브리즈’와 ‘어메이징 오트’는 100ml당 263원, 310원이다.

더 멀리 봤을 때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 수입산 원유가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와 현재 흰 우유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팔리게 된다면 식물성 대체유들은 현재 가격으로는 경쟁력을 더 잃을 것이라는 예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건, 채식주의자를 위주로 대체 우유가 발달했지만 이제는 맛이나 향이 좋아지고 영양성분, 친환경성 등에도 주목하게 되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대체 우유를 찾기 시작했다”면서 “유가 변동이 큰 상황에서 가격적인 측면만 해결된다면 더욱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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