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기후 변화 영향 없는 친환경 ‘대체 커피’ 블루오션
[글로벌 트렌드] 기후 변화 영향 없는 친환경 ‘대체 커피’ 블루오션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10.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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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없는 커피, 세계 시장 27억 불…연 8.9% 성장
카카오·버섯 등 활용 바디감·색·향·맛 살려
가격 측면 유리하고 잔류 농약·카페인 논란 없어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한 대체식품이 식품산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는 대체 커피가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가 없어 ’커피 강국‘인 우리나라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에 따르면, 커피의 향과 맛은 거의 같지만 다양한 종류의 허브 또는 버섯 등을 주원료로 만든 대체 커피가 ‘원두없는 커피’로 불리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022년 27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는 연 8.9%의 증가세를 보이며 5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을 이끌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특히 스태티스타 조사에서 2022년 매출 성장을 기반으로 미국 소비재 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곳이 대체 커피 제조 회사인 MUD/WTR일 정도다.

이처럼 대체 커피가 주목받는 데는 건강과 친환경, 원두 가격, 맛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좀 더 살펴보면, 최근 건강한 삶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커피 원두에 대한 잔류 농약 논란과 카페인이 이뇨 작용을 촉진시켜 체내 수분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체내 무기질 균형을 깨뜨려 눈 떨림 등의 증상을 유발하고 심장 두근거림, 근육 탈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대체 커피 업체들은 이러한 건강상의 단점들을 보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 커피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 보존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을 받고 있다.세계적인 화두인 ESG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애토모 커피에 따르면, 대체 커피 콜드브루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은 전통적 콜드브루 커피를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의 양보다 94% 적다. 탄소 배출 감소량도 93%에 달한다. 커피나무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성숙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애토모 관계자는 “기후변화 때문에 커피 농장은 기존 농장을 버리고 더 지대가 높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반 커피 원두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삼림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커피 원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세계 최대 로부스타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비료 가격 폭등으로 원두 재배 대신 수익성 좋은 작물로 대체하며 원두 수확량이 최근 4년래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세계 2대 로부스타 생산국인 브라질의 가뭄 피해, 곳곳의 산불과 폭우 등으로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로부스타 원두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맛은 커피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소위 빅5라고 불리우는 커피의 바디, 색, 향, 맛은 물론 생체 활성 영양소까지 구현했다는 것이 애토모커피의 주장이다. 뒤이어 등장한 버섯 커피 ‘RYZE’사 등 경쟁업체들도 맛과 풍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체 커피 업체


△원두없이 다양한 종류의 허브나 버섯 등을 주원료로 한 대체커피가 건강과 친환경, 원두가격, 맛 등의 요인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미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대체 커피 제품들. (사진=각 사)
△원두없이 다양한 종류의 허브나 버섯 등을 주원료로 한 대체커피가 건강과 친환경, 원두가격, 맛 등의 요인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미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대체 커피 제품들. (사진=각 사)

‘애토모’ 등 신생 브랜드 원두 커피 업계에 도전장
MUD/WTR, 금요일 휴무 등 이상적 기업 문화로 고성장

◯ MUD/WTR

MUD/WTR은 30대의 젊은 창업가 셰인 히스가 건강한 대체 커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8년 설립한 회사다. 셰인 히스는 창업 전, 자신과 동료들의 카페인 중독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과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두근거림, 초조, 불안 등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 커피 창업을 시작했다. MUD/WTR 대체커피의 주재료는 유기농 카카오, 마살라 차이, 차가버섯, 강황, 시나몬 등이다. 웹사이트에서 40달러에 판매 중이다.

한편, MUD/WTR이 급성장한 데는 전통적이지 않은 회사 문화도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신입 직원들에게 45분간의 웰컴 명상 호흡 세션 제공, 격주로 전 직원 금요일 휴무, 근무지 선택 자유, 피검사를 통한 코르티졸(스트레스 호르몬) 테스트 및 수면 점검 등이다. 이에 대해 히스 대표는 숙련된 직원을 잃는 비용이 회사에 가장 큰 적자이기 때문에 웬만한 스타트업들보다 팀과 복리후생 정책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 라이즈(Ryze)

버섯 커피로 알려진 RYZE는 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해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두 명의 하버드 졸업생들이 2020년 창업한 회사로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버섯 커피 한 종류만을 판매하고 있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RYZE 커피는 면역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 웹사이트에서 30달러에 판매 중이다.

◯ 애토모(Atomo)

대추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해바라기씨 겉껍질, 수박씨 등을 주재료로 대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커피 원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커피 원료의 분자 단위까지 분석한 화학 공정을 통해 커피의 맛과 향을 그대로 재현한 ‘분자 커피’다. 카페인도 함유돼 있다.

공동 창업자인 앤디 클라이치와 재럿 스톱포스는 식품 과학자와 화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며 ’커피계의 테슬라’가 되겠다는 기치로 창업했다. 2년 이상 1000여 가지가 넘는 화합물을 조사해 커피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40여 가지 화합물을 찾아냈다. 올해 9월엔 온라인을 통해 콜드브루 방식의 '커피 없는 커피'를 캔커피로 5.99달러에 한정 판매하고 있다.

◯ 티치노(Teeccino)

차 디자이너 캐롤라인 맥두걸이 시작한 Teeccino는 치커리, 캐럽, 민들레, 라몬씨 등의 허브를 주재료로 한 커피 맛 음료이다. 커피와 같은 방식으로 브루잉이 가능하며 인공 감미료나 보존제, 카페인 등이 없다. 심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대체커피 외에도 35가지 유기농 차를 판매하고 있다.

◯ 페로(Pero)

페로는 100% 카페인 미포함 음료로 보리, 맥아 보리, 치커리, 호밀 등을 주재료로 한 대체커피다. 인스턴트 커피처럼 차가운 물에도 잘 녹고 카푸치노의 경우 우유에 타면 카페라떼 같은 느낌이 난다는 평을 받았다. 1954년 서독에서 시작돼 소개됐으나 현재는 네슬레사가 제조했다.

△대체 커피에 쓰이는 각종 재료들.(출처 : 애토모 커피)
△대체 커피에 쓰이는 각종 재료들.(출처 : 애토모 커피)

‘블루오션’ 대체 커피 시장


스타벅스는 미국은 물론 세계 1위의 커피체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블루오션인 대체 커피 시장 1위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대체 커피 브랜드별 점유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사실, 대체 커피는 2019년 스타벅스의 본고장 시애틀에서 시작된 분자 커피 ‘애토모가 먼저 이름을 알렸다.

환경을 강조하며 푸드 사이언티스트들의 실험을 통해 커피 맛을 완벽 재현했다는 애토모 커피는 2019년 브랜드 론칭 후 2021년 9월 온라인으로 콜드브루 대체 커피를 제한적 판매하기 시작해 2022년 정식 소매 판매를 시작했다.

애토모는 대체 커피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기존 커피 시장 장벽을 넘기 위한 실험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와 애토모 커피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70%라는 압승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전통적인 커피 업계에 도전장을 냈다. 콜드브루 오트밀크 라떼를 포함한 3종류의 콜드브루 캔커피만을 출시한 애토모 웹사이트에 따르면 제품은 모두 품절된 상태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신생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며 업계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무역관은 미국의 대체 커피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꼽았다. 특히 원두 생산국은 아니지만 커피에 관심이 많은 한국도 눈여겨 볼 만하다고 밝혔다. 현지 커피 수요 전망도 밝다. 전미커피협회(NCA)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은 커피를 마시며 매일 마시는 인구는 62%에 달한다. 커피를 마시는 미국인의 하루 평균 소비량은 3잔으로 조사됐다. 2019년 발표한 미국 농무부 통계에서도 미국인들의 커피 소비량은 2026년까지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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