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국정감사] “R&D 예산 24.6% 삭감은 ‘관행 예산’에 경종…사업 전반 개선 필요”
[농진청 국정감사] “R&D 예산 24.6% 삭감은 ‘관행 예산’에 경종…사업 전반 개선 필요”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10.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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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예산 증가 불구 농진청만 감소는 비효율 반영
연구개발 부정 6년간 수십 건…사업 구조 조정 마땅
조재호 청장 “예산 범위 내 효율적 집행 과제 수행할 것”
우수 평가 실용화 사업 삭감은 무리…예산 복원 노력을
기후위기 적응형 신품종 수량 저조…더 많은 투자 요구
국유 특허 민간 이전하는 농진원에 도덕적 해이 지적

18일 농촌진흥청 등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감사에서 내년도 농업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두고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피감기관에는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 △축산물품질평가원 △한식진흥원 등이 참석했다.

18일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R&D 예산 삭감과 더불어 부실한 사업, 예산 전용과 연구 부정 행위 등 도덕적 해이에 질타가 쏟아졌다. (사진=식품음료신문)
18일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R&D 예산 삭감과 더불어 부실한 사업, 예산 전용과 연구 부정 행위 등 도덕적 해이에 질타가 쏟아졌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김춘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등 피감기관장들이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김춘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등 피감기관장들이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앞서 정부는 내년도 농촌진흥청 R&D예산을 전년대비 24.6% 대폭 삭감했다. 이는 국가 R&D 예산 평균 삭감율인 16.6% 보다 8%가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농진청의 지역농업 기반 및 전략작목 육성 사업과 농업 실용화 기술 R&D 지원 예산은 각각 79.3%와 88.7% 급감했다.

국정감사에서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촌진흥청 R&D 예산 삭감으로 우리 농업·농촌·농민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특히 지역 농업 R&D에 대한 유일한 국가지원 사업인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 예산 삭감은 농업 포기, 미래 포기, 지역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R&D 예산 중 농진청이 지역특화작목법에 근거해 추진해온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의 내년도 사업비는 36억 원이 반영돼 올해 대비 145억 원이 삭감됐다.

안 의원은 농진청이 올해 초부터 ‘선택과 집중’을 거론하며 지난 8월 특화작목 재편에 있어 국비 지원품목 축소를 시사, 사업 확대 의지가 결여된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예산의 8할이 대폭 삭감돼 시설 및 인력 부족으로 집중할 예산조차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제도 개편에 따라 특화작목에서 제외되는 자체육성 품목(국비지원 제외)에 대해서 농진청의 지원계획이 전무해 입법취지, 사업목적 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라면서 “자체예산과 열악한 지자체 연구 환경만으로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기존에 투자해온 예산이 매몰비용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존재한다”며 부족예산을 지자체에 미루지 않고 당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농업 부분 예산은 증액됐지만 전체 R&D 예산은 효율성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재정당국에서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에 중복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며 “사업 전반을 재검토해서 편성된 예산으로 필요한 것들을 먼저 효율성 있게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계속해서 위원들의 농진청 R&D예산 삭감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안병길 의원(국민의힘)은 R&D 예산 삭감의 원인을 예산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농진청의 과실이라고 비판하며 현 농식품업체 사업화 지원 예산 등 R&D이 관행적으로 집행돼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개발 성과 사업의 예산을 꾸준히 확대했으나 수혜 기업들의 매출은 형편없다는 것. 안 의원은 “2020년에 농식품업체 사업화 지원 예산을 받은 56개 업체 중 17곳이 매출이 하나도 없었다. 매출이 발생한 곳도 대부분 10~30만원 수준이었다. 이번 예산 대폭 삭감은 관행적으로 집행하던 예산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과제 사업성 평가 등을 철저히 하고 사업 전반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시험연구비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집행 사례가 2억 원에 달한다. 개청 60주년 행사비 등 일전에 편성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며 “전체 예산이 대폭 삭감됐는데 이래도 까딱 없나. 농진청 연구진들이 마음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달곤 의원(국민의힘)은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데도 농진청과 재정당국이 이를 놓고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와 적용 분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조사기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농업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했을 때, 경제적 분석이 전혀 안 돼 있어 재정당국에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농가소득, 식량자급률이 지속 떨어지고 수출농업 등 객관적인 지표로 구성된 성과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업위성정보활용센터 구축 예산 삭감을 두고 “농업위성정보활용센터 구축사업으로 편성한 예산은 54억 원으로 당초 부처에서 요구한 83억 원보다 33% 삭감돼 사업에 큰 차질이 생겼다. 1000억 원이 넘는 위성을 쏘아올렸지만 센터 건물만 지어놓고 정작 분석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없는 예산이 편성됐다”며 “정부가 R&D 카르텔을 없애겠다면서 납득할 수 없는 예산 삭감을 해놨다. 농진청장 등 실무진은 책임과 중심을 가지고 예산 편성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윤준병 의원(국민의힘)도 “재정사정이 좋지 않아서, 효율성이 낮아서, 결과물이 좋지 않아서 예산이 이토록 대폭 삭감이 됐다는 것은 변명이다. 과기부에서 우수평가도 받은 실용화사업 조차 무리하게 삭감된 것이 현실”이라며 “예산 복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청장 본인의 역할이 아닌 것처럼 답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희용 의원(국민의 힘)은 “윤석열 정부 들어 건전 재정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연구·개발 예산을 줄인 것으로, 전체 농업 분야 예산은 18년 만에 오히려 크게 늘었는데도 농진청의 연구·개발 예산만 감소한 것은 비효율과 부적절 운용이 작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속되는 R&D 유용(횡령) 사고, 증가한 특허출원 예산에도 감소한 출원 건수 등 때문”이라며 “이런 것 때문에 농진청의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된 것이며, 농진청이 관련 예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거나 충실히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국민의힘)은 “R&D 사업의 효율성도 달성돼야 하는 것은 맞다. 농진청 예산은 최근 10년간 지속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특허출원 신청 수는 들쭉날쭉이었고 특허 승인 수 또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특허 거절 사유도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는 연구원들의 성실성과 관련돼 있다”며 “R&D 사업의 관리규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에 대한 농진청의 대처와 관리가 미흡했던 것인지 원인을 알아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농진청이 진행 중인 R&D 사업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진청과 통계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작년 농진청과 통계청의 예측 쌀생산량은 실제보다 각각 8만7000t, 3만6000t 많게 조사됐다고 밝히며, 두 기관 모두 쌀 생산량 예측에 실패했으나, 오차 범위를 보면 농진청이 통계청보다 두 배가량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예측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두 기관의 조사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농진청은 전국 690개 시·군 농업기술센터 자료를 취합하고 690개의 표본을 통해 예측하는 반면, 통계청은 현장에서 실측조사하고, 6300개의 표본을 조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현장 실측 조사와 농진청의 10배가 넘는 표본 수를 통해 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인 반면 농진청은 이와 반대의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농업정책을 주관하는 농진청의 예측자료가 빗나가다 보니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 하락에 속수무책인 셈이 됐다. 농진청은 쌀 생산량 예측에 최근 10년간 5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차라리 농진청은 농업정책에 집중하고 쌀생산량 예측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는 게 국민 혈세를 아끼는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사업의 타당성이나 시급성이 아닌 획일적인 일괄 삭감을 통해 현 정부의 미래농업 포기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청장의 정부 기조 순응적인 자세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 R&D가 농가소득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상 고온·가뭄 등 기후변화 위기에 따라 '기후위기 적응형 신품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후위기 적응형 신품종 수량은 저조하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품종보호 품종 2552개 중 기후위기 적응형 신품종은 전체의 12.4% 인 318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10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농촌진흥청이 미래 기후 상황에 적합한 품종 개발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미 기상 변화로 우리 농업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상 고온과 가뭄 등에 강한 품종은 물론 아열대작물 품종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조재호 청장은 “기후변화 적응 관련 품종개발과 재배법 등을 최우선으로 놓고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앞으로도 신품종 개발에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부당행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유특허기술을 민관에 이전해서 사업화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제기하며 농진청의 총체적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농식품 벤처육성 사업에 관한 참여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사업이행 성과 관리·감독, 현장모니터링, 국고지원금 집행 및 정산관리 등 역할을 하는 농진원 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 총체적 관리 부실이 발견됐다”며 “사업이행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농업기술진흥원은 벤처기업에서 제출한 사업 계획서와 현장 모니터링 사진, 문구, 추진 계획이 거의 동일하게 베끼고 신문기사를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등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안호근 농진원장은 "부실하게 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지적당한 사안 중에 처음 듣는 내용도 있다. 자체 감사실을 통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재갑 의원은 “농진원 자체에서 해결 못 하지 못한다. 농식품부나 감사원에 감사 요청해서 수감하고 국회 예산 심사 전까지 보고하라”고 말했다.

또 최춘식 의원(국민의힘)은 농진청 R&D 사업에 참여한 기관, 단체, 기업, 연구원이 부정행위를 해 적발된 건수가 3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농진청 R&D 사업에 참여한 기관, 단체, 기업, 연구원이 연구 부정행위를 해 적발된 건수가 총 35건으로 확인한 것. 행위 유형별로는 결과 불량(11건), 용도 이외 사용(17건), 연구 부정(5건), 협약 위반(2건) 등으로, 농진청이 부정행위자로부터 환수한 연구비는 11억9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농진청은 사업 관리 강화하고 묻지마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며 “필요한 부분에는 지원을 집중하고 필요없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문표 의원(국민의힘)도 “R&D 과제 178건 중 16건에서 부정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부당집행 처리한 것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한다”면서 “예산 삭감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유럽 등 선진국가는 농업을 생명산업이라 생각한다. 식량은 무기라는 생각으로 기재부 등 재정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색다른 방향의 연구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조 청장은 “정부 예산안 안에서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해서 연구과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예산 논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많이 지적하고 정리해 준 부분을 예산당국과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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