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영유아 식품…‘골드 키즈’ 잡기 경쟁
기로에 선 영유아 식품…‘골드 키즈’ 잡기 경쟁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2.1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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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식 생산량 줄어도 시장은 3000억 눈앞…‘프리미엄·간편’으로 무장
하림 ‘푸디버디’ 론칭…즉석밥·라면 등 24종 라인업
매일유업 ‘리케’ 상표 출원…유아식·음료 등 차별화
초록마을 ‘초록베베’로 신선·가공식품 80여 종 갖춰

식품업계가 영유아식품 사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갈수록 출산율이 감소하며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사업을 지속할지, 철수하고 다른 사업에 집중할지 기로에 선 것.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6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국내 영유아식 규모도 점차 축소하고 있다. aT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식 생산량은 2020년 2만8934톤으로, 2016년 대비 56% 감소했다. 이 기간 생산액도 13.5%가 줄었다.

상황이 이러자 식품업계는 사업을 중단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풀무원은 작년 12월 10여 년간 영위하던 배달 이유식 사업을 중단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헬스케어식과 영양 균형식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이유다.

이에 앞서 LG생활건강도 영유아 전문 브랜드 ‘베비언스’ 사업을 시장 진출 10년 만에 철수했고, 롯데제과 역시 파스퇴르 ‘아이생각’ 브랜드의 생산을 4년 만에 종료했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자 시장확장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사업을 철수한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제품을 개발해서 생산해도 소비할 대상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이다. ‘골드키즈’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겠지만 불확실한 성장성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사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는 곳도 있다. 하림과 매일유업, 초록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골드키즈’ 때문이다. 실제 아이에게 지출비용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과 조카에게 지갑을 과감하게 여는 미혼의 삼촌 및 이모들이 증가하며 영유아식품 생산량은 줄었지만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식(분유 제외) 매출액은 2016년 1320억 원에서 2022년 2534억 원으로 92% 상승했다. 2025년에는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전략은 ‘프리미엄’ ‘간편’이다. 최고의 식재료로 맛과 영양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 전용 식품 브랜드까지 론칭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출산율이 갈수록 감소하며 식품업계가 영유아식품 사업 지속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하림과 매일유업, 초록마을 등은 ‘골드키즈’를 타깃, 최고의 식재료로 맛과 영양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 전용 식품 브랜드까지 론칭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하림의 영유아식품 브랜드 ‘푸디버디(Foody Buddy)’.
△출산율이 갈수록 감소하며 식품업계가 영유아식품 사업 지속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하림과 매일유업, 초록마을 등은 ‘골드키즈’를 타깃, 최고의 식재료로 맛과 영양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 전용 식품 브랜드까지 론칭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하림의 영유아식품 브랜드 ‘푸디버디(Foody Buddy)’.

하림은 영유아식품 브랜드 ‘푸디버디(Foody Buddy)’를 론칭했다. 어린이용 HMR(가정간편식)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모든 제품은 가장 신선한 자연 식재료로 만든다. 제품은 100% 한우, 국내산 생채소, 유기농 쌀 등 자연 식재료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풍미와 향으로 감칠맛을 낸다.

특히 주력 제품인 라면은 나트륨을 성인식 대비 34% 이상 줄였고, 국물요리 보다 7.8% 이상 낮다. 또 즉석밥의 경우 기존 성인식 제품 대비 수분함량 5~8% 높여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했다.

어린이 입맛에 맞춘 즉석밥 3종, 라면 4종, 국물요리 5종, 볶음밥 5종, 튀김요리 5종, 핫도그 2종 등 8개 품목, 총 24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하림은 오프라인 할인 매장, 온라인 등 다양한 채널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 올해 매출 3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일유업도 유아식 브랜드 ‘리케(Lykke)’라는 상표를 출원하며 시장 참전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존 분유, 유아식, 음료 등 사업과 접목해 차별화된 메뉴를 앞세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초록마을은 작년 8월 영유아식 브랜드 ‘초록베베’를 론칭했다.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80여종의 다양한 영·유아식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완조리 중심으로 형성해온 기존 이유식 시장과 달리 직접 만들어 먹일 수 있는 식재료 위주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이 일환으로 유기농 원물을 동결건조한 큐브 간식 3종을 내놓았다. 유기농 감자와 고구마, 단호박을 사용한 제품으로 원물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동결건조해 맛과 영양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며 분유 등의 시장은 감소했지만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부모의 소비 성향은 점점 커지며 오히려 프리미엄 영유아식품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 점 때문에 식품업계가 이 시장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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