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는 ‘한강 라면’을, 서울선 ‘미고렝’ 즐겨
자카르타에서는 ‘한강 라면’을, 서울선 ‘미고렝’ 즐겨
  • 김용운 원장
  • 승인 2024.02.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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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면 지방까지 열풍…현지 업체도 매운맛 출시
김용운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
△김용운 주인니 한국문화원장
△김용운 주인니 한국문화원장

인도네시아는 세계 2위의 라면 소비국이다. 사실 인도네시아인들이 즐겨 먹는 라면은 ‘즉석면(Mi instan)’이 맞는 표기이지만 우리 식으로 ‘라면(ramyeon)’이라고 해도 다 통용된다. 즉석면은 인도네시아 서민들이 저렴한 식당이나 노점에서 식사를 대신할 정도로 주식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라면 대국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라면 열풍이 대단하다. 자카르타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방의 편의점에서도 한국 라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자카르타에서는 한국 라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면서 즉석에서 자기가 원하는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는 편의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서관처럼 다양한 라면을 전시한 진열 형태나 라면 즉석조리기를 보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라면 전문 편의점과 한강 라면이 동시에 인도네시아에 상륙한 형세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이 워낙 매운 것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의 매운 라면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다. 한국의 매운 볶음면이 불티나게 팔리고 매운 한국 라면을 연신 흡입하는 인도네시아 먹방 유튜버들이 부지기수다. 우리 입맛에는 밍밍하기 그지없는 치킨 수프나 카레 맛 위주인 인도네시아 라면도 이제 한국 라면을 벤치마킹하여 매운맛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반면에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거나 근무한 경험 있는 한국인들은 한국 슈퍼마켓에서 현지 가격의 3배가 넘는 인도네시아 라면을 찾는다. ‘인도미(Indomie)’로 대표되는 현지라면, 특히 즉석 볶음면 ‘미고렝(Mi goreng)의 맛을 잊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사실 인도네시아 라면은 라면 대국답게 이미 해외에서도 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라면 수출도 2023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거두었다.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 명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 2위의 라면 소비국인 데다가 한류 열기마저 뜨거우니 우리 라면의 큰 수출시장인 셈이다. 게다가 세계 라면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가진 경쟁자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한류의 성공 비결을 배워 그들의 창의 산업(creative industry)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기를 열망한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라면의 성공도 이미 저력을 보이는 인도네시아 라면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 라면이 인도네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듯이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 식문화를 상징하는 미고렝의 맛에 빠져드는 것은 쌍방향 문화교류의 좋은 사례이다.

한국 라면의 매운맛과 인도네시아 라면의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지듯 양국 국민이 라면을 매개로 서로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여 우호를 증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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