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식 세계화와 올바른 현지화를 위하여
[기고] 한식 세계화와 올바른 현지화를 위하여
  • 김용운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
  • 승인 2022.07.12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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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 자카르타서 핫 플레이스…한국식 포차까지
독학으로 배운 현지인 식당도…한식의 멋·맛 못 살려
정의에 혼란…한류 동아리와 잘못된 표기 수정 작업
업계-공공 부문 합심 제대로 된 한식 보급·홍보 절실
△김용운 원장
△김용운 원장

자카르타를 방문한 한국인들은 두 번 놀란다. 먼저 어디를 가나 한식당을 쉽게 볼 수 있어 놀라고, 한식당에 한국인보다 현지인 손님이 더 많다는데 한 번 더 놀란다.

한류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에서 한식당들은 이미 현지인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다. 한식당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한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통해 알려진 한식당들은 한국인들이 오히려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지인들로 붐비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카르타에 한국식 포차까지 진출하여 불금에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인도네시아에 많은 한식당이 있지만 최근 한류 붐을 타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이다. 한국의 요식업 브랜드를 들여와 정통 한식당과 다를 바 없게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현지인이 자력으로 개업하는 업소도 늘고 있어 해외 한식당의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에서 메뉴명 표기가 틀리거나 메뉴와 실제 음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식진흥재단의 한식메뉴 영문 표기법을 기준으로 김밥은 ‘GIMBAP’이 바른 표기인데 ‘KIMBAB’으로, 어묵(EOMUK)을 ‘ODENG’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현지인 조리사가 독학으로 익혀 조리를 하고 현지 재료에 의존하다 보니 한식 고유의 멋과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은 작년에 반둥시의 현지 한국음식점들을 대상으로 간판과 메뉴의 오류를 시정하는 사업을 펼쳤다. 반둥에서 활동하는 한류 동아리 ‘한사모’ 회원들과 함께 식당과 카페를 찾아다니며 잘못된 표기를 찾고 직접 고쳐 현지인 업주들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또한 이번에 ‘현지 한식당을 위한 한식 길라잡이’ 책자를 인도네시아어로 발간하여 한식 메뉴를 올바르게 표기하고 한식답게 조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바람직한 한식의 세계화와 현지화는 정부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재외동포 사회와 국내외 한식업계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민간과 공공부문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세계를 무대로 한식을 더 많이 보급하고 올바르게 알리기 위하여 협업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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