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 ‘식품 가공’에 큰 관심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 ‘식품 가공’에 큰 관심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3.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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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곡물 수출국 불구 이익 적어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아
산업 단지 조성…풍부한 원자재에 인건비 낮아 네슬레 등 진출
매운맛 한국 식품에 호감…밀가루 품질 달라 군만두 라인 절실
생산 설비·기술·자금·전문 인력 원해…합작 투자 등 고려할 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식품 가공 산업이 빠르게 회복 중이다. 또한 국민의 기본적인 식생활 문제 해결과 경제 회복을 위해 해당 산업은 반드시 재건해야 하는 분야로 꼽고 있어, 현지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값싼 원자재와 인력, 한국 식품에 관한 관심도 높아져 뛰어난 생산설비와 장비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코트라 키이우무역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우 사태로 인해 국가부채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등 국가의 경제적 부담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내 산업을 육성해 생산능력을 회복하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식품 가공 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품 가공, 우크라이나 미래 성장의 핵심 요소

우크라이나 식품산업은 원재료 수출에 집중하고 있어, 식품 가공 분야는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우 사태 전 국토 면적의 70.8%를 농지로 활용해 20년 동안 농업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농업 기반 경제를 구축해 왔다. 이로 인해 해바라기씨 유·옥수수·밀·콩 등 곡물은 세계 수출량 Top 10에 속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 분야에서 세계 선두 국가 중 하나이지만 자랑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값싼 원자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대신 값비싼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출기업이 원자재를 수출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부가세 환급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2023년 해상운송 재개로 수출이 회복됐지만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인하되 오히려 수출 금액은 감소했다고 한다.

식품 가공 산업이 미약한 주된 이유는 제대로 된 생산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공장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금과 시간이 요구된다. 기업들이 설비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아야 하고, 세금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그에 반해 원자재는 바로 수출할 수 있고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러-우 사태로 인해 식품 가공 산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원재료 수출의 어려움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우 사태로 총 파종 면적이 20% 감소했고, 해상 물류가 막혔으며, 서부 지역 육로 수출도 주변 EU 국가들과의 마찰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수입 제품의 공급 부족도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러-우 사태 이후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물품 운송 허가를 받지 않고 매년 유럽 국가들이 부여하는 할당량 제한 없이 EU 국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 자유화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만이 커진 주변국의 운송기업과 농민들이 국경을 봉쇄하고 화물차 이동을 제한함에 따라 수입 물량 부족을 겪으며 최종 소비자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을 수출하면 원자재 수출보다 수익을 몇 배로 늘릴 수 있기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원자재 수출보다 식품 가공을 미래 성장의 핵심 요소로 꼽고 있다.

우크라이나 식품산업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러-우 사태로 인해 가공‧생산 라인이 손상을 입었고 해상 수출 경로가 차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식품산업은 인간 생존을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이기에 복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연구에 따르면, 러-우 사태 전 대비 2023년 산업별 생산 회복률은 철강, 건축 자재가 작년 12월 기준 28%로 가장 낮은 회복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반해 식품산업은 75% 회복해 다른 산업에 비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또 가공식품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우크라이나 가공식품 수출 규모는 전년보다 31% 증가한 3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설탕 수출은 5억9637만 달러로 99.1% 증가했고, 주류·비알코올 음료·식초 등은 38.3% 증가한 2억8301만 달러, 육류 및 수산물 식품 수출은 38.1% 늘어난 4258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공식품 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특히 식품산업의 중간 및 최종 제품 생산, 전문 서비스 제공, 농식품 부문의 연구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식품 가공 산업 발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수확량의 최소 50%만 가공 처리돼도 부가가치는 평균 17%에서 28%로 증가하고, 우크라이나 GDP에 대한 농업 부문의 기여도는 35%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약 14억8649만 달러의 세금도 추가로 걷혀 국가 예산 규모가 증가하는 등 식품 가공 산업이 우크라이나 전후 국가 재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력적인 투자처, 한국 식품에도 관심 많아

우크라이나는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아 외국기업 진출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식품 원자재의 가공 수익이 높고 값싼 인건비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식품 가공 산업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꼽고 있으며, 글로벌 식품기업의 투자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네슬레사는 2023년 상반기에 우크라이나에 있는 3개 공장에 약 541만 달러를 투자하고 라면 생산을 위한 공장 확장에 4000만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또 1996년부터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투자하고 있는 칼스버그는 러-우 사태에도 불구하고 칼스버그 우크라이나사를 계속 운영 중이며, 작년 약 4162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이 외에도 코카콜라는 러-우 사태로 인해 부분적으로 공장이 파괴됐지만 두 달여 만에 다시 생산을 재개했다.

무역관도 식품 가공 제조사들과 직접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부분 기업이 우크라이나 식품산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관이 인터뷰한 파스타 생산기업 B사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고, 추가 제품 생산을 위해 생산 라인을 확장하고자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무역관은 우크라이나가 가공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제 규격에 맞는 식품 생산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은 물론 새로운 장비와 생산공장을 설립할 투자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제조사들도 대부분 해외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글로벌 기업 외에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해외 투자자들이 식품 가공 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러-우 사태로 많은 전문인력이 해외로 이동해 전문인력 또한 부족한 상태다.

한편, 무역관에 따르면 현지에서도 한국 식품에 관심이 많다. 한국 음식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입에 맞고, 매운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예전 인식과 달리 이를 찾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무역관이 접촉한 한 기업의 경우, 군만두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것에 큰 관심이 있다. 하지만 생산설비 라인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보다 생산설비 라인을 설치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 생산설비 판매 기업들은 설비 라인 판매에만 관심이 있으며, 수출국의 환경과 재료에 맞게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술에 대해 도움을 주는 곳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현지에서는 우크라이나 밀가루는 아시아 밀가루와 달라 만두를 만드는 재료 비율에 대한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두, 펠메니(Pelmeni)라고 부르는 식품은 물에 삶아서 먹는 것이기 때문에 군만두 생산에 대한 기술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무역관은 우크라이나에 단순한 한국 제품 수출보다는 한국 기업들의 식품 가공 기술이나 생산설비 라인 수출, 합작투자 등을 충분히 고려해 볼 시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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