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현지 글로벌 식품 기업 매출에 불똥
중동 전쟁, 현지 글로벌 식품 기업 매출에 불똥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3.1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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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혐의 방편으로 불매 운동
스타벅스 등 “자금 지원 안 해” 해명 불구 피해 지속
오만 언론 “지역 경제 기여…일자리 위협” 들어 반대
아랍 브랜드 반사 이익…이집트산 탄산음료 3배 늘어

중동의 갈등과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 지역에서는 다국적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서 해당 기업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이들을 대신한 아랍 제품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오만에 위치한 코트라 무스카트무역관에 따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에서는 서방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항의하는 한 방편으로 글로벌 기업의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코카콜라, 도미노 피자 등 미국의 대표적인 상표와 함께 프랑스의 까르푸, 독일의 푸마 등이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면서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동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서방 특히 미국 상표는 분노의 표적이었다. 이번 중동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 맥도날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으로 인해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불매운동이 계속됨에 따라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어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전 세계 4만여 개 매장 중 약 5%가 중동에 있는 맥도날드도 계속된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 제품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것은 이스라엘군을 지지하고 물품이나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는 탓이다.

스타벅스는 이에 대해 어떤 정부나 군사작전에도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며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2003년 이후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음에도 불매운동으로 인한 이슬람 지역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맥도날드도 최고경영자가 나서 “맥도날드가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며, 이슬람 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는 현지 운영자들이 현지 국민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랍권의 불매운동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이스라엘 국제운동을 이끄는 팔레스타인 지도부 기관인 BDS Movement가 아랍 지역 연대와 함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 확대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불매운동 및 투자철회 캠페인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BDSMovement.net, 2024년 1월 5일 업데이트 기준
자료: BDSMovement.net, 2024년 1월 5일 업데이트 기준

또 현지 종교 지도자들도 이에 편승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오만의 경우 지난해 11월 최고 종교 지도자가 나서 “불매운동은 적을 정복하는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무기 중 하나이며, 국가에 대한 의무이기에 모든 사람의 불매운동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매운동과 관련한 반대의 의견도 있다. 오만의 한 언론에서는 “불매운동을 불매하자”라는 기고문을 통해 오만 맥도날드는 100% 오만 회사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불매운동으로 일자리와 공급업체를 위험에 빠뜨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아랍 지역 소비자들은 반이스라엘 반감 정서 확산에 따라 기존 시장을 장악했던 미국 및 유럽 상표 대신 현지 대체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만의 경우, 불매운동 움직임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까르푸 그리고 슈퍼마켓과 식당이다. 특히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현지인들의 기호 음료인 청량음료 시장에서 불매운동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기존 현지 음료 시장은 펩시코와 코카콜라 두 기업이 양분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타 제조사에서 만든 콜라와 탄산음료가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예로, 대부분 현지 식당에서는 펩시나 코카콜라와 함께 대체 브랜드 음료를 구비해 놓고 있으며, 펩시와 코카콜라 제품은 아예 진열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제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아랍국가 제조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례로 이집트의 탄산음료 제조업체인 Spiro Spathis는 매출이 불매운동 이전 대비 300% 이상 급증했다.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 카페에서도 주요 고객인 이슬람 소비자들의 반감 우려와 함께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위해 펩시와 코카콜라 제품을 가게에서 퇴출했으며, 대신 사우디에서 제조된 Alsi 콜라와 Fifa, 요르단의 Super Extra 콜라를 판매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지 대형 할인점 Lulu Hypermarket도 홈페이지 음료 광고에 미국 상표들을 아예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사우디, UAE 등 인근 국가 제조 제품을 빠르게 확보해 별도 판매하고 있다.

한편, 무역관은 대부분 오만 소비자들은 해당 불매운동이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나타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어, 중동사태 장기화와 함께 현지 불매운동은 장기화하거나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오만을 포함한 아랍 지역 진출을 계획하는 우리 기업은 현지 정서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에 부합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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