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소비 정책의 큰 틀 검토할 때
[기고] 쌀 소비 정책의 큰 틀 검토할 때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4.02.27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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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 20만 톤 소비 세밀한 정책 지원 뒤따라야
안정적 물량 공급에 밀가루와 가격차 보전돼야
농식품 수출 확대에 쌀가공식품 적극 활용을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량자급률(사료곡물 포함)이 22% 내외인 국내 곡물 수급 상황에서 유일한 자급 곡물이며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 먹을거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쌀이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그 이유는 간단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1인당 연간 쌀 소비가 100kg을 넘었는데 지금은 50kg대에 머무르고 있다. 주식으로 먹는 양은 감소하는데도 생산량은 370톤 내외로 줄어들지 않고 전체 소비는 감소하는 추세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의 기본식량자원인 쌀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인데, 이런 정책은 국가 존립이 걸린 식량안보라는 차원에서 위험한 정책이고 결코 이런 대책으로 쌀 문제를 해결해서는 아니 된다. 적정 쌀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소비처 확대에 온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일상의 식탁에서 쌀밥 먹기 운동을 벌여 봤자 급격히 변하고 있는 식생활 형태가 쌀로 돌아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산된 쌀을 일반 밥이 아닌 가공용 원료로 이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 농림축산식품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루쌀 이용 정책은 그 방향에서 동의할 수 있으나 과연 이렇게 생산된 가루쌀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실효성이나 구체적인 방안 제시는 미흡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계획으로는 가루쌀 생산량을 2023년 1만 톤에서 2027년 20만 톤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전문 재배단지 조성과 직불금 등 지원, 정부의 지속적인 매입을 약속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20만 톤을 소비시킨다면 재고량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지만 이를 위한 세밀한 정책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첫째 가루쌀 가공 업체에 안정적으로 일정량을 공급한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 법적 뒷받침이라고 하나 실행하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재배단지 확대도 농가의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하고 필수적으로 소득 보장이 되어야 한다. 물론 가공적성에 맞게 품종개량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가격의 문제이다. 밀가루 가격은 kg당 약 1천 원 내외, 가루쌀로 만들었을 때는 3천 원 내외가 된다(이것도 정부가 쌀을 공급하는 경우). 이 가격 차이만큼 가루쌀이 가치가 있는 것인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셋째 가루쌀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개발과 판매 여건은 조성되었는가. 상당히 회의적이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가루쌀 이용 및 용도 확대는 치밀하고 장기적인 입장에서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

우선 가루쌀을 이용하여 밀가루를 대체하자는 발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가격 차이와 물성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빵 대체는 글루텐 부족으로 부풀음이 문제가 되고 국수에서도 조직감에서 밀가루로 만든 면의 품위를 넘어설 수 없다. 단, 라면의 경우 쌀가루 10% 첨가 시 물성이나 기호성에서 오히려 우수한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가루쌀 첨가에 따른 원가 상승은 기업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원가 상승분을 보전해 주는 정책은 수용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방법으로는 수출 확대다. 정부는 2022년 88억 불에서 2027년 150억 불로 수출량을 높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세웠는데 여기에 쌀 가공제품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쌀 가공제품은 밀가루 대체라는 평범한 논리보다는 쌀가루가 가진 독특한 특성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이 계속 연구, 개발되어야 한다.

쌀과자, 증편, 쌀 막걸리 등은 쌀을 이용한 전통 식품이면서 외국인들에게도 먹혀들어 갈 수 있는 품목이다. 또한 전통 음료인 식혜는 결코 밀가루로 대체할 수는 없다. 그 외에 가루쌀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글루텐프리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스낵은 또 다른 사업영역이 될 수 있다. 글루텐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스파게티 등은 대체 원료로 구상할 수 있다. 즉 쌀가루가 가진 특성, 글루텐프리 등 특성을 최대로 살리면서 기술 투입을 통한 인기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미 쌀을 이용한 가공제품의 수출은 1억6천만 불에 이르고 여기에 사용한 쌀은 7만 톤 정도이며 매년 증가 추세이다. 쌀 가공제품의 수출에는 원료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겠으나 지금의 정부 지원 정책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농정당국의 생각 자체를 크게 바꿔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농업생산물로 농민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전 국민의 5% 정도인 농민의 소득 구성을 보면 농업 소득이 27.1%, 농외소득이 37.4%(통계청, 2021)이다.

즉 농업 소득보다 농외소득을 올려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생산되는 쌀값을 서서히 조정하여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지점까지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이제 모든 농산물은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영농방식과 품질 차별화를 계속해야 한다. 자국산 보호정책만으로는 열린 세계에서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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