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쌀가공산업 현황
[기획]일본 쌀가공산업 현황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3.12.03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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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참여 쌀가루 스낵·라면 등 출시…기내식에도 적용
식량위기 극복 연중 캠페인 ‘쌀 식품 먹고 米人되자’<8>

국내 식량안보 차원의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운동’이 불붙은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정부차원의 쌀가공산업 육성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의 자급은 가능하지만 인구 감소와 1인당 밥쌀용 수요 저하로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쌀 생산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쌀가공식품 개발과 쌀을 이용한 식품 소재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논의 60%를 밥쌀용 쌀 재배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밥쌀용 쌀 외의 밀 콩 등 상대적으로 자급률이 낮은 농산물 또는 쌀가루용이나 사료용 쌀 재배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쌀소비 촉진을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에서 일본 쌀가공 산업 현황과 정부차원의 소비 육성책을 짚어봄으로써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일본 쌀가공식품 현황

일본에서 떡이나 전병 등 쌀가공식품은 오래 전부터 친숙한 것이다. 2009년 일본 농림수산성 조사에 따르면 주요 쌀가공식품 중 쌀과자의 연간생산량은 20만 톤 이상으로 추정되며 소폭 증가하는 추세이다. 주로 화과자의 원료로 사용되는 쌀가루는 연간 10만톤 안팎의 생산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포장모찌떡은 최근 10년간 5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가공쌀밥은 25만 톤을 상회했다.

특히 가공쌀밥의 경우 199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제조업체의 계절적 특색을 살린 제품, 식재료와 밥을 혼합한 상품 등 식생활 간편화에 발맞춘 제품 개발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계절한정 상품, 건더기 첨가 세트상품 등 다양한 제품개발에 기인한다. 가공쌀밥 중 가장 많은 생산량을 보이는 것은 냉동타입이며, 최근에는 무균포장의 생산량도 증가해 이들 두 가지 타입의 가공쌀밥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새로운 쌀가루가공 산업의 특징

2010년 일본의 쌀가루용 쌀 생산량은 약 2만7000톤(생산면적 4800ha)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빵․제면 등에 쌀가루 이용을 도모하면서 지금까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시작된 이 시장에 대기업이 동참하기 시작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09년 7월 미곡의 새로운 용도의 이용 촉진에 대한 법, 쌀가루용 등 용도 한정 미곡에 관한 규칙(2010년 4월 시행)을 제정하는 동시에 연간 약 500만 톤의 수입밀 중 약 10%인 50만톤 을 쌀가루로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빵용 밀가루의 1%, 가정용 밀가루 수요의 7%를 쌀가루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010년 3월 각료회의에서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에 2020년 쌀가루용 쌀의 생산 목표를 50만 톤을 결정하도록 이끌어 앞으로도 쌀가루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연간 수입밀 500만 톤 중 10% 쌀가루로 대체 추진
관련 법 제정 2020년까지 제조용 쌀 50만 톤 생산
쌀가루 산업 육성 위해 벼 신품종·상품 개발 등 유도

쌀 가공식품 화과자 외 잡곡밥 떡류 즉석죽 등 다양

이러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최근 대형 편의점에서 쌀가루 빵을 선보이는가하면, 제과 및 라면을 생산하는 식품 대기업들이 쌀가루를 이용한 스낵과 케이크는 물론 인트턴트 라면을 출시하는 등 쌀가루 이용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유명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쌀가루 빵을 판매하는 등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있다.

이 외에도 정부 차원에서 학교급식 5일 중 3일에 밥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를 도입하는 학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교통업계에서는 국제선의 기내식 메뉴에 쌀가루 30%를 배합한 쌀가루 빵을 제공하고 있다.

식품연구원 유통시스템연구단 구경형 연구원이 식품기술 최신호에 발표한 일본의 쌀가공식품 산업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일본 동경백화점 식품매장 및 대형 슈퍼마켓 등에는 밥쌀용 쌀과 쌀과자, 떡류, 죽류 등 국내보다 더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무균포장밥의 경우 국내와 같이 여러 회사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오곡밥, 적색미로 제조한 무균포장밥, 잡곡밥 등 종류가 다양하고 식품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삼각김밥은 120엔에 판매되고 있다.

쌀과자의 경우 소형 포장 종류에 따라 약 150~300엔으로 다양했고,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쌀과자는 다양한 선물용 포장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떡류도 다양해 한 팩에 98엔으로 식품매장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부터 지역 특산품으로 고급화시킨 떡류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외에 쌀가공식품으로 즉석 스프와 함께 레토르트 스프와 죽류 등이 매장에서 무균밥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과 건강식품 코너에는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는 즉석 동결죽이 개별 포장돼 1팩에 165~189엔, 4개 포장으로 98엔에 판매되고 있다.

◇ 일본 정부의 쌀가루 가공산업 육성 정책

일본 정부는 2009년 7월 미곡의 새로운 용도의 이용 촉진에 대한 법, 쌀가루용 등 용도 한정 미곡에 관한 규칙(2010년 4월 시행)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또한 쌀가루 처리가공시설 정비사업과 신규 수요미 생산제조 관련 정비사업 들을 통해 쌀가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용동의 미곡에 대해 생산에서 가공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사업 계획을 수립해 농림수산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새로운 용도의 미곡 가공품에 적합한 벼의 신품종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쌀가루 이용 촉진과 관련된 일본 정부 정책의 핵심은 쌀 농업인, 제조업잗 등의 제휴를 통해 생산 유통 가공 등의 비용을 최소화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제조 제휴사업 계획 또는 신품종 육성 계획을 미곡 생산자와 미곡가공품 제조업자, 신품종 육성사업자 등이 사업계획을 수립해 농림수산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후에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제출된 사업 계획이 인정받게 되면 농업관련 자금이 상환기간 연장, 신품종 특허출원료 및 등록료 경감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 쌀가루 식품의 특징

수분 흡수 잘 해 쫄깃…빵에서 면류 등으로 이용 확대

쌀가루 식품의 특징은 첫째,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을 들 수 있다. 쌀가루는 밀가루에 비해 수분을 잘 흡수하는 특성이 있으며 쌀가루빵은 밀가루빵보다 수분함량이 4~5% 많다. 둘째, 다양한 메뉴에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쌀가루는 주로 화과자의 원료였지만 최근 미분기술 향상으로 빵이나 양과자·면류 등으로 이용범위가 확대됐다. 셋째, 밀가루에 비해 기름을 빨아들이는 흡유(吸油)정도가 낮아 바삭바삭하고 건강에도  좋다. 튀김을 쌀가루로 만들면 식더라도 바삭한 식감이 오래간다. 넷째 쌀가루는 인체에 필요한 우수한 아미노산 밸런스가 밀가루에 비해 1.7배나 높다. 다섯째, 식량자급률 향상에 기여한다. 식품에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하면 국산 비율을 높인 새로운 상품개발이 가능하다.

◇ 니가타현 R10(rice flour 10%) 프로젝트

밀가루 소비량 10% 쌀가루로 대체하기
학교급식에 쌀가빵 도입…전국 확산

일본의 'R10프로젝트'는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밀가루 소비량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하자는 운동으로, 니가타 현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니가타 현은 일본 쌀 생산량의 31.9%, 쌀과자 제품(출하액 기준)의 51.5%를 점유하고 있는 쌀 및 쌀 가공식품이 주산지다.

일본의 식량자급률이 40% 수준으로 저조한 이유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빵·면·서양식 과자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쌀 소비가 줄어든 것이 큰 원인이다. ‘밥을 먹자’고 호소해도 식생활이 서구화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밥을 통해 쌀 소비를 확대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해 현재의 식량자급률을 제고하자는 운동이 바로 'R10프로젝트'다.

니가타현은 쌀 수요 확대를 위해 1970년대부터 미분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며, 2003년부터 학교급식에 쌀가루 빵을 도입해 지금은 현 내 초등학교의 60%에서 쌀가루 빵을 급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일본 내에서 인정받으면서 2008년부터 R10프로젝트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쌀가루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밀가루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공에 적합한 품질의 쌀가루를 생산하기 위한 품종개발과 미분기술 개발이 이뤄져야하며, 밀과의 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생산 및 가공과정의 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쌀가루에 대한 신규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가는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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