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192)]김치 식중독 사건으로 살펴 본 나트륨 저감화정책의 두 얼굴
[하상도 칼럼(192)]김치 식중독 사건으로 살펴 본 나트륨 저감화정책의 두 얼굴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10.06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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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염 김치 소금 농도 낮아져 부패균 증식
예전에 없던 사고…영양 규제 정책 부작용

△하상도 교수
최근 학교급식에서 김치가 원인인 대규모 식중독이 자주 발생한다. 예전에는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나 중금속이 문제였지 세균성 식중독은 걱정도 없었다. 식중독 유발 김치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아마도 발효가 충분히 진행된 신 김치가 아니라 학생들이 좋아하는 겉절이 등 생김치였거나 짜지 않은 저염 김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치는 소금이 충분해야 배추에 존재하는 부패균이나 병원성 균의 성장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식당에서 제공되는 김치에서 부패취가 많이 난다고도 하는데, 이 또한 저염 김치 열풍으로 부패균이 증식할 수 있는 낮은 염 농도가 주원인일 것이다. 반면 충분한 양의 소금을 사용해 절인 배추김치나 장기간 발효시킨 신 김치는 낮은 수분활성도와 pH로 식중독세균이나 부패세균에 오염돼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사멸하게 만든다.

우리는 배추김치에 포함된 고농도 소금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김치는 소금함량이 높아야만 저장기간 동안 배추가 물러지거나 변패, 부패되지 않는다. 가을에 배추가 많이 생산될 때 소금으로 간을 해 발효시켜 김치를 만든 것은 겨우 내 먹기 위해 장기 보존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소금의 함량을 높여 부패균과 식중독균을 저해하고, 고염에 저항성이 강한 유산균만 자라는 환경을 조성해 김치를 만들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조미료’ 역할도 하지만 발효식품에서의 가장 큰 기능은 ‘보존제’ 역할이다. 과량 시 고혈압 등의 원인으로 인체에 해를 주지만 부족하면 체내 대사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사람 혈액의 0.85%를 차지하는 소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그러나 최근 소금의 과잉섭취 문제가 제기되면서 안전성이 이슈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식생활의 특성상 장류, 젓갈류, 김치 등 고염식품의 섭취빈도가 높아 나트륨 과잉에 의한 고혈압, 더 나아가 뇌혈관 질환이 문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나트륨 저감화 정책’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고농도 소금’ 발효 식품서 보존제 역할
강제로 줄이면 저장성 손실 안전상 문제
보여주기식 정책보다 자율적 소비 바람직

우리 국민 총 나트륨 섭취의 80%가 찌개, 반찬 등 부식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소금 섭취량에 기여도가 높은 식품 순으로 공급억제 정책을 시행중인데, 이 기준만으로 나트륨 저감화 정책 대상 식품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금 외에도 저장성을 확보하는 조건을 갖춘 라면, 과자 등 건조식품, 통조림, 레토르트식품, 냉장․냉동식품 등은 나트륨 함량을 줄여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 소금으로 저장성과 안전성을 확보한 식품 즉, 김치, 장류, 젓갈 등은 나트륨 저감화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경우 부패균 증식에 의한 저장성 손실과 병원성 균에 의한 대규모 식중독 발생 등 안전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현대에는 유통 콜드체인이 확보돼 있고, 대부분 김치를 냉장 보관하도록 권장하고 있어 소금 외 저장성 확보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 등 집단급식소에는 냉장고가 부족하고 식당에서는 김치를 상온에 노출시킨다. 가정에서도 김치를 항상 냉장보관하고 있지 만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김치의 대규모 식중독 유발 문제는 나트륨 등 ‘영양성분 규제정책’의 허점이라 볼 수 있다. 영양소 규제정책은 ‘영양’과 ‘안전’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통식품에 대한 ‘영양성분 규제’는 안전규제 수준으로 지나쳐 산업계,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라 생각된다. 정부는 단기에 나트륨 섭취 저감화정책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강제적 ‘공급억제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는 부작용이 많고,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멀리보고 자율적 ‘소비(섭취)억제정책’ 기조를 유지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섭취량을 조절할 수가 없다. 가공식품으로부터 아무리 영양소의 양을 줄인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식품 섭취량을 높인다면 식품별 영양성분 규제가 전혀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강제적 영양성분 규제정책을 완화하고 ‘표시제도’ 등을 활용한 소비자 선택에 의한 자율적 섭취 감소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라면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라면스프 중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공급억제정책이 아니라 소비자가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라면의 총 나트륨은 국물에 80% 존재하고, 면에는 20%만이 존재한다. 국물을 절반만 섭취하면 라면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을 40% 감소시킬 수 있는데, 스프에서 나트륨을 줄이는 것은 맛에 영향을 줘 10%도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의 안전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의 식품안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나,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의 영양성분 레시피까지 참견한다는 것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고 할 일 많은 안전관리 정부부처의 지나친 시장 간섭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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