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과 행정규제 처벌의 문제점①-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83>
식품위생법과 행정규제 처벌의 문제점①-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83>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3.0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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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정규제 위반에도 전과자 양산
벌금 등 형사벌 대신 과태료 고려할 때

△김태민 변호사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들어본 ‘수박서리’ ‘참외서리’가 지금은 절도죄로 처벌받고 있는 것에 대해 40대인 필자 역시 특별하게 반감이나 동정이 가지는 않는다. 타인의 재산이고,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 부모님 세대에는 ‘서리’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대이자 추억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었으리라.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가 살펴보자. 우선 어떤 행위를 형법에 의해 처벌하기 위해서는 소위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돼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주관적 구성요건이 바로 ‘고의성’이다.

특별하게 과실을 처벌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를 한 자에게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고의성을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고, 식품위생법과 같은 행정규제법에 따른 형사처벌에 있어서는 판단에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국유지나 타인 소유 산에서 밤이나 도토리 등을 따는 것은 위법이다.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될 수도 있지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3조 제1항에 ‘산림에서 그 산물을 절취한 자’에 대한 규정이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게다가 동법 제73조 제3항에서는 원뿌리를 채취하거나 야간에 채취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식품 종사자 27만 명도 매년 5% 상당 입건
10~20년 지나면 절반이 범법자 될 가능성
형사 처벌 위한 ‘고의성’ 판단에 신중해야  

물론 국가기관이나 개인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묘목이나 산물의 경우에는 이처럼 강력한 법률을 적용해 엄벌에 처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등산을 갔다가 산에 밤나무나 도토리나무가 있어 이를 채취할 경우에도 동일한 법령을 적용해야만 하는 것이 현행 규제와 법규이다. 사소한 법 위반으로 전과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행정규제로 인한 처벌이 일괄적으로 징역과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어 실제 과태료로 충분한 사항들임에도 불구하고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문제가 한국법경제학회 학술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일중 교수는 ‘규제 범죄에 대한 과잉범죄화’에 대한 보고서에서 단순 행정제재가 아닌 과도한 형벌이 가해지므로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란 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0년 사이 행정 규제를 위반한 범죄(행정규제 범죄)의 증가로 전체 전과자수가 1.5배 늘어 1100여 만명(누계 기준)에 육박한다. 전 국민의 20%가 전과자가 됐다는 말이다. 필자가 식품업계 종사하는 영업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하면서 첫마디로 던지는 “10년 안에 청강자의 절반이 전과자가 될 겁니다”는 우스개소리가 허언이 아니라 진실임이 밝혀졌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통계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관련 법령의 처벌 조항도 ‘산림 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비교할 때 결코 간과할 수준은 아니다. 이미 전체 식품종사자 약 27만명 가운데 매년 약 5%인 1만3000여 명이 식품위생법 위반자로 수사 기관에 입건되고 있다. 이 수치도 10년, 20년 누적되면 식품 종사자 절반이 전과자가 된다는 필자의 예언이 결코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처벌 조항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을 요청한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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