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13)]식품의 누명④-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다?
[하상도 칼럼(213)]식품의 누명④-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3.16 01: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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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허용 기간…‘소비기한’의 70% 선
기한 지나도 섭취 가능 불구 판매·폐기

△하상도 교수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확인하고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가격’과 ‘유통기한’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가능한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식품을 구매하고, 판매업자는 유통기한이 경과하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무조건 폐기 또는 반품한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안 팔리기 때문에 유통기한 며칠 전부터 처분한다고 보면 된다. 가정에서도 소비자는 보관 중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면 먹을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유통기한이 지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들은 사람들은 버리지 않고 먹을 때가 있긴 하나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유통기한 표시가 활용되고 있는데, 섭취기한/소비기한(Use by date), 판매기한(Sell by date), 포장일자(Packaging date), 최상품질기한/상미기한(Best before date), 최상 섭취기한(Best it used by date) 등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판매기한인 sell by date의 개념으로 그 날짜까지만 먹을 수 있는 소비기한이 아니라, 그 날까지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한다. 즉, 유통기한이 지나면 유통업체에서 판매만 불가능할 뿐이지 가정에서는 그 이상 기간 동안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확히 유통기한에서 얼마만큼의 기간이 지난 것까지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 종류마다 다르고 제조사와 브랜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기한’ 도입 땐 연간 1조 폐기량 줄여
소비자단체선 “기업에 유리한 제도” 반대
제조원가 상승 인해 소비자가 손해일 수도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2002년 7월부터 제조업체별로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HACCP 등 위생관리시스템 도입으로 같은 품목이라도 식품회사별로 제조공정과 시설, 인력, 위생수준이 달라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품목별 유통기한이 제조사에 관계없이 식품위생법에서 품목별로 일괄적으로 정해져 운영했었다. 그 후 2007년 1월부터는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원에서 몇 년 전 시중 유통 중인 냉장 빵류에 대해 유통기한 경과 후 소비가 가능한 기한을 실험해 검증한 결과, 최장 20일까지 소비가 가능하다고 한다. 즉, 유통기한이 지난 빵은 바로 폐기되지만 사실상 20일이나 더 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즉, 아까운 음식이 괜히 폐기된다는 것인데, 이 피해가 연간 6,5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마트에서 유통기한 전 미리 반품, 폐기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 추측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은 식약처에서 정한 표준화된 실험법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설정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마진까지 고려해 충분한 기간으로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소비기한의 약 70% 정도의 기간을 유통기한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소비자는 판매 가능기한인 유통기한과 먹을 수 있는 기한인 소비기한을 구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비기한이 아니라 유통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가정에서 보관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도 포장을 뜯지 않고 완제품상태로 보관했다면 유통기한이 약간 지난 제품이라도 냄새, 색깔 등 감각적 차이가 없을 경우에는 섭취해도 거의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가정에서 포장을 이미 뜯어, 먹다가 남은 음식의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에는 무조건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수 년 전 식품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 가격 인하효과가 있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가 소비기한이 유통기한을 늘려 기업을 배불린다고 반대해 현재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오판이라 생각된다. 일정 기간 더 먹을 수 있는 것을 유통업체가 폐기 또는 반품해 제조원가가 높아지게 되면서 결국 그 원가가 소비자에게 되돌아와 제품의 가격을 높이게 돼 유통기한제도로 오히려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소비자가 가정에서 식품 보관 시 언제까지 먹을 수 있고 언제 버려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유통업체에서도 소비기한이 임박한 식품은 할인해 팔고 이 날짜가 지나면 바로 폐기하면 그만이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더 길기 때문에 제품가격을 인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정부는 식품의 안전관리가 용이한 유통기한을 선호하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 중심의 제도는 소비기한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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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lin 2015-08-29 22:33:52
유통기한 지나도 며칠은 먹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모르니 특히나 장이 안좋은 저는 불안해서 그냥 버리게되네요...; 소비기한제도를 도입하는게 기업에 유리한 제도라는 주장은 잘 납득이 안가요 오히려 아깝게 버리는 제품들을 줄일 수 있으니까 소비자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비기한제도 하루빨리 도입되었으면 좋겠어요!

Hyun 2015-03-22 14:35:52
저는 그래도 전공자이기에 개념을 구별할 수 있지만 저희 집에서는 아직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다고 생각하고 버리고 있네요... 저도 교수님 말씀처럼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익하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