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16)]페트병의 두 얼굴, 안전성과 편익
[하상도 칼럼(216)]페트병의 두 얼굴, 안전성과 편익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4.0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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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투명한 플라스틱 병 휴대 간편
적정한 강도에 산소 차단 생수 등 보존

△하상도 교수
등산객, 버스, 지하철을 탄 사람들 손에는 생수 페트병이 하나씩 들려있는 것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 페트병은 생수, 맥주, 소주, 탁주, 간장, 식용유, 조미료, 화장품, 의약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며, 시중 플라스틱 병의 약 90%를 차지한다. 페트(PET)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oly Ethylene Terephthalate)의 약자로 폴리에틸렌을 원료로 한다. 무게가 가볍고 강도가 우수해 쉽게 깨지지 않으며, 다른 플라스틱보다 탄산가스나 산소 차단성이 높아 내용물 보존성과 투명한 장점이 있다.

페트병의 역사는 1974년 미국 듀폰사가 탄산음료용으로 개발했는데, 국내에서는 1979년 식용유 용기로 처음 소개됐다. 지금은 주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으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필수품이 됐다. 여름 휴가기간에 버려지는 쓰레기 1위가 바로 종이류나 음식쓰레기가 아니라 일회용 페트병이라고 한다.

원료는 쌀알 크기의 페트 칩(chip)이다. 이를 녹여 중간제품인 투명한 시험관 모양의 프리폼(preform)을 만든다. 그 후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병 입구를 열처리하고, 마지막으로 100℃로 가열된 금형 속에 프리폼을 넣고 공기를 불어넣어 페트병을 만든다. 특히 플라스틱 맥주병은 3중막 구조인데, 양 쪽 페트층 사이에 나일론(폴리아미드)층을 넣어 산소 등 가스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장점과 달리 소비자들을 걱정스럽게 하는 안전성 논란 또한 거세다. 페트병은 DEHP[di-(2-ethylhexyl)phthalate], 비스페놀A 등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용출되는 위험한 용기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실제 페트에는 DEHP와 같은 PVC를 유연하게 하는 가소제 성분이나 비스페놀A 원료가 포함돼 있지 않아 용출될 것이 없다고 한다.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았을 경우 하얗게 변하거나 찌그러지는 것 역시 화학물질이 흘러나온 것이 아니라 생수병 제조 시 열처리 과정을 별도로 거치지 않아 55℃ 이상에서 발생한 물리적 변형이다. 열처리 과정을 거친 페트병은 90℃ 정도의 뜨거운 물을 담아도 병의 변형이 발생하지 않는다.

DEHP 등 가소제·내분비게 장애물질 없어 안전
일회용 포장재…미생물 증식 우려 재사용 피해야 

주의할 점은 대부분 사람들은 생수를 마신 후 페트병을 재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병은 일회용으로 만들어진 포장재라 가급적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페트병을 재사용한다고 해서 유해물질이 용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입구가 좁아 사용 후 세척하기가 어렵고 내부 물기도 잘 마르지 않아 물이나 내용물에 살고 있던 미생물이 증식해 위생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병뿐만 아니라 스테인레스스틸에도 물을 오래 담고 있을 경우 표면이 미끌미끌 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물 속 수생균이나 자연미생물이 이들 표면에 바이오필름을 형성한 것이며 저항성이 강해 소독에도 잘 죽지 않아 지속적으로 안전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재밌는 것은 페트병이 저개발국 빈민가 주민들에게 ‘희망의 빛’으로 재활용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2001년 브라질의 한 기계공 모저는 낮에도 어두워 집에서 책을 못 보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페트병 전구를 만들었다. 페트병에 물과 표백제를 넣고 지붕에 구멍을 뚫은 뒤 꽂으면 햇빛이 집안에 퍼져 55W 밝기의 전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필리핀 사회사업가 디아즈는 밤에도 쓸 수 있는 태양열 페트병전구를 개발했으며, 코카콜라사가 베트남에서 시작한 페트병 재활용법도 이채롭다. 16종의 다양한 뚜껑을 빈 페트병에 끼우면 분무기, 물총, 연필깎이, 붓과 같은 소중한 생활용품으로 변신한다.

소비자는 페트병 사용을 두려워하지 말고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그러나 페트병을 재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식품용이 아닌 생활용품으로 활용해야만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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