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17)]말고기의 역사
[하상도 칼럼(217)]말고기의 역사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4.1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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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부터 먹어…국내 고려 말에야 식용
‘방약합편’에 효능 실려…유럽서도 건강 식품

△하상도 교수
드디어 말고기가 우리나라 마트에서 판매된다. ‘웰미트’라는 브랜드로 출시된다. 말고기는 2013년 1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폴란드산 말고기 혼입 ‘소고기 햄버거’ 판매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냉동 라자냐와 미트소스 스파게티에서도 쇠고기로 허위 표시한 말고기가 검출돼 리콜되며 유럽 전역이 들썩거렸다.

말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함량이 절반 수준이며, 아미노산이 풍부한 저지방·저칼로리·고단백 고기로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특히 불포화지방산, 아연 등의 함량이 높고 철분함량도 높아 성장기 어린이나 여성에게 좋다. 높은 글리코겐 함량 덕에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의서 '방약합편'에도 “말고기는 원기가 부족해 기운이 없고 피로를 자주 느끼며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이를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고 몸을 차게 해 진정 및 소염작용이 있어 흥분을 잘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 심장․폐․대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전한다. 민간에서도 말의 다리뼈는 신경통과 관절염에, 말기름은 화상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말은 고기뿐 아니라 내장, 기름, 뼈가 모두 귀하게 쓰인다.

구석기시대부터 말고기를 많이 먹어왔다. 수렵인들은 야생마 고기로 포식했으며, 아시아 유목민은 물론 기독교 이전의 북유럽 민족도 말고기를 많이 먹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말고기를 자주 먹었을 뿐 아니라 벽화에도 많이 남겼다. 지금은 말의 가격이 많이 싸졌고 그 용도도 줄었지만 예전에는 소, 돼지, 양 같은 가축보다 키우는 비용도 많이 들고 쓸모가 많아 거의 먹지 못했다. 특히 말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소나 양보다 30% 정도 풀을 많이 먹여야 해 고기 목적으로 키우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말은 고기와 젖 보다는 주로 운송 수단, 전쟁의 도구였다.

지방 함량 쇠고기 절반에 저칼로리·고단백
불포화지방 철분 많아 어린이 여성에 좋아
제주도서 갈비찜·구이 판매…농협 상품화
  

고대 중동제국시대에는 전쟁의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돼 교황의 칙령에 따라 식용이 금지됐었다. 유럽 중세시대 교황도 모든 기독교인에게 말고기 금기령을 내린 적이 있다. 영국은 모든 것이 풍족해 굳이 말고기를 먹지 않아도 육류가 충분했고, 기병대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그리고 승마가 인기스포츠라 말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역시 신대륙 개척 때부터 말을 길러 왔고 다른 육고기가 많아 귀족적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말고기 섭취를 꺼려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대교 역시 말고기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혁명 때 말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건강과 함께 다양한 맛을 찾는 현대인의 기호에 따라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말고기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말고기는 갈비찜, 구이, 샤브샤브 등으로 요리된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육회로도 먹는다. 제주의 말 사육 두수는 작년 6300마리로 늘었고 마육 전문가공 공장이 2개, 말고기식당이 20여곳 있다.

말고기는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사람이 죽어 장사지낼 때 말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했으며 천무제 때 말고기 식용을 금했다는 기록이 있다. '후한서'에 외부인들이 침입해 말을 도살해 먹었고 '삼국유사'에 소젖을 음용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세종 초기에는 말고기 수요가 급증해 중국 사신들의 위로연을 제외하고는 사용을 금지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연산군이 정력제로 백마만 골라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1401년 군마로 사용할 말이 줄어 말고기 육포를 진상품으로 올리지 말라는 금지령이 내려졌다. 고려시대인 1227년 몽골에 보낼 전투용 말을 제주에서 대량 사육하게 되면서부터 말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문화와 생존방식이 다른 인류는 말을 포함한 다양한 고기를 먹어왔다. 현재에도 국가별로 다양한 고기를 즐기고 있다. 호주의 캥거루, 아프리카 케냐의 기린, 하마, 악어, 코끼리, 아마존강 유역의 곤충과 파충류, 중국의 뱀, 개, 고양이, 쥐, 스페인의 비둘기 등 다양한 고기 식문화가 형성돼 있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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