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나트륨저감화 열풍과 나트륨비교표시제 시행에 대한 의견
식품산업, 나트륨저감화 열풍과 나트륨비교표시제 시행에 대한 의견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7.0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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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3>
영양소 함량 법으로 강제는 안될 말
소비자가 섭취량 늘리면 규제 무의미

내년 1월 1일부터 식품포장에 표시하는 영양성분의 1순위가 ‘탄수화물’에서 ‘나트륨’으로 변경되며, 나트륨 함량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도 5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는 식품군별 나트륨 함량 평균 기준치를 정하고 제품마다 그 기준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 상대적으로 비교해 그래픽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즉 나트륨 성분이 기준치의 120% 함유된 제품이라면 해당 식품군 평균보다 20% 짠 제품, 80% 함유됐다면 20% 덜 짠 제품이 되는 셈이다. 

△하상도 교수
소금은 인류 역사와 늘 공존해 왔고, 우리 생명에 있어 필수물질이다. 또한 육류와 채소류 등 저장성이 약한 음식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힘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실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소금을 주고 노예를 샀고, 로마에서는 병사들의 월급으로 소금을 나눠 주었다. 이처럼 화폐 개념이 없었던 과거에는 소금이 화폐 자체였고 귀한 손님이 오면 음식을 짜게 만들어 소금을 대접하기도 했으며 소금을 두고 전쟁이 벌이기도 했다.

김치, 젓갈 등 발효식품에서 소금은 어쩌면 배추나 해산물보다도 귀했을 텐데 조상들이 이렇게 많은 소금을 넣은 것을 보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금은 체내 대사 필수물질이지만 최근 과잉섭취 문제가 제기되면서 소금의 안전성 이슈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원재료 보존을 위해 만들어 먹기 시작했던 장류, 젓갈, 김치 등 고염 발효식품의 섭취빈도가 높아 세계보건기구(WHO) 일일섭취권고량(2g) 2배에 달하는 나트륨 과잉섭취로 고혈압, 뇌혈관질환 등이 문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제조·가공·수입하는 모든 국내 식품에는 ‘나트륨함량 비교표시’가 의무화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이 제도 역시 일장일단이 있다.

나트륨 비교·경고색 표시 식위법 명시
지나친 시장 간섭이자 산업 발전 걸림돌 

취지는 “가공식품 중 나트륨 함량을 경쟁적으로 줄임으로써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자”는 공익적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섭취량을 조절할 수가 없다. 강제로 섭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처방전 받아 식품을 정량만 구매·섭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공식품에서 아무리 영양소의 양을 줄인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섭취량을 높인다면 영양성분 규제는 전혀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라면스프에서 나트륨을 줄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소금 함량은 맛에도 영향을 미쳐 10%도 줄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라면 섭취 시 나트륨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물을 덜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라면의 총 나트륨은 80%가 국물에 존재해 국물을 절반만 먹으면 라면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을 40% 감소시킬 수가 있다.

물론 강제적인 공급억제정책은 단기간 효과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산업 전반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나트륨 저감화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소비자 스스로가 행동하는 자율적 ‘소비(섭취)억제정책’만이 정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기업 공급 억제 단기간 효과 그칠 수도
균형 잡힌 합리적 행정 정책 도입 필요

게다가 나트륨 비교표시와 색상 경고표시를 ‘식품위생법’ 제11조에 명시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법은 비록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과 국민 보건향상에 기여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명칭의 상징성으로 볼 때 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본다.

법적으로 양에 제한 없이 사용가능토록 허용한 안전한 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그 함량을 경쟁적으로 비교하게 하고, 빨간색으로 경고를 표시케 하는 것은 시장에서 자율로 할 일이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양소 함량 규제를 법으로 강제화하는 것은 지나친 시장 간섭이고 건전한 산업발전의 걸림돌이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소비자와 국민 눈높이에서 충분히 제안할 수 있는 정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독립적인 행정부가 입법부 제안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행정부는 정책을 취함에 있어 소비자의 생명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경제성 부문 그리고 사회 경제적 여건 등 다각적인 요인을 함께 고려한 뒤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1단계 면류·음료류를 시작으로 제품군·제품별로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2년 유예기간이 있어 아직 보완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입법부와는 입장이 전혀 다른 행정부의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과 정책의 도입을 기대해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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