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을 점령한 중국산 등 수입식품의 객관적 분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5>
식탁을 점령한 중국산 등 수입식품의 객관적 분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5>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3.0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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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프리미엄 간주 비싸…원산지 허위표시 속출
값싼 수입산도 고품질 가능…열린 자세 가져야

식당이나 급식 등을 통해 먹는 중국산 김치의 비중이 6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외식업체 등에 공급되는 중국산 김치는 1㎏당 1200원이다. 국산은 2700원 수준인데, 작년 김치 수입 금액은 약 1409억 원으로 7.3% 늘었다고 한다. 최근 캐나다산 신선 냉장삼겹살이 100g에 1180원, 국내산은 2250원, 제주산은 3170원 정도다. 겉보기에는 품질이 훌륭해 보이는 캐나다산이 국산의 반값도 안 될 정도로 가격차가 심하다.

△하상도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수입식품이 홀대받는다. 오죽하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거짓표시한 부적합 사례가 이렇게 많을까? ‘원산지 거짓표시’는 주로 돼지고기, 배추김치, 쇠고기, 닭고기 순으로 발생했고, 소비자를 주고객으로 하는 일반음식점, 식육판매점 순으로 높았다. 즉 소비자들이 국내산을 프리미엄으로 여겨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속임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원산지 속임수는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원산지 표시대상 26만2000개소 중 2905개소가 원산지 거짓표시를 했는데, 그 중 약 3분의 1인 1022개소가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고 한다. 수입식품 중 교역량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이미지로 가장 홀대받는 것이 바로 ‘중국산’이란 뜻이다.

이런 현상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해외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 자유화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농업과 식품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벌였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 ‘로컬푸드’에 대한 무한 신뢰 등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6·25전쟁 이후 먹을 게 없던 시기엔 미제, 일제 등 외국산 구호식품과 수입식품이 더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보다 위생관리가 엄격하고 품질도 우수한 선진국 제품조차도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위생 취약국이라 불리는 개발도상국에서 들여온 식품은 당연히 품질이 낮고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더욱 천대받는다.

수입식품의 대표는 중국산이다. 중국은 땅이 넓어 생산되는 원료 농수축산물이 다양하고 품질 차이도 워낙 커 ‘차이나’라고 불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웨이하이(威海)와 칭다오(靑島)가 위치한 중국 산둥(山東)성 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땅도 기름져 농사가 아주 잘된다고 한다. 그래서 쌀, 고추, 배추, 대추, 깨 등 농축수산물이 풍부하다. 물론 가격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상질(上質)의 제품은 오히려 국내산 일반제품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입상들이 중국에서 대부분 품질보다는 가격만 보고 수입해 오다 보니 중국산하면 ‘저질’ ‘싸구려’ ‘식당용’이라는 오명이 붙게 된 것이다. 언론에서도 멜라민사건, 중국산김치 파동 등 중국에서 발생한 불량식품과 속임수 관련 사건을 자주 보도해 나쁜 이미지가 우리 소비자 머릿 속에 각인돼 있다.

가격(價格)과 가치(價値)는 다르다. 국내산이 귀하고 비싸다고 해서 질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 현지에서 계약 재배해 좋은 땅에 좋은 물로 엄격히 관리돼 우리나라로 들여온 중국산이 농약을 마구 뿌리며 지저분한 용수에 비료를 덜 쓰고 나쁜 시기에 수확한 ‘우리 농산물’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엄격히 관리된 고품질의 식품이 많이 있긴 하지만 품질이 낮은 제품도 역시 많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에 3D프린터로 만든 식품, 대형마트의 식물공장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는 때가 임박한 2017년이다. 식품의 가치는 ‘원산지’가 만드는 게 아니라 최종 ‘식품이 갖고 있는 고유의 품질’이 결정한다.

우리 소비자들은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신토불이, 로컬푸드, 우리 농산물만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중국에서 왔던, 미국에서 왔던, 우리 땅에서 나왔던 ‘품질 좋고, 위생적이고, 맛있는 식품이 좋은 식품’이라는 선진적 소비자 마인드를 가져야 할 때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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