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살충제 계란’ 판정 피해업체 발동동
잘못된 ‘살충제 계란’ 판정 피해업체 발동동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25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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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본부 ‘적합 판정서’ 불구 부적합 리스트서 삭제 안 돼
농업법인 조인 ‘가남농장’ 등 6곳 판로 막히고 반품 피해

정부가 발표한 ‘살충제 계란’ 최종 부적합 농가 52곳 중 6곳이 뒤늦게 적합판정을 받았으나 여전히 부적합농가 리스트에 난각코드와 농장 이름이 고스란히 명시돼 있어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남농장 등을 운영하는 농업법인 조인은 23일 본지에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가남농장은 지난 17일 농식품부에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0.01mg/kg)의 4배 이상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다.

△가남농장 살충제 검사결과 적합 증명서
하지만 이틀이 지난 19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적합판정을 받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적합 판정서’를 발급받았으나 아직까지 부적합농가 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져 있다. 결과가 번복돼 적합 판정서는 발급했지만 정작 유통은 금지시킨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적합 판정서를 받았음에도 부적합농가로 분류돼 유통이 올 스톱된 상태여서 누적 피해액만 수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조인은 이번 일에 대해 조사를 2개 기관이 진행하면서 벌어졌다고 호소한다. 정부의 전수조사는 농관원, 검역본부 2곳에서 이뤄졌다. 공식 지침은 농관원에서 1차로 정성검사를 실시하고, 부적합 판정 시 검역본부에서 정량검사(정밀검사)를 실시해 최종 부적합 판정 시 외부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두 기관의 조사가 다를 경우 검역본부 판단에 따른다. 하지만 가남농장의 경우 농식품부가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농관원의 1차 조사 결과를 그대로 공개했다.

조인에 따르면 15일 농관원 경기 여주사무소에서 샘플을 수거해 시험분석은 김천 본원에서 잔류농약 320종을 정성분석으로 검사했으나 분석결과를 가정량해 비펜트린 함량 0.042 mg/kg가 검출됐다. 가남농장은 17일 비펜트린 함량 초과 검출로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

확진검사를 위해 17일 검역본부로 동일샘플이 전달됐으며, 검역본부에서는 식약처 ‘축산물 중 살충제 30종 분석법’ 매뉴얼·지침서에 따라 정량분석을 실시해 19일 3차 정량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 비펜트린 검출량은 0.002mg/kg이었다.

조인 관계자는 “정부 지침과도 맞지 않게 발표됐지만 두 기관의 검사방법이 엄연히 다름에도 정확성이 (정량분석보다)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성분석으로 검사한 결과를 공개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조인은 가남농장의 친환경 농가 인증취소(친환경, HACCP) 및 거래처 납품중지, 해당제품 반품에 따른 보상, 원란재고 폐기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가남농장은 사육규모가 40만3747마리에 달하는 대규모 농장이다.

특히 조인은 농관원의 검사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성검사는 가정량으로 수치를 판정하므로 정확한 검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조인이 자체적으로 의뢰한 정부 지정 분석기관 3곳에서는 모두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

[농업회사법인 조인 가남지점 살충제 검사 일자별 진행상황]

일자

내역

비고

2017-08-15

농관원 경기지원 여주사무소 농가 방문 샘플 수거

 

2017-08-16

농관원 본원 시험연구소(김천)에서 잔류농약 320성분 정성검사 실시

비펜트린 부적합(가정량으로 판정, 0.042 mg/kg /기준 0.01 mg/kg)

2017-08-16

검역본부 동일시료 확진검사 차 이동

동물질병관리부 동물약품평가과

2017-08-17

검역본부 1차 정량검사 진행

살충제 27종 다성분시험법

2017-08-17

농관원 경기지원 여주사무소에서 부적합 공문 발신, 농가 공문 수신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 살충제검출 부적합 농가 등록

비펜트린 초과검출(0.042 mg/kg). 농관원 1차 검사결과 그대로 보도

2017-08-18

검역본부 2차 정량검사 진행

농관원 검사결과와 차이가 있어 재실험

2017-08-19

검역본부 3차 정량검사 진행

정밀검사 시 3회 반복.

2017-08-19

검역본부 실험완료. 농관원 경기지원에 결과 발신

오후 5시경 실험 완료 확인

2017-08-19

농관원 경기지원 여주사무소에서 농가에 검사결과 증명서 발급

비펜트린 적합 판정

2017-08-21

여주시청 살충제 확정검사 알림 통보

비펜트린 검출량 0.002 mg/kg

문제는 해당 농가의 계란을 납품받은 제조업체 역시 피해를 입어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가남농장 부적합 판정에 따라 이곳에서 납품을 받은 한 식품제조기업은 시중에 유통된 계란 20만개를 폐기 처분해야 했다. 현재(25일)도 유통길이 막혀 계란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 회사의 연간 계란 매출은 60~70억 원 가량이지만 올해는 평균 매출의 절반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부적합 농가에서 재검을 통해 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반출되는 계란에 대해서는 새로운 난각번호(코드)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 난각번호로 생산된 계란과 구분할 수 있도록 임시로 난각번호를 부여하고 계란에 새로운 난각번호 확인 후 반출 허용한다는 것.

이번 사태에 컨트롤타워를 맡은 국무총리 농림국토정책관실은 “총리께서 정부의 잘못된 발표로 농가가 입은 손실은 보상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특정이 되면 법률적인 부분을 검토한 후 농가피해 부분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 정부의 축산물 안전관리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 대응의 ‘검출 이전 단계~최초 검출 단계~전수검사 단계’ 전반 과정을 종합적으로 다룬 백서를 발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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